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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자유 대신...51%의 자유를 누리자 !

[서평] 사람들이 뽑은 50개 단어로 정철이 풀어 쓴 <인생의 목적어>


"놀랍고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리고 정철답다."


책을 펼치며 든 첫 생각입니다. 사랑, 가족, 엄마와 같은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목적어 50단어를 찾아 정철의 생각과 의미를 담아 당신들도 한 번 생각해보라고,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새겨보라고 권하는 책입니다. 


50개의 인생 목적어 중에는 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깊이 새겨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단어들도 수두룩하였습니다. 성찰하면서 살려고 노력하지만 실제 매일의 삶은 그다지 성찰적이진 않았던 것이지요. 


정철이 쓴 <인생의 목적어>는 좀 특이한 과정을 거쳐 쓰여진 책입니다. 저자는 '왜 사는가?'라고 하는 철학적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하여 사람들에게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무려 2820명에게 설문을 하여 그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을 모으고 순위를 매겼다고 합니다. 1위부터 44위까지 단어에 순위를 매기고 순위 밖에 있었지만 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여섯 단어를 합쳐서 총 50개의 인생목적어를 모아 책을 썼다는 것입니다. 참 기발하고 재미있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인생 목적어 1위는 '가족'


책을 펼쳐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다고 꼽은 단어를 살펴보기 전에 여러분도 여러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세 단어를 한 번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렇게 하지 않아 많이 아쉬웠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꼭 그리 하시기를 바랍니다. 


대신 저는 책을 다 읽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 세 개를 골라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인생을 사는 동안 소중하게 여기며 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무얼 골랐는지 궁금하신가요? 바로 '사람', '밥', '지금'입니다. 


가족, 아버지, 엄마, 친구, 나, 너, 우리, 인간 같은 단어를 모두 사람으로 모았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지탱하는 것은 밥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사람은 곧 밥이기 때문에 두 번째 단어로 밥을 골랐습니다. 세 번째 단어는 다시, 오늘, 시작, 변화, 휴식, 추억 등 시간의 흐름이 담긴 단어를 모아 '지금'으로 모았습니다. 제 인생의 목적어는 사람, 밥, 지금입니다. 


자 그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로 여러 사람이 꼽은 단어는 어떤 것일까요? 1위는 가족, 2위는 사랑, 3위는 나, 4위는 엄마, 5위는 꿈, 6위는 행복, 7위는 친구, 8위는 사람, 9위는 믿음, 10위는 우리입니다. 다 소개할 수는 없으니 그 밖의 단어들이 궁금하시면 책을 직접 보셔야겠습니다. 


이 중에서 눈에 재미있는 몇 가지 사례를 골라보겠습니다. 엄마는 4위, 아버지는 23위입니다. 4위를 오른 엄마는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였습니다. 대신 23위에 오른 아버지는 아빠가 아니라 '아버지'였습니다.


어머니보다 엄마가 더 가까운 단어 아닐까요? 세상 모든 사람은 어머니라고 부르기 전에 엄마라고 부르지 않을까요. 대신 아버지라고 부르기 전에 '아빠'라고 부르던 자식들은 스스로 심리적으로 독립하면서 '아빠'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이 두 단어의 차이만 봐도 엄마가 4위인데 아빠가 23인 까닭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엄마 몸속에서 열 달 동안 지냈던 경험이 있는 세상 모든 사람들은 엄마가 더 소중하고 엄마가 더 가까울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세상 아버지들은 '아버지'라는 단어가 50위 순위 안에 든 것 만해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 정철은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입니다. 인생의 목적어 50단어를 모아 쓴 이번 책은 카피라이터로서 그의 전문성이 특히 두드러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0단어를 한 단어씩 차례에 불러내어 여러 생각들을 끄집어냅니다. 


엄마를 네 글자로 표현하면 '미안해요'


자, 정철이 인생의 목적어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4위에 올랐던 엄마입니다. 저자는 엄마를 일컬어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을 들고 있는 여자'라는 수식어를 붙였습니다. 이 우산은 아마 자식을(때때로 남편도) 씌우는 우산이겠지요.


저자는 "엄마를 네 글자로 표현하면 미안해요, 열 두 글자로 표현하면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했어요"라고 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엄마에게 자식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고, 그걸 미안하다고 말로 표현도 못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자식이라는 동물은 나이를 먹으며 몰래 엄마를 떠나는 연습을 한다. 엄마를 떠나면 친구라는 또 다른 재미있는 동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사랑이라는 매우 특별한 감정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결국 자식은 독립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앞세우며 엄마를 떠난다. 하지만 그것은 자식에게나 독립이지 엄마에게는 분리다. 떠나는 게 아니라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팔 하나 다리 하나가 뚝 잘려 나가는 것 같은." (본문 중에서)


바로 이것이 세상 모든 자식들이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원죄같은 것인가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떨어져 나가고도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떨어져 나간 자식들은 자식을 낳아 떠나보내고 나서야 독립이 아니라 분리라고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소개하는 단어는 18위에 오른 '자유'입니다. 그 사이에 여러 단어가 있지만 생략하고 자유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자유는 어디에서 오늘 것일까요? 저자 정철은 자유를 일컬어 '욕심을 떨쳐버리면 (저절로)손에 남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자유를 향해 달려가다 늘 현실이라는 벽, 욕심이라는 벽에 가로 막힌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벽 위에 부럽다, 라고 큼지막하게 낙서를 하는 것뿐이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자유로운 삶을 가로막는 것은 현실과 욕심이라는 거지요. 그는 감옥에 갇혀 있는(있다고 느끼는) 우리에게 탈옥과 타협을 권유합니다. 


"당신은 지금 감옥에 갇혀 있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왜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더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습니까? 당신은 당신이 만든 감옥에 갇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탈옥 하십시요." (본문 중에서)


문제는 자신이 만든 감옥입니다. 하지만 감옥에서 나오는 것, 특히 자신이 만든 감옥에서 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탈옥을 할 수 없다면 다른 선택은 없는 걸까요? 저자가 들려주는 기발한 해법 '타협'입니다. 현실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욕심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도 없다면 타협을 하라고 권합니다. 의외인가요? 정철답지 않다고 생각하셨나요? 


타협이 만들어 준 51%의 자유를 누리자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다음 문장을 읽으면서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저자는 타협이 만들어준 자유를 51%의 자유라고 부릅니다. 51%의 자유는 완전한 자유가 아니라 한계가 있는 자유입니다. 


"두 발은 땅에 딛고 두 발을 제외한 나머지 몸과 마음에겐 모든 움직임을 허락하는 것이다. 두 발까지 마구 움직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모두 생활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는 생활인이다.......완전한 자유가 내 인생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을 땐 51%의 자유라도 붙잡아야 한다." (본문 중에서)


여기까지 읽고 '지혜로운 타협'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완전한 자유가 아니면 자유가 아니라는 생각이 오히려 자유롭지 못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오롯이 공감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완전한 자유는 생활인의 인생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은 '통찰'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저자는 51%의 자유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삶을 살아보라고 권유합니다. 예컨대 "내일 모레는 아닐지라도 내년 휴가 땐 당신도 인도를 욕심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활인에게 주어질 수 있는 51%를 자유만 충분히 누려도 분명 누군가의 부러움을 사게 된다는 것이지요. 


지금부터는 한 단어씩 골라 소개하는 대신에 책을 읽다 모음에 꽂힌 구절만 골라 담아 놓은 것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먼저 27위에 오른 '재미'라는 단어를 놓고 저자 떠 올린 생각을 모아놓은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입니다.'


저자는 직업을 선택할 때 월급, 정년, 꿈, 보람, 장래성 이런 것을 따지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이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재미'라는 것입니다. 내가 재미있어 하는(할 만한) 일인지 스스로 질문해 보는 것이 첫째라는 것이지요. 


사실 저도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기 위하여 깊이 생각할 때 재미와 의미를 놓고 따져봅니다.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재미있는 일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미있어야 지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고, 재미있어야 여럿이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년, 사람들이 당신 이름을 듣고 떠올리는 이미지는?


그러고 보니 이 책을 읽고 아주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도 어쩌면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이 같은 부분이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은 50위 순위 밖에 있었지만 저자가 골라 넣은 목적어 중 '굳은 살'이라는 단어로 끌어 낸 '과연 나는 프로인가'하는 질문에 답을 찾는 법입니다. 저자는 스스로 프로인가 묻고 싶으면 다음 질문에 답을 해보라고 합니다. 


"감사하고 있는가? 나는 발레리나 강수진이나 축구선수 박지성처럼 내게 주어진 무대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는가? 화를 내고 있는가?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결과와 상관없이 나 자신에게 지독하게 아프게 화를 내고 있는가?" (본문 중에서)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싶다면 프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동시에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부심은 나에 대한 확신을 키워주고 책임감은 결과를 두려워 할 줄 알게 한다"는 것입니다.


짧게 소개하고 싶은 구절이 하나 더 있습니다. 19위에 오른 '이름'에 나오는 문장을 한 구절 소개합니다. 머리를 꽝 얻어맞은 듯 깨달음을 얻은 구절입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이 구절을 읽으면서 인생을 40년이나 50년쯤 살았다면 이름에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갓난아이 스티브 잡스의 이름에서 훗날의 애플을 떠올린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건 그 이름을 가진 자의 몫이다. 조용필이나 싸이라는 이름을 듣고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건 그들이 그 이름을 그런 이미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애플'과 '혁신'을 떠올립니다. 스티브 잡스가 그의 인생을 통해 그린 혁신이라는 아이콘 때문이지요. 사람이 인생을 40이나 50쯤 살고 나면 자신의 이름을 듣고 다른 사람들이 떠 올리는 그 이미지에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뜻으로 새겼습니다.


저자가 49번째로 고른 단어는 44위에 오른 '길'입니다. 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애초에 길이란 없다. 여럿이 함께 가면 그것이 길이 된다'는 루쉰이 쓴 문장입니다. 저자는 '처음엔 그 이름이 숲이었고 산이었던 곳'이 바로 길이라고 말합니다. 길에 관해 쓴 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은 바로 다음입니다. 


"남보다 늦었어도 너무 속도를 올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남을 추월하겠다는 건 결국 남의 뒤를 따라가겠다는 뜻입니다. 내 길을 가십시오. 내 길을 가는 사람에게 늦은 출발은 없습니다. 느린 속도도 없습니다." (본문 중에서)


살다보니,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을수록, 길이 끝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함께 출발한 사람들이 어디까지 갔는지 자꾸만 앞을 내다보게 됩니다. 내 길을 가는 것이 쉽지 않고 내 속도를 유지하겠다던 결심이 흔들렸습니다. 저자 정철이 남긴 한 마디가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얼굴과 이름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가 되고 보니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두 아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책 읽기를 즐겨 하지 않는 녀석들이지만, 군 입대를 앞둔 아들과 자신의 길을 찾아 방황하며 대안학교를 다니는 아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주고 싶은 책입니다.




인생의 목적어 - 10점
정철 지음/리더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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