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아들이 군대 입대하던 날

28년 전 5월에 원치 않는 군 입대를 해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한데 벌써 세월이 바람처럼 흘러 어제 아들이 공군으로 입대를 했습니다. 1987년 6월 항쟁과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민주화의 운동과 변혁 운동의 물줄기를 지켜보면서 늦어도 30년 쯤 후에는 군대를 가지 않는(징집->모병) 세상이 올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는 기대보다 훨씬 더딘 것 같습니다. 50년 전, 100년 전과 비교하면 세상이 참 많이 달리진 것 같으면서도 본질적인 사회 구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최근 6년을 되돌아 보면 마치  커다란 벽이 가로막혀 있는 듯한 절망감이 엄습해올 때도 있습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은 제 군생활을 돌아볼 때 좋은 추억보다 안 좋은 기억이 훨씬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들을 낳아 기르면서 입버릇처럼 군대에 가지 마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만약 아들 녀석이 스스로 선택하여 '병역거부자'가 되었다면 얼마든지 환영하고 지지해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이 문제로 아내와 다툰 일도 여러 번 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화를 많이 내더군요. 아마도 평범하지 않은 삶을 선택하며서 겪어야 하는 여러가지 힘든 일들을 떠올리기도 하였을 것이고, 아들 녀석이 깊은 고민없이 겉멋만 드는 것을 경계하는 뜻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아들 녀석은 병역거부를 선택하지도 않았고, 병역 거부를 선택할 만큼 인권과 사회의식이 투철하거나 종교적 신념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대학에 입학 한 후에 법을 어기지 않고 병역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듯 하더니 기회가 워낙 적어 그마저도 일찍 포기해버더군요.

 

결국 별 준비없이 대학 생활 2년이 지나갔고, 아들 녀석은 남자 친구들과 학과 선후배들이 다 군대로 떠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고 입대를 선택하였습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도 비교적 차분하게 기다리던 아들 녀석은 입대를 일주일쯤 앞두고는 좀 초조해하더군요. 제 엄마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2년이라는 긴 시간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기 시작하더군요.

 

아들 녀석의 기대와 달리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고, 어제 오후 2시 진주에 있는 공군훈련소에 입대를 하였습니다. 28년 전 제가 입대하던 시절과는 참 많이 바뀌었더군요. 1600명이 입대를 하는데, 장병 숫자의 3~4는 되는 가족들이 입영 장병들을 격려하러 왔더군요.

 

부대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1시 20분쯤 부대에 들어갔는데, 이미 연병장엔 입영장병들과 가족들로 가득하더군요. 요즘은 입대식도 하더군요. 훈련병들을 맞이하는 훈련단장은 부모들에게 "이제 더 이상 군대는 썩으러 가는 길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하고 "부모님들이 입대하던 시절과는 먹고, 자고, 입고 하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하더군요.

 

요즘 군대는 정말 좋아졌을까요?

 

1985년에 비하면 GDP가 무려 6배나 증가했으니 먹고, 자고, 입고 하는 것이 바뀐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세상이 다 변하는데 군대만 안 바뀌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지요. 부대장의 자랑과 달리 첨단 무기 도입과 직업 군인들의 처우 개선에 비하여 일반 사병들의 삶의 질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더군요.

 

마침 아들을 입대시키고 온 날, 아이엠피터가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 (30년 간 군대가 못한 일, 사병 출신 젊은 초선의원이)을 보니 군 장병들이 사용하는 수통을 30년 만에 바꾸었더군요.

 

제 생각엔 밥이 잘 나오고, 보급품이 좋아지고, 숙소가 현대식으로 바뀌고, 월급이 오르는 것으로 대한민국 군대가 바뀌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냥 겉 모습만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로 대한민국 군대가 바뀐다는 건 남북간 평화 공존 체제가 자리를 잡고, 징병제가 모병제로 바뀌어야 군대가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영식엔 입영장병의 부모 대표 그리고 애인 대표가 나와서 격려사와 인사말도 하고, 훈련을 담당하는 지휘관들도 나와서 인사를 하였습니다. 20여 분간 진행된 입영식이 끝나자 입영 장병들은 연병장을 한 바퀴 돌면서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숙소로 이동하였습니다.

 

가족과 헤어질 땐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던 아들 녀석은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걸어갈 땐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손을 흔들었습니다. 지켜보고 있는 제 엄마를 생각하면서 최대한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지 싶습니다. 사진 속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녀석이 아들입니다.

 

평소엔 벼게에 머리만 대면 잠을 자는데 간밤에 쉬이 잠이 들지 않았습니다. 낯선 곳에서 첫날 밤을 보내고 있을 아들 녀석이 생각나더군요. 앞으로 여러 날 동안 비겁하지 않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해야 할 녀석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글로 다 옮길 수 없는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는 밤이었습니다.

 

30년이 다 지난 지금도 군대에 대한 기억이 치떨리게 싫은 것은 당장 몸과 마음이 편하려면 순간순간 비겁한 삶을 선택해야만 했던 씁쓸한 경험들 때문입니다. 피할 수 없는 일에 맞닥뜨렸으니, 깊이 고민하고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들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Trackback 0 Comment 4
  1. 푸른옷소매 2014.02.25 12:2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건강하게 잘 다녀올껍니다. 제 맘이 다 무겁네요. 남의 일이 아니기도 하구요. ㅎ

    • 이윤기 2014.03.03 08:38 신고 address edit & del

      한반도 평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더군요.
      5주후 수료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이화정 2014.02.25 12: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글을 읽고 있으니 제 속이 뒤숭숭해지네요...
    아들보다는 아저씨 마음을 더 잘 추스리셔야 겠는걸요^^

    • 이윤기 2014.03.03 08:39 신고 address edit & del

      음~ 제가 많이 힘든 건 아닙니다.
      마음이 힘 들었던 옛 생각이 많이 났을 뿐입니다.

청소년이 직접 뽑은 김경수, 박종훈 당선증 전달 !

청소년이 직접 뽑은 경남교육감 박종훈 당선자 제1호 당선증 전달 지난 16일(토) 오전 10시 경남교육청에서는 <613 지방선거 청소년 모의투표 운동본부>회원들이 재선 경남 교육감으로 선출된 박종훈 당선자에게 '청소년이 직접 ..

황교익도 찬성하는 GMO 진짜 안전할까?

유명 맛칼럼 작가이자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만찬 기획자로 더 유명해진 황교익 선생, 그의 강연과 글은 늘 놀랍고 유쾌한 인문학적 통찰이 담긴 음식이야기로 사람들을 사로잡습니다. 음식으로 유명세를 타는 건 비슷하지만 백종원과는 급..

투표권 없는 청소년들...모의투표 꼭 하세요.

전국YMCA 온라인 www.18vote.net 오프라인 투표소 운영 6.13 제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18세 참정권 실현을 위한 6.13 청소년모의투표 운동본부>(www.18vote.net)를 결성하고 전국 18개..

애플에서 위자료 100만원 받는 꿈...깨졌다

애플 위치 정보 수집...소비자 소송 대법원 패소 지난 2011년 8월 2만 7623명이 원고로 참여한 '애플 소송'에서 소송 시작 후 7년 만에 대법원 최종심에서 원고 패소로 끝났습니다. 애플코리아 유한회사와 애플 인코포레이..

문재인 울린 이 남자 한국당 텃밭서 시의원 꿈꾼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원 아선거구'에 민주당 공천을 받아 시의원에 출마하는 전홍표 예비후보,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시민단체에서 오랫 동안 환경운동을 해온 활동가이면서 환경공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입니다. ..

이사 갈 옆집에 성범죄자...계약해지 가능할까?

시골마을 전원주택으로 이사 가려고 집을 계약하고 중도금까지 치렀는데 옆집에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일하는 '창원시평화인권센터'에 접수된 상담 사례입니다.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

완치는 없다는 통풍...두 달만에 세번째 발작

[연재기사] 2018/04/30 - [숨 고르기] - 채식에 운동까지 하는데, 왜 내게 이런 병이... 2018/05/04 - [숨 고르기] - "통풍은 위험한 병 아니지만 불치병" 통풍일기 ③ 약 먹어도 요산 수치는 오르락 ..

개나리, 분꽃, 붓꽃 모두 차로 마실 수 있어요

이영득, 고찬균 쓴 <행복한 꽃차 만들기> 몇 해 전 봄에 흐드러지게 핀 '목련'을 따다 꽃차를 만들었던 일이 있습니다. 당시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목련꽃차' 이야기를 듣고 아무 공부 없이 등산로 어귀에 활짝 핀 목련꽃을 따..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까지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

팔당 농부 김병수의 세계 공동체 순례 여행기 <사람에게 가는 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하여 세계 공동체를 찾아 떠난 여행.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만 막상 그 꿈을 ..

정당없는 야심찬 도전, 지역 정치 확~ 바꿀까?

세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아빠가 정당공천도 받지 않고 '시민 후보'로 부천시의원에 출마합니다. 기초의원 선거에 정당공천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시민 후보'로 기초의원에 출마하는 일이 더러 있었습니다만, 2006년 정당공천제가 도..

수디오 블루투스 이어폰 '베사 블랑2' 로즈골드 화이트

북유럽 스웨덴 디자인으로 만든 핸드메이드 이어폰 회사 '수디오'에서 새 블루투스 이어폰 '베사 블랑'을 출시 하였습니다. 수디오는 여러 종류의 유무선 이어폰과 헤드폰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이번에 기존 '베사 블랑' 업그레..

"통풍은 위험한 병 아니지만 불치병"

[통풍일기②] 주사 맞고 약 먹으니 좀 나아지는 듯하더니... 첫 번째 통풍 발작이 일어난 다음 날, 휴가를 내고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갔습니다. 전날 해 둔 피검사 결과도 얼른 확인하고 싶었지만 밤새 통증이 더 심해지고 발이 ..

채식에 운동까지 하는데, 왜 내게 이런 병이...

[통풍일기 ①] 갑자기 찾아온 왼발 통증, 쇳덩이에 찍힌 것처럼 아팠다 '병은 자랑해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누구 못지않게 바른 먹거리와 자연 건강법에 관심을 가지면서 살아온 터라 제 병을 자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주..

스웨덴 이어폰 수디오 워런티 받아봤더니...

제 블로그에 몇 차례 Sudio 이어폰 사용 후기를 포스팅하였습니다. Sudio 이어폰은 스웨덴 Sudio사에서 만든 유럽 감성의 디자인으로 제작된 핸드메이드 이어폰입니다. 저의 경우 Sudio사의 블로그 및 SNS 리뷰 마케..

권력은 탐욕의 상징? NO 정치발전의 동력 !

[서평]최장집이 엮고, 박상훈이 옮긴<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지역에서 여러 일을 같이하는 시민단체 활동가의 추천으로 읽은 책입니다. 오늘의 정치 현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닙니다만, 정치철학을 다룬 '고전'..

미세먼지, 중국 탓만하지 말고 경남 교육청처럼 하라 !

지난 4월 10일 마산YMCA 제 77회 아침논단에 전홍표 박사가 '미세먼지, 당신의 숨은 안녕하십니까?'를 주제로 발표를 하였습니다. 전홍표 박사는 경남교육청에 근무하는 동안 도교육청 미세먼지 대책의 기초를 튼튼하게 만들어 ..

미세먼지, 당신의 숨은 안녕하십니까?

국내 최고의 미세먼지 현장 전문가 ! 전홍표 박사 강연 ~ 전홍표 박사가 마산YMCA 제 77회 아침논단 강연을 맡았습니다. 1999년에 시작된 마산YMCA 아침논단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우리 사회의 중요한 ..

창원시의회, 전홍표 같은 미세먼지 전문가 꼭 있어야 한다.

~ 창원시의원 44명, 미세먼지 전문가도 1명은 꼭 있어야 한다 경남 도내의 모든 학교에는 미세먼지 측정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바로 'EdiGreen'이라는 미세먼지 측정기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에서 'EdiG..

인터넷에서 옛애인 이름 검색...당신은 안해 봤나요?

[서평]관계에 서툰 남자 엣세이, 호무라 히로시가 쓴 <세계음치> 순전히 <세계음치>라는 제목 때문에 고른 책입니다. 저자 호무라 히로시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세계음치>는 도대체 어느 정도 음치인지, 음치에서 탈출할 수 있..

기초선거구 결정 도의회에 맡겨선 안된다

자유한국당 일색인 경남도의회가 '경상남도 시·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제출한 선거구 획정안을 무시하고, 4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를 쪼개 2인 선거구 중심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