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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역사 왜곡, 국가보훈처의 헛발질

어제  5.18서울기념사업회로부터 기가 꽉 막히는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기가 꽉 막히는 메일 내용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5.18서울기념사업회가 제 33주년을 기념하는 서울 행사의 일환으로 '5.18기념 제 9회 서울청소년대회'를 개최하였다는 것과 문학과 미술작품을 공모하여 심사를 하고 있는데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수상작품 교체를 요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5월 3일(금) 수상자 발표를 예정하고 있었으나 5월 2일(금)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수상작 교체를 요구하는 바람에 수상자 발표를 보류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문가 심사'를 거친 예술 작품에 대하여 공무원들이 교체를 요구하는 비상식적 요구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함께 보내 온 성명서에는 서울지방보훈청장의 공식사과와 책임있는 답변 요구 그리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노래로 지정하라는 요구까지 담겨 있습니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신 5.18 노래를 만들겠다고 해서 논란을 빚었다가 몇일 사이에 5.18관련 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잇따르고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새누리당 의원들 조차 반대 목소리를 내자 지금은 한 발 물러서는 형국입니다.

 

 

 

 

아무튼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청소년들이 주인공으로 참가한 제 9회 서울청소년대회 수상 작품들이 화제가 되었던 영화 '27년'같은 작품들 못지 않게 5.18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법원이 판결한 추징금조차 내지 않고 사과 한마디 없이 뻔뻔스럽게 버티고 있는 전두환을 추종하는 자들이 이런 작품을 보고 심기 불편해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아니면 대구공고 동문들처럼 아직도 전두환을 국가지도자로 칭송하며 따르는 정신나간 자들이 국가보훈처에도 남아 있어서 전두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만한 일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이번 논란이 아니었으면 저는 이렇게 5.18을 제대로 묘사하고 기억해나가는 청소년들의 작품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갈 뻔 하였습니다. 올해도 문학 부문 수상자로 뽑힌 유승민(초6)군이 작년에 쓴 시 '29만원 할아버지'는 전두환의 뻔뻔스러운 작태를 제대로 꼬집은 훌륭한 작품이었는데, 1년 동안 이런 작품이 있는 줄도 몰랐었네요.

 

어제 이메일을 받고나서야 국가보훈처가 작년에 이 작품이 수상작으로 결정된 것을 매우 불편하게 받아들였다는 것과 올해 수상작품 교체를 요구하는 단초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가보훈처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을 한 덕분에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5.18기념 청소년대회'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지난 몇일 사이에 언론에 보도된 '서울 5.18기념 청소년대회' 수상작품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먼저 2012년 제 8회 대회 수상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던(저는 몰랐지만) 작품 '29만원 할아버지'입니다. 인터넷에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29만원 할아버지
  
우리 동네 사시는
 29만원 할아버지
 아빠랑 듣는 라디오에서는 맨날 29만원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큰 집에 사세요?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셨으면
 할아버지네 집앞은
 허락을 안받으면 못 지나다녀요?
 해마다 5월18일이 되면
 우리 동네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도 할아버지 때문인가요?
 
호기심 많은 제가 그냥 있을 수 있나요?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죠.
 너무나 끔찍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어요.
 왜 군인들에게 시민을 향해
 총을 쏘라고 명령하셨어요?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죽었는지 아세요?
 할아버지가 벌 받을까 두려워
 그 많은 경찰아저씨들이 지켜주는 것인가요?
 
29만원 할아버지!
 얼른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비세요.
 물론 그런다고 안타깝게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유족들에게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주면 안 되잖아요
 제 말이 틀렸나요?
 대답해 보세요!
 29만원 할아버지!

 

(서울연희초등학교 5학년 유승민)

 

 

이 친구는 올해도 '눈물'이라는 작품으로 수상자에 포함된 모양입니다. 일부 언론에서 이 친구의 작품에 대하여 보도를 하였더군요. 5·18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는 16~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33주년기념 서울행사'에서 청소년들의 기억과 질책을 담은 글과 그림 사진 등 수상작 37편을 시민들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역대 서울청소년대회 수상작품은 5.18 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 (http://www.518seoul.org/) 홈페이지에서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친 예술 작품에 대하여 수상작 교체를 요구하는 비상식적 작태를 보인 국가보훈처 덕분에 언론의 관심과 주목을 받아 더 많은 작품들이 알려지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아이러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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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1
  1. 제철찾아삼만리 2013.05.09 10: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초등학생눈에 비친 29만원할아버지..
    맘에서 울컥하네요
    진실을 말했는데 말이죠
    글 뭉클하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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