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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많이 먹지 말고 잘 먹어야 한다

땅에 발 딛고 사는 짐승을 먹지 않고 사는 것이 올해로 11년째. 소, 돼지, 닭과 같은 육식을 안 할 뿐만 아니라 첨가물이 포함된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도 멀리한 지 오래되었다. 물론 "그럼 10년 동안 한 번도 안 먹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잘 지키며 살아왔다.


처음엔 육식을 하지 않거나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거부하는 것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나 친구들에게 미안한 적도 많았다. 모임이 있거나 함께 식사를 할 때마다 나 때문에 더 많이 고민해야 하는 일이 생겨서다.


그러나 요즘은 좀 편해졌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나도 '나 때문에 그들이 한 끼라도 몸에 나쁜 음식 안 먹고, 지구환경에 부담을 덜 주게 되는 거다'라고 마음먹고 살기로 했다.


지난 10년 동안 혼자서만 그렇게 살아오지는 않았다. 몸 담고 있는 단체에서 운영하는 유아대안학교에 유기농 급식을 시작한 지 7~8년이 지났다. 안병수 선생이 쓴 베스트셀러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 나오기 전에, KBS 프로그램 '추적 60분'에서 과자에 포함된 첨가물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매년 아이들과 함께 '공장 과자 안 먹기 운동'이란 걸 해왔다.

 

생활협동운동을 하는 주부 모임을 넓혀가는 일에도 힘을 보태고, 학교급식 조례를 만드는 운동도 거들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대체로 나와 생각이 비슷하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다.

사회에서 점차 젊은 주부들이 식품첨가물과 패스트푸드 같은 나쁜 음식을 고발하고, 생활을 바꾸는 일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가끔 만나는, 웬만해서는 생각과 습관을 바꾸지 못하는 40~50대 '수컷'들의 '저항'이 심할 때가 있다. 사실,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나이 많은 수컷이 가장 안 변한다는 말이 <100마리째 원숭이가 되자>라는 책에 나온다. 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그럼 도대체 뭘 먹고 살란 말이냐?'라는 질문이다.


"소고기는 광우병, 돼지고기는 구제역, 닭고기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문제고 항생제, 성장촉진제가 들어가고", "바나나, 오렌지는 농약과 방부제에 찌들어 있고" 라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어김없이 듣게 되는 이야기가 바로 "그럼 도대체 뭘 먹고 살란 말이냐?"라는 까칠한 질문이다.


'도시맘의 시골 밥상 차리는 10대 원칙'

1. 부모가 먹는 밥상부터 점검하라 !

2. 냉장고와 냉동고를 없애라 !

3. 깐깐한 사감 선생님이 되어 제철 먹을거리를 구입하라 !

4. 친환경 식품매장에서 함께 장을 보라 !

5. 자연에서 얻는 먹을거리를 직접 체험하게 하라 !

6. 평생 입맛을 좌우하는 이유식에 필승하라 !

7. 편식하는 아이는 굶겨라 !

8. 식습관 캠프에 보내라 !

9. 간식을 무시하지 마라 !

10. 천연 조미료를 사용하고, 조리법도 깐깐하게 따져라 !

 

내가 많이 받는 이런 질문들에 다섯 살 딸 아이 엄마이자, 요리연구가인 이미경이 꽤 두꺼운 답을 내놨다. <도시 맘의 시골밥상>이 바로 그 책이다.


태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아이들을 위한 238가지 친환경 요리 만드는 법을 책으로 엮었다. 그런데 그냥 단순한 요리책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영어교육보다 중요한 것이 먹을거리에 대한 철학이라는 생각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김지하 시인의 시 '오적'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들 건강을 위협하는 다섯 가지 먹을거리, '어린이 건강 5적'을 선정하였는데, 그 5적은 바로 식품첨가물, 패스트푸드, 유전자변형식품, 농약 먹고 자란 불량식자재, 말 많고 탈 많은 학교급식이다.


어린이 건강 5적


식품첨가물은 지난해 방송에서 과자에 포함된 첨가물이 아토피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사회의 관심을 끌었는데 현재 국내에서 사용이 허가된 식품첨가물만 618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도시 맘의 시골밥상>에서는 환경모임인 '다음지킴이본부'에서 선정한 먹지 말아야 할 5대 식품첨가물과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타르계 색소 : 석유에서 추출한 물질로 일부 타르색소는 인체에 간독성, 혈소판 감소증, 천식, 암 등을 유발한다는 보고, 적색 2호 - 발암위험, 황색 4호 - 천식유발, 황색 5호 - 종양 발생, 청색 1호 - 과잉행동, 적색 3호 갑상선 종양 발생, 적색 40호 - 쥐 암발생 등


안식향산나트륨 : 탄상음료 성분, 움 손상으로 간경변,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병 유발. 음료속의 비타민C와 결합하여 벤젠이 생성되기도 함. 눈, 점막의 자극, 신생아 기형 유발, 두드러기 등 피부염 위험


아황산나트륨 : 식품속 세균 억제, 갈변방지, 밀가루 반죽 품질개선, 표백작용에 사용, 강산성으로 식도 위점막 자극, 신경염, 만성기관지염, 천식 유발


아질산나트륨 : 햄, 소시지 등 육가공품에 색깔을 냄, 구토, 발한, 호흡곤란 등 부작용, 육류와 반응하여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 화합물질 생성. 돌연변이, 출산 장애 위험


MSG : 조미료로 주로 사용, 동물 실험에서 뇌신경세포 손상 보고, 두통, 메스꺼움, 허약, 호흡이상, 심박수 변화 등 부작용


식품첨가물 뿐 아니라 어린이 건강 5적에 포함된,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는 미국에서 비만과 당뇨의 주범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트랜스지방으로 인한 동맥경화, 비만, 심장병 위험 등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콩을 비롯한 옥수수, 면화 등 유전자 조작식품 역시 위험하다. 해충 내성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은 독성은 물론이고 발암 위험, 생태계교란 위험이 보고되기도 하였단다.


 <도시 맘의 시골밥상>에서는 농약에 대한 위험과 친환경농산물 표시와 구분법, 그리고 요리에 앞서 조금이라도 야채나 과일에 포함된 농약을 줄이는 비법(?)도 소개하고 있다. 짤막하긴 하지만 학교급식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방안, 관심있는 사람들의 모임, 유용한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는 곳도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다.


꼭 먹여야 할 24가지 식재료


이미경은 요리연구가답게 다른 책들에서 다루지 않은 여러 가지를 짚어내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이에게 꼭 먹여야 할 24대 식재료'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 재료 6가지씩과 일년 내내 필요한 재료 4가지를 다음과 같이 선정하였다.


봄 - 당근, 멸치, 명태, 시금치, 연근, 우엉

여름 - 감자, 부추, 삼치, 양배추, 토마토

가을 - 고구마, 김치, 버섯, 사과, 잡곡, 콩

겨울 - 고등어, 굴, 다시마, 대구, 무, 배추

사계절 - 닭고기, 된장 청국장, 두부, 들기름


어느 계절에 어떤 재료가 왜 어떻게 좋은지에 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은 분들은 <도시 맘의 시골밥상>을 읽어 보시기 바란다.


이밖에도 좋은 재료를 계절별로 갈무리하는 법, 된장·간장·소금·청국장·달걀과 같은 좋은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 된장·고추장·간장·소금·식초·오일·액젓과 같은 기본 음식재료를 잘 고르는 법과 만드는 법 그리고 어떤 요리에 어떤 재료가 어울리는지도 소개되어 있다.

 

식초를 예를 들어보면 마시는 식초, 곡물식초, 과실식초 등 일곱 가지가 넘는 식초별로 어떤 요리에 어울리는지 꼼꼼히 소개하고 있다.

 

요리연구가답게 요리에 기본이 되는 각종 양념장 만드는 법이 포함되어 있는데, 채소용 양념장 여섯 가지, 해물용 양념장 열한 가지, 육류용 양념장 여섯 가지, 샐러드드레싱 세 종류를 만드는 방법과 재료도 빠뜨리지 않고 소개한다.

 

국물요리가 많은 우리 식단에 맞는 다양한 천연조미료 만드는 법도 있다. 다시마·멸치·호박·들깨·표고·새우·냉이·생강·잣을 이용하여 천연조미료를 만드는 방법이 모두 들어 있다. 음식을 만드는 기본 재료와 양념들에 대한 꼼꼼한 소개뿐만 아니라 건강한 요리를 돕는 친환경 주방기구들과 흔하지 않은 기구를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소개하고 있다.


태아부터 초등까지 시골 밥상을 위한 기본 준비


이미경은 <도시 맘의 시골밥상>을 '태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엄마밥 먹이기 프로젝트'라고 이름붙였다. 그래서 태아식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유식에 이르는 유아기 음식의 중요성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요리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임산부가 잘 먹어야 한다는 말의 뜻은 무엇인가? 흔히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어야 된다고 하지만, 이 말은 옛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산부는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 무작정 많이 먹는 임산부는 태아의 비만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임신중기까지는 평소 먹던 양만큼 먹어도 괜찮아요. 조금씩 양을 늘여야 하는 때는 임신 중기부터인데, 아무리 양을 늘린다고 해도 임신 말기까지의 적정 양은 1.5인분 정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본문 중에서)


임산부가 태아를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며,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 그리고 모유를 먹어야 하는 이유, 모유수유 방법도 꼼꼼히 챙길 뿐만 아니라 안전한 주방도구와 식기에 대한 구분도 빠뜨리지 않는다. 특별히 일하는 엄마를 위한 이유식 장보기 노하우 - 쇼핑리스트 만들기, 냉장고 정리, 재료 손질, 재료보관법 등 -는 아이가 없는 가족들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유식 편에서는 초기, 중기, 후기, 완료기 4단계로 나누어 무려 40가지에 이르는 이유식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와, 이런 것도 이유식이 되는구나" 싶은 놀랄만한 다양한 이유식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래도 버겁지 않은 것은 만드는 방법이 복잡하고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요리연구가가 쓴 책이라고 하면 대체로 집에 없는 재료들을 소개해 책을 보고 만들어보려는 사람들의 기를 죽이는 일이 많은데, <도시 맘의 시골밥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냥 시골밥상을 차리는데 들어가는 흔한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이라는 것이다.


3부에서는 아토피 아이들을 위한 건강 밥상, ADHD 아이를 위한 해결밥상, 두뇌발달을 돕는 밥상, 허약체질개선을 위한 밥상, 비만을 퇴치하는 건강밥상 등 아프고, 허약하고, 살찐 어린이들을 위한 맞춤 식단을 담고 있다.


단순히 맛있는 밥상, 키 크는 식단이 아니라 제철 음식이라는 기준, 식품첨가물을 비롯한 위험한 식재료를 포함하지 않은 원칙이 지켜진 괜찮은 요리책이다. 유기농밥상, 건강한 밥상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단 번에 깨줄 수 있는 요리책이다.

 

 


도시맘의 시골밥상 - 10점
이미경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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