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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카제 유서 보면서 '평화' 다짐할 수 있을까?

야쿠시마 - 가고시마 여행기⑩ 치란 특공평화공원


조몬스기를 만나고 온 야쿠시마 여행 이야기는 가고시마로 이어집니다. 3박 4일의 짧은 여행 기간을 쪼개어 야쿠시마 2박 3일, 가고시마 1박 2일로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앞서 야쿠시마 여행기에서도 밝혔습니다만, 3박 4일 정도의 짧은 여행이라면 야쿠시마에만 머물러도 충분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야쿠시마는 작은 섬이지만 2박 3일 동안 머무르기에는 너무나 볼 것이 많은 섬 입니다. 누군가는 "다시 한 번 더 가려면 남겨 두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만, 야쿠시마처럼 먼 곳을 다시 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짧은 여행기는 이제부터 가고시마로 이어집니다. 


야쿠시마에서 2박을 하고 3일째 아침 비행기를 타고 가고시마로 나왔습니다. 야쿠시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여행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처음엔 모두 "야쿠시마처럼 작은 섬에서 3박 4일이나 머무를 것이 뭐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2박 3일을 야쿠시마에서 보내고 큐슈 남쪽 끝까지 여행할 기회가 흔치 않으니 1박 2일은 가고시마에서 지내다 오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야쿠시마 공항에서 9시 50분에 출발하는 국내선 여객기를 타고 바다 건너 가고시마로 나왔습니다. 야쿠시마에서 가고시마로 나오는 비행기는 후쿠오카에서 야쿠시마로 갈 때 탔던 비행기보다 더 작은 그야말로 관광버스 만한 크기였습니다.  일행을 태운 비행기는 40분 만에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사무라이 마을' 근처에 있는 가고시마의 유명 소바 전문 체인점 '후키아게앙'에서 점심을 먹고, 치란 특공평화 회관을 찾아갔습니다. 치란은 2차대전 당시 이른바 카미가제 특공대의 기지가 있던 곳입니다. 자살 특공 대원들을 태운 비행기들이 미국 함대가 있는 오키나와를 날아가는 출발지가 바로 치란기지였던 것입니다. 


가미카제 특공대 출발기지...치란특공평화회관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육군의 가장 큰 가미카제 특공 기지였던 치란(知覽) 기지는 일본 가고시마현 미나미큐슈시에 있습니다.  지금 그곳에는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이 남긴 유서와 편지를 비롯한 기록물들과 특공대원들이 남긴 유품 그리고 여러가지 전쟁기록물과 비행기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태평양전쟁 당시 치란기지가 있었던 장소에 세워진 치란특공평화회관에는 특공대원들이 남긴 유서와 편지 등 1만4000여점의 자료가 보관·전시돼 있되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곳에 전시된 유품과 소장된 자료를 보면 일본의 책임이 일본에게 있고 주변 국가들에게 얼마나 막대한 피해를 입혔는지 설명하는 내용들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미국의 본토 침략을 막아내기 위해서 수 많은 특공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졌다고 하는 이야기로 각색되어 있고, 아마도 이 전시관에 있는 유서와 편지를 읽는 일본인들은 애국과 군국주의 침략 전쟁을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보였습니다. 


10여 년 전 야스쿠니 신사을 방문하였을 때도, 치란의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이 남긴 유서와 편지를  전시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많은 일본 젊은이들이 특공대원들이 남긴 유서와 편지를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목격하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젊은이들의 죽음 누가 책임질까?


그들은 전쟁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생각하기 보다 '천황폐하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던지 가미카제 특공대를 '애국자'들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더군요. 야스쿠니는 물론이고 치란특공평화회관에도 순진한 젊은이들을 침략전쟁에 강제로 동원해 이들을 사지로 내몬 것에 대한 반성의 내용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전쟁의 비참함과 일본이 입은 피해 그리고 미군의 본토 침략에 맞서 장열히 전사했다는 선동(?) 일색이었습니다. 당시 치란기지에서  출격해 희생된 특공대는 모두 1036명이고 이 중에는 조선인 대원도 10여명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특공대원들이 남긴 유서나 일기에 나타난 '애국심'을 표현한 글들은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강요와 협박에 의한 것이었으며, 모든 유서와 일기는 상관들의 검열을 그친 것들이라는 사실은 설명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치란의 가미카제 특공대원이었던 조선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호타루'를 보면, 유서에도 진실을 적을 수 없다는 대사가 나오지요. 


치란특공회관 벽에 전시된 유서들은 군국주의자들이 보기에 '모범적'인 내용들을 골라 전시해두었고, 야스쿠니 신사에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 학도병 출신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특공대원들은 방대한 분량의 일기와 수기를 남겼는데, 모두 기지 내에서 엄격한 검열을 거친 것들이라고 합니다. 


검열 거친 일기와 수기에 담긴 진실은 무엇일까?


특공작전은 명목상 지원병을 모집하였다고 합니다만,  육해군병학교 출신의 직업군인 가운데는 지원자가 한 사람도 없었고, 대신 학도병이나 비행예과 연습생들을 사지로 몰았다고 합니다.  전행 후 살아남은 특공대원들도 평생을 죄의식을 안고 살아가게 되는데, 영화 '호타루'는 살아남은자들의 '죄의식'을 잘 다룬 영화입니다. 


가미카제 특공대는 일본 항공부대의 '아버지'로 불리는 해군중장 오오니시 타키지로(大西瀧治郞)가 처음 고안하였는데, 전투기나 적함 몸체에 부딪쳐 공격을 가하는 것을  신풍(神風), 즉 가미카제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미군들을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금세 위협적인 공격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특공대원들이 탄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하는 경우가 많았고,  낡아 빠진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켜 오키나와까지 날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많은 젊은이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실제로 전쟁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전과를 올리지는 못하였다는 것이지요. 


치란(知覽) 특공평화회관 마당에는  돌비석이 하나 있는데,  "아리랑의 노래 소리도 멀리 어머님의 나라를 그리워하며 진 사쿠라 사쿠라"라는 노래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비석은 조선인 가미카제 11명을 추모하기 위해서 세워진 것이라고 합니다. 


조선인 청년들은 누굴 위해 목숨을 던졌을까?


미당 서정주의 친일시 '마쓰이 오장 송가(松井 伍長 頌歌)'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마쓰이 히데오가 바로 조선인 가미카제 특공대원이었으며, 영화 호타루에 등장하는 조선인 특공대원의 실존인물인 학도병 탁경현도 있습니다. 치란 기지 특공대원 시절 그가 특공대 지정식당 주인과 나눈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가 바로 '호타루'입니다.  



가고시마에 있는 치란특공평화회관을 다녀와서 '호타루'라는 일본 영화를 다시 보았습니다만, 참으로 어이없고 안타까운 죽음을 '애국'으로 포장하는 것을 제대로 드러내지는 못하였더군요. 침략 전쟁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과 내용이 맞지 않는 '치란특공평화회관'이라는 명칭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속에서 분노가 일어나더군요. 


치란특공평화회관을 둘러보면서 많은 일본국민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정부와 자신들의 지도자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왜 주변 국가들이 일본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 전시관에는 특공평화회관의 의의를 설명하는 한글로된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그 본문 중에는 가미카제 특공대의 죽음을 '순국'으로 표현하고, 그들의 죽음으로 일본이 평화와 번영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하더군요. 


"두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 특공대원들의 순국은 이 나라의 평화와 번영을 되찾을 수 있게 했다는 데에 그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죽음이 과연 순국인지? 전쟁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일본의 평화는 그들의 죽음으로부터 이룩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침략 국가의 국민인 그들은 전쟁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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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
  1. 무명씨 2016.06.11 09:2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일본이 번영누리고 있는것은 한국전쟁 특수지요 ..썩어 빠진 가마니 까지 수출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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