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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어치 자전거가 임진각 향해 달린다

2016년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가 시작되었습니다. 12회를 맞는 올해는 7월 26일 광주광역시를 출발하여 8월 1일 임진각 도착까지 500여 km를 달리게 됩니다. 역대 최다 인원이 참가한 올해는 자전거를 타는 청소년 260명과 진행실무자까지 350여명이 7월 25일 오렌테이션부터 시작된 일정을 함께 합니다.


아울러 이번 참가자 중에는 한중일 청소년 평화순례에 참가한 중국청소년 대표단 11명이 한국청소년들과 함께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안산 단원고등학교를 거쳐 임진각까지 달리면서 한국 현대사 깊은 상처를 체험하게 됩니다.


26일 오전 9시 광주 518국립묘지에서 발대식을 개최하고, 518 민주 영령들을 참배한 후 500km 국토대장정을 시작하였습니다. 첫 날은 숙소였던 광주적십자 수련원을 출발하여 518 국립묘지에서 발대식을 가진 후 고창 선운사유스호스텔까지 82.2km를 달렸습니다.



원래 진행팀 계획으로는 첫 날 67km 라이딩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답사 때는 없던 도로공사가 시작되어 불가피하게 우회로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우회로는 불행하게도 전남 장성군 장성읍에 있는 못재라고 하는 고개를 넘어서 약 15km를 돌아가야 하는 길이었습니다.


35도가 넘는 불볕 더위에 뙤약볕에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못재를 우회하는 길에는 못재 말고도 제법 높은 오르막 구간이 두 번이나 더 있었습니다. 못재 고개의 경우 아직 체력이 남아 있을 때라 예상보다 쉽게 넘었습니다만, 두 번째 세 번째 오르막 구간에서 오히려 힘들었습니다. 


오후 1시쯤 장성군 삼계면 수옥리 평림호(댐) 아래에 있는 공원에 도착해서 점심 밥을 먹고, 조금 서둘러 오후 일정을 시작하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길을 나서자마자 평림댐을 따라 오르는 오르막 얕고 긴 오르막 구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이었지만 오르막 구간이 긴 것이 문제였습니다.




결국 계획된 오후 휴식지였던 고창고인돌 박물관까지 바로 가지 못하고 중간에 예정에 없던 짧은 휴식하고서야 라이딩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고창고인돌박물관에서 선운산유스호스텔까지는 평지 구간을 달렸습니다. 오후 라이딩 때 힘들어 하며 버스를 탔던 아이들도 마지막 구간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숙박지까지 이동을 하였습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장거리 단체 라이딩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더웠던 날씨 탓에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 버스 탑승자가 50명을 넘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5톤 트럭과 트레일러에 더 이상 자전거를 싣기 힘들다"는 무전이 여러차례 이어졌답니다. 


의료팀이 적절한 응급조치로 탈수 증상까지 이어지는 아이들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운 날씨에 자전거를 타기 싫어 꾀병을 부리는 아이들이 섞여 있었습니다만, 가짜 환자에게는 완주증 발급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듣고는 우루루 버스에서 내려 자전거를 타러 갔다고 하더군요. 



지난 11년 간의 경험으로 보면 둘째 날부터는 버스 탑승자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장거리 단체 라이딩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하루하루 지날수록 호흡을 잘 맞추기 때문에 주행 속도도 높아지고 주행시간은 단축되기 때문입니다.  


매년 경험하면서도 늘 놀라운 것은 어린 아이들의 놀라운 회복력입니다. 초등 4학년 최연소 참가자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들로 이루어진 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단원들, 그렇게 기진맥진 하면서 라이딩을 하고서도 숙소에 들어와 씻고 저녁을 먹고나면 대부분 아이들이 쌩쌩하게 회복된다는 사실입니다. 


축구공을 주면 축구시합도 하고 농구공을 주면 농구시합도 하고, 숙소 곳곳을 몰려 다니며 왁자지껄하게 뛰어다닙니다. 방에서는 베게 싸움도 하고 온갖 게임도 하며 스마트폰 없이도 마냥 흥겨운 시간들을 보낸답니다.



첫날 아침 발대식은 광주 518국립묘지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이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잘 몰랐습니다만 한국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장소중 한 곳인 이곳을 출발지로 잡았습니다. 국립묘지를 참배한 아이들이 나중에라도 518광주 민주화 운동을 알게 되는 날, 이날 출발식을 기억하게 되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출발식을 할 때만해도 어수선하던 아이들이 막상 국립 묘역을 참배할 때는 숙연한 분위기였습니다. 전날 밤 518광주민주화 운동을 소개하는 강연을 들을때만해도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강사에게 '민망한' 마음이었습니다만, 국립 묘지 참배 때는 마치 떠들면서도 들어야 할 이야기는 다 들었다는 듯이 엄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12번째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에는 예비용 자전거까지 모두 300여대의 자전거가 달립니다. 첫 날 숙소 강당에 모아 놓은 300대가 넘는 자전거를 보면서 이 자전거 가격을 모두 합치면 얼마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싼 자전거는 20~30만원 수준이지만 그런 자전거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50~100만원은 하는 자전거들이고 200만원이 넘는 자전거들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1000만원대의 자전거들도 있습니다. 자전거를 구입한 사연들도 제각각입니다. 그냥 여유있는 부모님들이 자전거를 사줬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용돈을 모으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전거를 샀다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300대의 자전거 가격을 모두 합치면 얼마일까요? 강당에 모아놓은 자전거를 보면서 어림 짐작으로 계산을 해도 3억원이 넘었습니다. 어림짐작이긴 하지만 가장 적게 잡은 가격이 3억원입니다. 3억원어치가 넘는 자전거를 한 자리에 모아놓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비싼 자동차 한 대 값도 안된다고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릅니다만, 3억원어치가 넘는 자전거가 매일매일 한 줄로 나란히 달리는 것도 신기하고 특별한 경험입니다. 


더군다나 30만원짜리 자전거도 300만원짜리 자전거도 그냥 똑같은 거리를 똑같은 시간에 함께 달릴 뿐입니다. 앞으로 닷새 동안 길을 지나시다가 자전거 300대가 줄을 지어 달리는 모습을 보시게 되면 큰 박수로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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