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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유신과 근대화 자취를 돌아보는 가고시마 여행

야쿠시마 - 가고시마 여행 ⑬ 가고시마 여명관, 센강엔, 슈세이칸


야쿠시마에서 보낸 2박 3일 그리고 가고시마에서 보낸 1박 2일 여정의 마지막 방문지는 '여명관'과 '센강엔' '슈세이칸'입니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 가고시마 여명관과  센강엔 슈세인칸을 둘러보고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4시간여 차로 후쿠오카 공항으로 이동하여 오후 늦게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넷째 날 오전 9시쯤 여유있게 호텔을 출발하여 가고시마 시립박물관 '여명관'을 먼저 방문하였습니다. 오전에 센강엔과 슈세이칸만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여유가 좀 있다 싶어서 계획에 없던 일정을 추가하였던 것이지요. 가고시마 역사 자료관 '레이메이칸(여명관)'은 메이지 유신 100년이 되는 1968을 기념하여 1983년에 개관한 종합 박물관입니다. 


가고시마의 역사, 민속, 미술, 공예를 소개하는 현재의 상설전시는 1996년에 전면적으로 개편되어 현재까지 전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여명관 부지는 에도시대의 츠루마루죠(성터)이며 지금도 수도, 돌담, 돌다리 등 유서 깊은 유물들이 남아 있고 마당에는 활화산이 뿜어내는 화산재의 흔적이 뚜렷합니다. 



'여명관'은 여느 지역 박물관처럼 민속자료들도 전시되어 있지만 여명관이란 그 이름대로 가고시마를 중심으로 시작된 메이지 유신에 관한 역사 자료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일본 근대화의 여명이 시작된 곳이 가고시마라는 뜻을 담았다고 하더군요. 


여명관에는 원시시대와 고대의 가고시마, 중세의 가고시마, 근세의 가고시마와 근대, 현대의 가고시마 모습을 자료와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해 놓았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전시는 막부시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로 넘어오는 메이지 유신과 관련된 근대 역사와 자료들이었습니다. 


일본의 자랑스런 근대화 ...가고시마 역사자료관 여명관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 기도 다카요시 등 메이지 유신을 일으켰던 인물들과 일본 근대화에 앞장섰던 가고시마 출신 인물들 그리고 근대화의 여명이 시작될 당시 가고시마의 모습 등도 전시되어 있더군요. 전시관을 둘러 보면서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의 근대화 과정을 아주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대화와 식민지 침탈이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고, 근대 문물이 도입되는 과정도 주체적이지 못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근대화 과정에 일어난 일들 중에 자랑 하거나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들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근대화의 경험이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였네요. 


약 1시간 정도 여명관을 둘러보고 차를 타고 센강엔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센강엔은 가마쿠라시대부터 메이지 시대 초까지 약 700여 년간 남큐슈 지역을 통치해 온 사쯔마 번의 시마즈 가문 별장입니다. 이 별장은 사쿠라지마와 가고시마만을 중심으로 웅대한 이 정원은 임진왜란 60여년 후인 1658년에 시마즈가문의 19대 당주이자 2대 가고시마 번주였던 시마즈 미츠히사가 건립하였습니다. 


센강엔 내부에는 기암 <센진간>과 류큐 왕국에서 헌상한 누각 <보가쿠로> 등 류큐와 중국 등과의 교류 흔적이 많이 있습니다. 바다 건너 외국가 교류한 해양국가로서 사츠마번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계절마다 다른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센강엔 입구를 향해 걸어가면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건물은 쓰루가네 신사입니다. 이곳은 시마즈 가문의 역대 당주와 가족을 모시는 신사입니다. 16대 당주인 요시히사의 딸, 가메주(지메사아) 공주가 모셔져 있는 곳이라서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가메주 공주는 아름다운 미모에 마음까지 상냥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어 가메주 공주처럼 몸과 마음이 예쁘지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이 신사를 참배하면서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고 하였습니다. 


일본에는 온갖 신사가 다 있다더니 센강엔에는 고양이 신사도 있었습니다.  이 고양이 신사는 임진왜란 시에 고양이 눈을 시계 대신 사용한 것에서 유래하여 시간의 신으로 고양이를 모시는 흔치 않은 신사라고 합니다. 앞서 '심수관요' 편에서 소개하였듯이 이곳 사쯔마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 도공을 납치해와 사쯔마 도자기를 번성시킨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시마즈 가문의 별장이자 가고시마 외교의 상징적 공간 센강엔


센강엔 정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바로 거대한 대포입니다. 철제 150파운드포는 가고시마 연안에 배치되어 있던 최대 크기의 요새포를 복원한 것이라고 하는데, 당시 약 68kg의 철제 포탄을 3km 이상 날려보내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의 제철 기술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포인데, 바로 옆에는 용광로의 흔적도 남아 있습니다. 


용광로 유적과 철제 150파운드포를 지나서 센강엔 정문을 향하여 5분 정도 걸어가면 주석문, 저택, 보가쿠로 등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흰색 주석을 사용한 중문은 19세기 말까지 정문으로 사용되던 문입니다. 지붕이 주석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고 힌 주석 지붕과 주홍색문이 대비되는 아름다운 문인데, 일본에서는 지위가 높은 사람들만 주홍색문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주석문을 지나면 저택이 나타나는데, 시마즈 가문의 당주들이 사용했던 저택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류큐왕국에서 선물로 받은 보가쿠로는 17세기 초기에 류큐(지금의 오키나와) 왕이 상납한 정자입니다. 마루에 깔린 '센'이라고 불리는 기와는 중국 진나라 시대의 아방궁의 것을 묘사하였다고 전해지면 내부에 걸렸던 편액은 왕희지의 글을 모방한 것이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었습니다. 




보가쿠로를 지나면 지나면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교쿠스이 정원이 나타납니다. 교쿠스이 정원은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시를 짓고 즐기는 <교쿠스이 연회>가 열리는 장소였다고 합니다. 상류에서부터 흐르는 잔이 자기 앞에 오기 전에 시를 완성해야만 하는 것이 교코스이 연회랍니다. 센강엔의 교쿠스이 정원은 200여 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이본에 있는 교쿠스이 정원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라고 합니다. 


한편 저택 뒤편의 바위에는 '센진간'이라는 큰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가장 큰 바위'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1814년에 3900명 이상의 사람들이 3개월에 걸쳐서 새긴 것으로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센강엔은 이 지역이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 하였던 곳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센강엔은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계곡을 따라서 연못과 화단을 조화롭게 배치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명한 NHK 대하사극 <아츠히메>의 촬영 장소였다는 소개가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사무라이의 딸로 태어나 번주의 양녀가 되고 마침내 쇼군의 아내가 되는 줄거리의 드라마 <아츠히메>는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었다고 하더군요. 



일본 그리고 가고시마 근대화의 자랑 '슈세이칸'


센강엔 건너 편에는 쇼코 슈세이칸이 있습니다. 슈세이칸은 에도 막부 말기에 이 지역에 만들어진 동양 최대의 근대 공장지역 입니다. 영주였던 '나리아키라'가 주도 하였는데, 부강한 나라를 만들자는 기치를 들고 산업화에 앞장섰다고 합니다. 제철, 대포, 조선, 방적, 유리, 도자기 등을 근대적 방식으로 제조하였으며, 사진, 전신, 가스 등의 실험과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장소입니다. 


일본이 구미 열강의 식민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라도 빨리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려면 서구의 근대산업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던 것이지요. 이곳 슈세이칸에 일본 최초의 서양식 방적공장인 <가고시마 방적소>가 세워지기도 하였습니다. 


가고시마의 슈세이칸을 중심으로 번창하였던 산업화의 바람을 타고 메이지 유신을 이끌었던 사이고 다카모리, 오오쿠보 도시미치 같은 인물들이 탄생하였다고 평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고시마 사람들은 이 지역이 일본 근대화의 기수였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더군요. 



슈세이칸을 둘러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우리 나라, 우리 지역의 경우 이런 근대 산업 유산을 낡고 오래되어 없애야 하는 폐기물로만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도시를 개발하면서 근대 문화유산이나 산업유산을 보존하는 문제를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제가 사는 도시만 하더라도 슈세이칸과 같은 근대산업 박물관을 만들 수 있는 근대 산업 유산과 자원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목없는 정치, 경제 지도자들의 정책 우선 순위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부분 철거되고 있습니다. 


슈세이칸 같은 근대산업유산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들이 부럽기도 하였고 우리들이 한심하기도 하였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일본보다 더 괜찮은 나라를 한 번 만들 어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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