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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비 쫄딱 맞고 걸었던 19코스


2014년 11월 19일, 제주 올레 축제 참가 3일째 날은 조천만세동산에서 김녕서포구까지 18.6km를 걸었습니다. 올해 제주 올레 축제 구간인 17, 18, 19코스는 18~19km 사이로 되어 있더군요. 


첫 날 제주관광대학교에서 탑동 해변 공연장까지 18.6km, 둘째 날 탑동 해변공연장에서 조천만세동산까지 18.7km 그리고 셋째 날 조천만세동산에서 김녕서포구까지 걸었던 거리가 18.6km 였습니다. 


제주 올레 축제에 참가한3일 동안 걸었던 거리를 합산해보면  공식 거리로만 55.9km 걸은 셈입니다. 숙소에서 제주 올레 코스 시작 장소와 도착 장소까지 이동 거리를 포함하면 하루 평균 20km, 3일 동안 60km는 걸었던 것 같습니다. 




젊은(어린) 시절부터 뛰는 것은 젬병이었지만 걷는 것은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번 제주 올레는 참 힘들게 걸었던 것 같습니다. 철인 3종 대회에서 생긴 오른쪽 발목 부상이 개운하게 낫지 않은 채로 하루 종일 걸었더니 나도 모르게 왼쪽 다리에 힘을 많이 주었는지, 둘째 날부터는 왼쪽 무릎에 통증이 생기더군요.


마지막 날인 셋째 날은 왼쪽 무릎에서 계속되는 통증과 오른쪽 발목에서 시작되는 간헐적 통증을 참으면서 걷너라 평소보다 몇 배로 힘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아침 출발부터 내린비가 하루 종일 멈추지 않고 내렸기 때문에 밥도 서서 먹어야 했고, 휴식 시간에도 편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쉬지 못하였기 때문에 나중에는 허리에도 통증이 오더군요. 


하루 종일 내린 비...쉬지 못하고 걸었더니


돌이켜 생각해보면 셋째 날이 특히 더 힘들었던 것은 누적된 피로와 통증도 있었지만, 하루 종일 내린 비 때문에 중간중간에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탓이 컸던 것 같습니다. 


셋째 날은 신제주에 있는 숙소에서 출발 장소인 조천 만세 동산까지 가는 대중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셔틀버스'를 이용하였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했지만 돌아오는 짐을 모두 싸서 게스트하우스에 맡기고 나오느라 시간이 지채되었습니다. 




제주종합운동장 셔틀버스 출발 장소에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춰 도착하였습니다. 셔틀 버스 승차권을 사서 버스에 올라타고나니 5분도 안 되어 출발하더군요. 조천만세동산에서 출발 준비를 할 때만 해도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일기예보에서 밤부터 제주와 남해안 지방에 비가 온다고 나오더군요. 


하지만 실제 날씨는 예보와 달랐습니다. 조천만세동산에 도착하여 여러 부스를 돌아다니며 기념 촬영을 하고, 페이스 페인팅도 하는 동안 날씨는 점점 더 흐려졌고, 아침 공연을 보고 출발 할 무렵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출발에 앞서 준비해 온 비옷을 꺼내 입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출발지를 나서서 걸어가는 동안 비는 점점 더 많이 내렸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니 주최 측에서 준비한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귀찮아지더군요. '날게 달린 간세 쉼팡' 까페는 잠시 멈추지도 않고 지나쳐버렸고, 제주 전통 혼례 재연 행사가 열리는 제주 다문화교육센터에서도 혼례 행사는 그냥 지나쳤습니다. 


'광어회와 초밥 시식행사'도 처음엔 줄서서 기다리는 것이 싫어 그냥 지나치려고 했지만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 아내가 줄을 서서 기다려 준 덕에 못이기는 척하고 참여하였습니다. 제주어류양식수협에서 후원한 양식장 광어가 분명한데도, 정말 쫄깃쫄깃하고 탱탱한 맛이 일품이더군요. 




전날 저녁 급체를 앓았던 탓에 아침내내 음식을 주의해서 먹었기 때문에 막상 광어회를 먹으면서도 약간 걱정이 되었는데, 광어회 4점과 생선 초밥 2개를 먹어도 뱃속에서 편안하여 안심이 되더군요. 


올레 길 19코스에는 너븐숭이 4.3기념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에 제주 여행을 할 때 너븐숭이 4.3 기념관을 자세히 둘러보기도 하였지만, 추적추적 적지 않게 내리는 비 때문에 너무 서글퍼고 힘이 들어서 이곳에서 열리는 공연도 모두 그냥 지나쳤습니다. 


'4.3 이야기가 있는 작은 콘서트'에 작곡가, 시인, 소리꾼, 이야기꾼이 꾸민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지켜보다 곧장 점심 식사 장소인 북촌 포구로 향했습니다. 


점심 장소인 북촌 포구에 도착하였지만 비 때문에 서글픈 것은 여전하였습니다. 주최측에서 천막을 설치해 놓았지만 행사 참가자에 비하여 천막이 훨씬 부족하였기 때문에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겨우겨우 천막 아래 빈 테이블을 차지하고 점심 메뉴인 뭉게(문어) 죽을 먹었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다보니 어디 식당 같은 곳을 들어갈 수도 없고, 결국 비옷을 입은 채로 서서 뭉게 죽을 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뭉게 죽은 기대했던 것보다 맛도 좋았고 양도 넉넉하였습니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펼쳐지는 '맛 좋은 콘서트'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점심 밥도 비 맞으며 서서 먹고...


겨울 비를 피해 엉덩이를 붙이고 쉴 수 있는 자리를 찾은 후에는 꼼짝 않고 앉아서 다리 쉼을 하였습니다. 20~30분쯤 앉아 쉬고 난 후에는 절반 남은 오후 코스를 걷기 위해 출발하였습니다. 비를 맞으면서도 공연을 즐기는 분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떨어지고 걷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에 무작정 목적지를 향해 걸었던 것 같습니다. 


오호에도 동북리 마을 운동장에서 핸드팬 연주, 기타연주, 요가 시범이 있었지만 별로 마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비를 맞으면서 맨바닥에서 보여주는 요가 시범을 잠깐 지켜보다가 자리를 떴습니다. 예쁜 장바구니를 무료로 나눠주는 힐링 포토존 행사도 그냥 지나쳤습니다. 




김녕 농로 보호수 아래서 하기로 했던 오카리나 공연은 만나지도 못했고, 도착지인 김녕 서포구에서 오한숙희씨의 사회로 진행된 마지막 공연도 반갑지 않았습니다. 몸이 지치고 힘이드니 만사가 귀찮더군요. 오후 4시가 조금 너머 도착해서 셔틀버스가 출발하는 5시까지 겨우 비를 피할 수 있는 마을 공동 작업장에서 어묵과 빙떡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비 맞을까봐 카메라도 꽁꽁 쌈멨더니...사진 한 장도 안 남아


3일째 완주를 하고 나니 온몸 구석구석이 아프더군요. 오른쪽 발목, 왼쪽 무릎, 허리, 어께가 골고루 아팠습니다. 아침엔 발목과 무릎에만 통증이 있었는데, 저녁 때가 되니 사흘내내 배낭을 메고 다녔던 어께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더군요. 


제주 올레 사흘 째 기억은 '비'뿐입니다. 체력이 고갈되지 않았고, 비를 맞을 수 있는 대비가 충분했다면 빗길을 걷는 특별한 재미가 있었을텐데 몸이 지치고 마음도 지치니 하나도 새롭지 않았습니다. 걷는 것이 힘드니 만사가 귀찮았고 비 때문에 카메라를 배낭에 챙겨 넣은 탓도 있지만 스마트폰도 제대로 남기지 않았습니다. 


셔틀 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서 100번 버스를 타고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습니다. 아침에 퇴실 하였지만 다행히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옷을 갈아 입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니 1시간쯤 여유가 있더군요. 저녁 대신 남아 있는 과일을 깍아 배를 채우고, 남은 간식들을 몽땅 먹어치웠습니다. 7시 비행기를 타고 8시에 부산김해공항에 도착, 집에 도착하니 10시가 다 되었더군요. 석 달이 더 지났지만 지금도 제주 올레길을 걸으러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 사진은 모두 둘째 날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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