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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부터 조기교육? 보행기를 버려라 !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머피의 법칙' 같은 일을 경험할 때가 잦다. 슈퍼 문을 닫고 나면 분유가 떨어지고, 열이 올라가는 때는 꼭 한밤중이며, 갑자기 아픈 날은 병원이 쉬는 주말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아이들이 주말만 골라서 아픈 것은 아니겠지만, 병원 쉬는 날에는 아이가 아팠던 경험을 더 오래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병원도 문을 닫은 난감한 날, '경기'를 하며 우는 아이를 할머니나 혹은 이웃 할머니가 바늘 하나로 신기하게 낳게 해준 경험을 해 본 엄마들이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상관없이 배가 아플 때는 아랫배를 쓸어주거나 놀란 아이들에게 찬물을 먹이는 것과 같은 아이 키우는 슬기를 가진 할머니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런 아이를 키우는 할머니의 슬기가 자꾸만 사라져 간다.

 

옛날처럼 할머니에게서 어머니,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아이 키우는 경험이 잘 전해지지 않아 걱정하는 이학선 할머니께서 일본 오사카보육연구소에서 펴낸 <한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를 비롯한 여섯 권의 책을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1923년생인 이학선 할머니는 함께 만나는 어린이집 교사와 부모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본에서 나온 이 책을 10년 동안 '대학 공책에 볼펜으로 꼭꼭 눌러써 가면서' 번역하였다고 한다.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시리즈는 나이 마다 한 권씩 한 살부터 여섯 살까지 유아기 어린이들을 다루고 있다.

 

1984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은 약 20여년 동안 오사카보육운동연락회를 중심으로 하는 보육운동 경험을 토대로 오사카 보육연구소에서 펴낸 책이며, 연구과정에는 부모, 교사, 의사, 건축가, 심리학자, 사회학자, 교육학자들이 참여하였다고 한다.

 

신체발달을 중심에 두는 육아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시리즈 제 1권은 한 살 어린이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결과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아이들 교육은 아이들 발달에 맞추어서 이루어져야 하며, 어떤 활동을 빨리 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능력을 제대로 갖추고 올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말하자면, 기기 전에 하는 활동 속에 기기 위한 준비 활동이 포함되어 있으며, 걷기 전에 하는 활동에는 걷기 위한 준비 활동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즉 걷는 활동을 위한 준비가 기는 활동 동안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는 활동을 충분히 하여야 잘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린이에게 뇌기능이 한 차원 높게 발달한다는 것은 지식이 증가한다거나 계산을 빨리한다는 뜻이 아니라 '전체발달'이 이루는 것이라는 관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말을 더디게 하는 아이는 대부분 말뿐만 아니라 몸 전체 기능이 늦게 발달하고 어긋나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가 온 몸을 크게 움직이는 운동과 손가락을 섬세하게 움직이는 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면서 말하는 능력이 발달해가는 것을 자주 경험합니다."(본문 중에서)

 

태어나서 1개월 무렵이 되면 아이는 어른이 얼러주면 손발을 움직이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데, 이를 '신나는 반응'이라고 한다. 1살 아이의 대표적 모습이 신나는 반응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반드시 눈을 맞추고 놀아주어야 한다. 3개월이 되면 아이도 눈을 맞추기 시작 한다. 신나는 반응은 나중에 말을 해나가는 바탕이 된다고 한다.

 

순한 아이 일수록 더 많이 얼러주어야

 

태어날 때 몸이 약한 아이, 혹은 순한 아이일수록 '웃는 얼굴'과 '신나는 반응'이 늦어지기 쉽기 때문에 얼러주는 기회가 줄어들어 점점 더 발달이 늦어질 수 있으므로 어른들이 더 많이 생각하고 헤아리면서 놀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이 울지 않는 순한 아이일수록 더 많이 얼러주고 놀아주라고 강조한다.

 

7개월 무렵이면 뒤집기를 시작하는데, 언제 뒤집는가 보다 어떻게 뒤집을 수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빨리 뒤집는 것 보다 올바로 뒤집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11개월 무렵 기기 시작할 때도 언제 기는가 보다는 어떻게 기어 다니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사카보육연구소는 연구원들이 아이들 몸짓을 깜짝 놀랄 만큼 세심하게 관찰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 '뒤집기'를 관찰한 사례를 예로 들어보면 이런 식이다.

 

① 힘들이지 않고 뒤집는가?
② 뒤집을 때 밑에 깔려 있는 손을 뺄 수 있는가?
③ 손을 뺄 수 있으면 팔을 펴고 배를 들고 가슴을 붙이며 얼굴을 확실하게 드는가?
④ 두 손의 손가락을 펴고 방바닥을 보면서 움직이는가?
⑤ 장난감을 주면 한쪽 손을 내미는가?
⑥ 눈길이 뒤집는 방향으로 먼저 가는가?

 

<한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는  뒤집기, 배밀이, 기기, 서기, 걷기와 같은 모든 아이들의 몸짓을 충분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살 시기에 발달하는 이런 몸 움직임이 너무 일찍 무리하게 시작되면 오히려 근육 발달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배밀이, 기기, 서기, 걷기와 같은 각 단계마다 아이들 몸짓을 상세히 관찰하여 소개하고 있다. 심지어 기는 활동 하나만 해도, 서기 전에 기는 것과 서고 난 후에 기는 것은 손발이 교차하는 모습이 다르다고 한다.

 

아이를 얼러주는 것 역시, 처음에는 눈을 맞추고 소리로 얼러주지만, 6개월 무렵부터는 가볍게 흔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며, 비행기 놀이, 목말태워 흔들기와 같은 활동으로 평형감각을 키워줄 수 있다고 한다. 9개월 무렵에는 심하게 얼러주어도 괜찮다고 한다. 얼러주는 활동은 온몸운동과 손을 발달시켜준다는 것이다.

 

한 살부터 시작되는 조기교육, '보행기'

 

이런 과정을 거쳐서 아이들은 두 살 무렵이 되면 걷기 시작하는데, 걷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전 단계의 발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한다.

 

"걷기 전에 바닥에서 바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두 손을 바닥에 댄 채 천천히 윗몸을 일으켜 설 수 있어야 된다. 걷는 것 보다 서는 것이 중요하다. 꼿꼿하게 바로 선후에 두발로 걸어야 한다."(본문 중에서)

 

한 살 아이 몸 움직임은 풍부한 이동이라고 말 할 수 있는데, '뒤집기 -> 엎드려서 뒤로 기기 -> 배밀이 -> 손발로 기어 다니기 -> 높게 기어 다니기' 순으로 발달한다는 것이다. 걷기 전에 충분히 기어야만 걷는데 필요한 근육들이 발달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보행기를 사용하여 아이들이 충분히 기어 다닐 수 없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엄마들 대부분이 사용하는 보행기는 한 살부터 시작되는 조기교육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밖에도 <한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에는 한 살 어린이의 건강과 안전, 몸 단련, 아기체조, 젖먹이기, 물 먹이기, 수유와 이유식, 생활습관 익히기, 똥오줌 누기, 대화하기, 노래 부르기, 자세 바꾸기, 어르기와 같은 활동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집 교사를 위하여 한 살 아이와 어떻게 만날 것인지, 어떻게 마음을 나눌 것인지, 아이들을 어떻게 관찰해야 하는지,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어떻게 내다보아야 하는지와 같은 육아정보가 풍부하게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관찰한 것을 어떻게 잘 기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교사로서 마음가짐과 생활태도를 친절하게 정리해놓았다.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이란?


<한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덧붙이는 말에는 눈여겨 볼만한 짧은 글이 한편 있는데, 바로 '어린이 발달과 보육의 관계'라는 글이다.

 

한글, 영어뿐만 아니라 축구와 인라인스케이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빨리 가르쳐야 한다는 조기교육 열풍에 불안한 엄마들이 많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라는 발달에 맞추어서 교육해야 한다는 '적기교육'을 강조하는 흐름도 있다. 그런다면 어린이 발달과 교육은 어떻게 관련되어 있을까? 교육과 발달의 관계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첫째는 '교육이 발달을 뒤쫓아 간다'는 관점으로 어린이 발달과 교육은 독립되어 있어 교육이 발달의 성과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고, 두 번째는 '교육은 발달이다'고 보는 관점이 있는데, 어린이는 교육 받은 만큼 발달한다고 보는 것이다. '조기교육'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는 '교육과 발달은 서로 상호작용'한다고 보는 관점이 있는데, 교육이 발달을 뒤좇기도 하고, 발달과 보조를 맞추기도 하며, 발달에 앞서서 발달을 드높이기도 한다는 견해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세 번째 발달과 교육의 관계에서는 '근접발달 영역'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어린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현재 발달 수준'과 혼자서 할 수는 없지만 어른이 도와주면 할 수 있는 수준의 차이를 '근접 발달 영역'이라고 하는데, 보통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근접 발달 영역'에 작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르칠까' 보다는 '어린이가 어떤 활동을 할 수 있게 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어린이는 단순히 가르치면 발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활동하면서 발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어린이가 스스로 하려고 하는 활동을 교육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어른들이 어린이가 바라는 것을 미리 알아차리고 모두 해결해 버리면 어린이는 늘 남에게 기대고 스스로 활동하려는 마음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어린이가 스스로 하려고 하는 활동을 교육으로 끌어내는 것이며, 어린이가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켜보며, 때로는 좌절하지 않도록 능력에 맞게 도와주며, 모순을 극복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이라는 것이다.

 

비록 일본에서 연구된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아이 한 살 아이를 키우는 슬기가 가득 담긴 책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에게는 물론이고, 아이 키우는 '슬기'를 어머니에게 물려  받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요즘 엄마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다. 우리시대 최고의 육아책이라고 생각한다.

 

한 살,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 10점
오사카보육연구소 지음, 이학선 옮김/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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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3
  1. 2013.10.06 01:4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이윤기 2013.10.06 22:33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퍼 가셔도 좋습니다.
      다만 원본 출처(www.ymca.pe.kr)를 꼭 명기해주시기 바랍니다.

    • 드림플래너 2013.10.09 01:06 신고 address edit & del

      감사합니다
      이번 달 안에 올릴 예정이구요
      원본출처와 선생님 이름 올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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