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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里立 가시리 조랑말 박물관

올해는 제주와 인연이 많습니다. 1월에 함께 일하는 실무자들과 2월에는 제가 속한 단체 회원들과 제주로 연수를 다녀왔는데, 지난 4월에는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하는 활동가 인터넷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다시 한번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다음 본사 건물인 스페이스1에서 연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았는데, 첫 날 연수는 제주 '조랑말 박물관'이 있는 가시리 목장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소재 자료에 따르면 가시리는 해발 90m에서 570m 한라산 고산지대와 해안지대를 연결해주는 전이지대에 속해 있습니다.

 

'조랑말 박물관'이 있는 가시리는 한라산가 오름들이 뿜어낸 용암이 바다로 흐르다가 화산 평탄면이 형성된 중산간 지역으로 표선면의 42%의 너른 대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천혜의 조건 덕분에 600년 역사의 묵축문화를 간직한 마을이 되었으며, 제주 산마장 중 최대 규모를 가진 녹산장이 있었던 장소입니다.

 

가시리는 번널오름, 따라비오름, 큰사음이오름을 연결하는 초지대인데, 1974년부터 100여년 가량 조선 최고의 말을 사육했던 갑마장이 있었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곳에 가서 '조랑말 박물관' 지금종 관장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런 유례를 전혀 몰랐습니다.

 

인터넷 리더십 연수를 시작하기 전에 조랑말 박물관 관장께서 인사를 하러 잠깐 들렀는데, 사회자가 소개하는 관장님 이름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소개말을 듣는 동안 연초에 읽었던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7 - 제주편>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종 관장에게 확인을 했더니 책에 나오는 바로 그 장소라고 확인을 해주었습니다. 낯선 연수 장소에 와서 아무생각없이 앉아 있다가 책에서 봤던 바로 그 장소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건물도 주변 경관도 모두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연수 사이사이 쉬는 시간마다 바깥으로 나가서 조선시대 갑마장이 있었다는 거대한 목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유홍준 교수는 말을 빼놓고는 제주를 다 봤다고 할 수 없다는 충고를 받아들여 자신의 답사기에 이곳을 포함시켰다고 하더군요.

 

450가구 1200여명의 주민이 살고있는 가시리마을은 약 220만평에 이르는 옛목장을 마을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조랑말 박물관도 바로 가시리 마을에서 지어 운영하기 때문에 국립, 도립, 시립, 군립이 아니라 국내 최초로 생기는 리립(里立) 박물관이라는 겁니다.

 

 

조랑말 박물관으로 가는 길입니다. 첫날 연수장소가 '조랑말 마음카페'라는 설명만 듣고 버스를 타고와서 정확히 어디에 왔는지도 모르고 멀리 보이는 특이한 둥근 건물로 향했습니다. 건물 가까이에 갔더니 조랑말 박물관이라는 간판이 있더군요. 짐작컨대 마음카페도 말소리가 들리는 카페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박물관 전시실에는 제주말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고, 바깥 목마장에는 말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좀 더 먼 곳에 거대한 풍력발전기는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철골 골리앗이 서 있는 것 같은 위압적인 느낌을 주더군요. 목마장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박물관 곳곳에는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시라기 보다도 그냥 조랑말 박물관의 일부가 되어있었습니다. 가시리 마을에서 운영하는 예술인 창작지원세터에 속해있는 예술가들의 작품이라고 짐작하였습니다. 

 

가시리에서는 문화예술인들에게 빈집을 내주고 6개월 동안 창작활동을 하면서 일주일에 하루 주민들과 어울려 재능기부를 하도록 하는 '레지던시' 사업을 벌였다고 하더군요.

 

 

다음세대재단 연수 참가자들에게 가시리 마을과 조랑말 박물관에 대하여 간단한 소개를 하고 있는 지금종 관장입니다. 이분 이름을 듣는 순간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소개가 끝날 무렵 확인해보니 <나의문화유산답사기7>에 나오는 그곳이라고 하더군요.

 

 

멀리서 바라보는 조랑말 박물관입니다. 사방으로 이어진 오름과 능선 사이 푸른 초원 위에 별로 튀지 않는 소박하고 나즈막한 건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건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 등장하는 잣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이 산으로 올라가 길을 잃지 않게 한 것을상잣성, 아래로 내려가 농작물을 헤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을 하잣성이라고 한다더군요. 제주도 화산암으로 쌓은 이잣성이 백리를 이어간다고 합니다.

 

 

목마장 한켠에는 몽골식 텐트인 게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게르들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중이라고 하더군요. 4동은 숙박을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고, 한 동은 식당으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예술가들이 많은 곳이라서 그런지 상설 무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즐거운 공연이 진행되는  날이 많은가 봅니다.

 

 

난방 시설이 잘 갖춰진 몽골식 텐트입니다. 아래 사진은 내부 구조입니다. 4명이 한 방에서 묶을 수 있도록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난방이 잘 되어있어 겨울에도 문제가 없겠더군요. 넓은 목장에서 한가로이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공간이었습니다.

 

 

땅만 있으면 이런 식으로 주말 주택 같은 것을 지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평 면적의 이 몽골식텐트는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어른 10여명이 힘을 모으면 설치가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멀리 오른쪽 몽골텐트 앞에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일행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날은 유명한 가시리 돼지고기 바베큐가 저녁 메뉴였습니다. 일하시는 분 설명에 따르면 가시리 돼지고기는 제주 흑돼지보다 더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이 몽골식 텐트는 숙소로 빌려주는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넓은 목장에 자리한 이 텐트는 유목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날씨가 맑은 밤에 이 넓은 목장에서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바라보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이 몽골식 텐트에서 하룻밤 자고 가면 참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를 보면 가시리 따라비오름은 가을 억새가 피어날 때 가장 아름답고, 녹산장은 유채가 만발할 때 가장 멋지다고 합니다. 이곳 녹산장은 제주에서도 유채꽃이 가장 많이 심어진 곳이라고 하더군요. 갑마장과 녹산로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채꽃길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뽑혔다고 합니다.

 

제주가시는 분들에게 '가시리'에 있는 전국 최초의(어쩌면 세계 최초일지도 모르는) '조랑말 박물관'과 목장을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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