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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도자기를 만드는 심수관요

야쿠시마 - 가고시마 여행기⑪ 조선 도공의 후예 심수관요 그리고 도고 시게노리




가고시마에서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심수관요입니다. 일본 큐슈 최남단 가고시마에 한국 이름을 사용하는 도자기 공장이 있다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심수관 가문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 온 조선 도공 가문입니다. 


임진왜란에 이은 정유재란 ! 정유재란 당시 전라도 남원의 도공이었던 심당길 일가는 왜군에게 끌려와 1597년 가고시마 사츠마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왜군의 포로로 끌려오면서도 "고향의 흙과 유약 그리고 한문과 한글 서적을 배 밑창에 숨겨" 왔다고 합니다 .



심당길의 후손들은 일본 가고시마 사츠마에 자리를 잡고 도자기 기술자로 살아오면서도 '석자로 된' 이름을 자손대대로 버리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심수관요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400여 년간 일본인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조선식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그로 인해 당하는 차별과 굴욕을 온전히 감내하였던 것입니다.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가장 먼저 품었던 의문은 심당길의 12대 손 이후로 심수관이라고 하는 이름을 세습하더라는 것입니다.  처음엔 12대 이후로 넘어오면서 아버지, 할아버지의 이름을 세습하면서, 본인들은 일본 이름을 사용하는 편법 혹은 타협책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짐작하였습니다. (안내 해주는 분이 없어서 명확한 답을 확인하지 못하였네요.)




그런데 나중에 자료를 검색해보니 일본에서는 높은 기술과 권위를 갖춘 명인의 경우 그 이름 자체를 세습하는 제도가 있다고 하더군요. 심수관 가문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바로 12대 심수관 때부터였다고 합니다.  혼신의 노력을 기우려 만든 도자기 ‘대화병 환조’를 1875년 오스트리아 만국박람회에 출품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작품으로 평가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와 손자 이름이 모두 심수관인 까닭?


그 이후 13대, 14대 연속으로 만국박람회에 작품을 출품하였으며, 이후 사츠마 도자기는 세계적인 명품 도자기를 이르는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12대 심수관 이후 도공으로 가문의 업을 계승하는 자손은 모두 심수관이라는 이름을 세습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심수관은 15대 되 심수관으로 12대의 증손자 되는 분이 1999년에 습명을 이어받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세습은 "아무리 혈손이라고 하더라도 명인의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이름을 줄 수 없고, 피가 섞이지 않아도 제자 중 누군가가 더 나은수준에 도달하면 그 제자에게 이름이 돌아간다"고 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심수관이라는 이름이 그의 자손들에게 세습되고 있는 것입니다. 


심수관요에는 몇 가지 눈에 띄는 것들이 있습니다. 일본국기와 한국 국기가 나란히 계양되어 있고, 대한민국 명예총영사관이라는 현판도 붙어 있으며, 조선의 형식의 정자도 한 채 있었습니다. 


가장 볼만한 전시장은 박물관과 심수관요의 작품전시관이었습니다. 박물관에 전시된 도자기들도 눈에 띄었지만 그 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조선에서 가져갔던 서책들과 직접 제작한 일본어 회화책 지도 같은 것들 이었습니다. 일본에 정착한 조선인들이 일본어를 익히는 과정을 짐작할 수 있겠더군요. 




사쯔마 도자기의 기원은 임진, 정유재란(1592-1598) 때로부터 시작됩니다. 1598년 사쯔마에서 출병하였던 시마즈 요시히로가 귀국할 때 끌고 온 조선 도공 약 80여명이 사쯔마에 뿌리를 내리면서 '사쯔마 도자기'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심수관요가 있는 지역에 가장 많은 도공들이 정착하여 번성하였고, 현재까지 사즈마 도자기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초기 작품으로 유명한 히바까리 다완은 사쯔마의 불을 사용하지만 조선의 흙과 기술을 사용하여 만든 도자기를 말합니다. 심수관요가 있었던 지역은 에도시대까지도 대부분 조선 이름을 사용하고, 조선의 풍속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조선어가 보존된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12대 심수관이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867년 파리만국박람회 참가와 오스트리아 빈 만국박람회에서 수상하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에 번경영도기제작소의 공장장에서 민간 도자기 회사의 공장장이 됩니다. 그러나 그가 일하던 도기 회사는 국제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경영실패로 파산하게 되었습니다. 


1874년 심수관은 옥광산도기제작소(훗날 심수관요)를 설립하게 되고, 동경에 지점을 내면서 판매량을 늘이고 기술개발을 통해 도자기 제조 수준을 높여나갔다고 합니다. 마침내 1893년 시카고 박람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상을 받으면서 명성을 높이게 된 것이지요.

 

앞서 소개한 것처럼 그 때부터 심수관이라는 명인의 이름이 세습되었고, 현재는 15대 심수관이 이곳을 책임지고 있더군요.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타국으로 끌려와 정착하면서 겪었을 고초 그리고 일본에 정착하여 살면서도 조선어와 이름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차별과 불이익 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힘든 조건 속에서도 일본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도자기를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박물관 건물의 윗층에는 작품들이 전시된 전시관이 있었는데, 도자기가 아니라 무슨 장신구나 장식품 같은 작품들이 즐비하였습니다.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그냥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도자기들이었습니다 



흙을 가지고 사람의 손으로 어떻게 저런 도자기를 만들 수 있을까 싶은 작품들로 가득하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얼마나 열심히 기술을 연마하면 과연 저런 작품을 사람 손으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감탄사를 연발할 수 밖에 없더군요. 


박물관 건너편에는 판매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한 제가 살 수 있는 작품은 없더군요. 눈으로 보고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시실에 있는 작품들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더군요. 생활용 도자기와 작품용 도자기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외상 도고 시게노리(박무덕)는 조선 도공의 후예?


심수관요를 둘러보고 나와 근처에 있은 도고 시게노리(동향무덕,東鄕武德, 1882-1950)의 동상을 보러 갔습니다. 워낙 가까운 거리에 있어 걸어서 이동하였는데, 마을 안쪽 넓은 공원 같은 곳에 꼬장꼬장한 노신사의 동상하나가 서 있더군요. 그가 바로 박무덕이라는 조선 도공의 후예이면서 두번에 걸쳐 일본 외상을 지낸 도고 시게노리였습니다. 



그는 심수관과 함께 백토를 발견하고 사쓰마 도기의 번영을 일구는데 크게 기여하였던 박평의의 후손이었다고 합니다. 네살무렵 그의 아버지가 도고 야치로에게 입적하면서 일본 이름을 갖게 되었고, 도쿄대학 독문과를 졸업한 후에 외교관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중국의 봉천 스위스, 독일 등에서 근무하였으며 외교관으로서 입신한 끝에 2차 대전을 일으킨 도죠 히데키 내각의 외상까지 오르게 됩니다. 


이때부터 도고 시게노리는 현재의 심수관요가 있는 나와시로가와의 '빛나는 별'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전쟁 막바지인 1945년에는 스스키 내각의 외상이 되어 정전협상에도 참여하였다고 합니다. 그는 태평양 전쟁의 전범으로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였다고 하더군요. 그의 인생 역정을 듣고보니 그에게는 조선인의 후예라고 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으로 짐작되더군요. 


조선 도공의 후예로 한 마을에서 자랐던 심수관과 도고 시게노리(박무덕)은 참으로 다른 삶을 살았으며, 한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참으로 대비되는 인물이기도 하더군요. 조선 도공의 후예인 심수관은 말과 이름을 지키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심수관요로 명성을 얻었고, 박씨 성을 버린 조선 도공의 후예로 일본의 최고 관료가 된 도고 시게노리는 전범으로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였으니 말입니다. 


양국 관계가 선린우호적인 관계였다면 이들의 삶도 훨씬 더 나았을텐데, 국가간의 불행한 역사가 개인의 삶을 참으로 기구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그가 조선인의 후예였다고 해도 박무덕 외상이라는 이름은 한 없이 낯설게 느껴지고, 도고 시게노리라는 전범으로 기억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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