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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맛있는 죽도시장 수제비 골목...

지난 주말에 포항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오랜 만에 만난 친구들과 푸짐하게 저녁을 먹었는데도, 아침에 눈을 뜨니 배가 고프더군요. 과음을 하지 않았지만 따끈하고 시원한 국물이 그리웠습니다.

 

포항 사는 친구가 북부해수욕장 근에 성게 국수를 잘 하는 집이 있다고 하여 찾아갔더니 문이 닫혔더군요. 차를 돌려 죽도시장으로 갔습니다. 시장통에 가면 국밥이든, 국수든 따끈한 음식으로 해장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막무가내로 나섰지요.

 

죽도시장으로 가면서 포항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죽도시장이 상북도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하면서 음식을 파는 곳이 많으니 알라서 사 먹으라고 하였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죽도시장을 검색하던 한 친구가 '수제비 골목'이 유명하다면서 수제비를 먹으러 가자고 하더군요.

 

일요일 아침이었지만 시장에는 활력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차를 주차하고 길 건너 죽도시장으로 들어가서 시장 상인분에게 '수제비 골목'을 물었더니 마침 바로 근처더군요. 골목에 들어서니 수제비와 칼국수를 파는 가게가 좁은 골목을 마주보고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커다란 통에 밀가루를 붓고 밀가루 반죽을 시작하는 집도 있었고, 하얀김이 풀풀 올라오는 솥에서 연신 국수와 수제비를 삶아내는 집도 있었습니다. 어느 집이 더 맛있는지 모랐기 때문에 손님이 가장 많은 집을 골라 들어갔습니다.

 

앞서 들어간 가족들이 "섞어 6개 주세요"하고 주문을 하더군요. 저희 일행은 모두 10명이었는데, 사장님은 저희에게도 "모두 섞어로 들일까요?"하고 물었습니다. 섞어가 무슨 말이나고 물었더니 칼국수와 수제비를 반반 섞어서 주는 걸 섞어라고 한다더군요.

 

메뉴판에는 '칼수제비'라고 적혀 있었는데, 가게를 찾은 손님도 주인인 사장님도 그냥 '섞어'라고 부르더군요. 저희도 섞어 10그릇을 시키고 20분쯤 기다렸더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수그릇이 들어왔습니다.

 

 

사진으로 보시는 것이 '섞어'입니다. 칼국수와 수제비가 섞여 있는 '칼수제비'이기도 합니다. 양념장과 땡초를 넣고 휘휘 저어서 젓가락을 들었더니 국수가 먼저 젓가락에 걸리더군요. '섞어'는 국수를 먼저 젓가락으로 건져먹고, 나중에 숟가락으로 남은 수제비를 건져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겠더군요.

 

두꺼운 수제비와 함께 끓인 탓인지 국수는 면발이 툭툭 끊기고 쫄깃한 맛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말랑말라한 면이 부드럽게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더군요. 저녁에 과식을 한 탓인지 시원하고 따끈한 국물과 툭툭 끊기는 국수가 오히려 먹기에 좋았습니다.

 

국수를 다 먹고 수제비를 먹을 때는 씹히는 느낌이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두터운 식감과 약간 퍽퍽한 느낌이 나서 국수에 비하여 맛이 덜하더군요. 국수도 맛이 좋았지만 진하게 우려낸 멸치 육수 맛이 아침 해장으로 최고였습니다.

 

 

칼수제비인 '섞어'는 수제비 골목에 왔다가 칼국수도 먹고 싶고 수제비도 먹고 싶어 고민하는 손님들을 위해 만들어 낸 메뉴인듯 하였습니다. 누군가 수제비 시킬까 칼국수 시킬까 하는 고민하다가 '칼국수와 수제비를 섞어서 한 그릇으로 끊여 달라'고 했을 수도 있을테구요.

 

아무튼 칼수제비는 그릇을 반으로 나누어 짬뽕과 짜장면 담아주는 짬짜면보다는 훨씬 준비하기 쉬워보였습니다. 먹는 입장에서도 칼국수와 수제비를 두고 고민하지 않고, 칼국수 반 수제비 반을 섞어 먹을 수 있어 좋겠다 싶더군요.

 

하지만 막상 칼국수와 수제비를 섞어 먹어보니 생각이 바뀌더군요. 사람마다 입맛이 다 다르겠지만, 저희 일행의 의견은 비슷하였습니다. 다음에 다시 가면 그냥 '칼국수'를 먹어야겠다고 하더군요. 칼국수와 수제비 중에서는 칼국수가 낫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습니다.

 

 

칼수제비 한 그릇과 무한 리필이 가능한 깍두기가 전부이고, 수제비와 국수에 넣는 양념장과 땡초가 식탁에 올라오는 전부입니다. 소박한 한 그릇이지만 아침 해장으로 이 정도면 그만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식재료를 파는 골목입니다. 이 골목에서 시장 안 쪽으로 한 골목 더 들어가면 '수제비 골목'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곳은 밑 반찬과 젓갈류를 파는 골목입니다. 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왼쪽으로 수제비 골목이 등장합니다. 죽도 시장에 들어가서 상인들에게 물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포항에 가서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면 이른 아침 죽도시장에서 칼국수나 수제비 한 그릇으로 해장을 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어느 집이 제일 맛있는 집인지는 모릅니다. 골목에 죽~ 늘어선 수제비집 중에서 아무 곳이나 골라 들어가도 크게 맛이 다를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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