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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얼마나 오래 사는지 두고 보자!



이광조 선생이 쓴 <우리 몸은 채식을 원한다>를 포스팅한 후 많은 블로거들이 관심을 나타내주셨습니다. 그 중에는 제 글을 읽고 마치 채식을 강요하는 것 같다는 오해를 하신 분이 있어 <육식 강요하는 사회가 파시스트적이다>라는 두 번째 글을 포스팅하였습니다.


<관련기사>
2009/03/12  - 몸을 사랑한다면 당장 채식으로 바꾸라!
2009/03/13 - 육식 강요하는 사회가 파시스트적이다.

우리사회에서 채식을 선택한 사람은 '소수자'일 뿐 아니라 육식을 강요하는 문화가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한 글 이었습니다.


내친 김에 블로그를 통해 제가 (음식을)먹고 사는 이야기를 좀 더 나누어볼까 합니다. 사실 저는 채식인으로 치면 가장 낮은 수준의 채식인입니다. 저는 뭘 먹고 안 먹는 것으로 이렇게 등급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보통 채식을 실천하는 정도에 따라 채식인들은 다음과 같이 나눕니다.



①vegan(비건) : 일체 고기는 물론이거니와 우유나 계란, 벌꿀 등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이들은 모피나 가죽제품도 당연히 쓰지 않으면서 애완동물에게도 채식사료만을 먹일 것을 고집한다.
②lacto vegetarian(락토) : 우유와 치즈 같은 유제품은 먹지만, 계란(달걀)은 피하는 채식주의자.
③lacto-ovo vegetarian(락토 오보) : 유제품과 계란까지 먹는 채식주의자.
④pesco vegetarian(페스코) : 유제품이나 계란은 물론, 생선도 먹는 채식주의자.
⑤semi vegetarian(세미) : 닭고기까지 섭취하는 채식주의자 
※frutarian(열매주의자) : 식물도 생명이 있는 것이므로, 생명을 만들어 내는 뿌리, 잎, 줄기 부분은 먹지 않고 열매(과일)만을 고집하는 vegan보다 더 급진적인 채식주의자. 과일, 곡물, 견과류 등 식물을 죽이지 않고 수확될 수 있는 식물음식만 먹는 채식주의자

저는 고기와 유제품을 먹지 않지만 생선과 계란은 먹습니다. 몇 년 전에, 한 달동안 아쉬람에서 지내면서 '비건'처럼 지내봤는데, 전혀 문제가 없더군요. 그렇지만, 평범한 생활인으로 살면서 '비건'으로 지내기에는 너무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에 살기 때문에 고기를 안 먹는 대신 생선과 해산물을 먹기로 한 것 입니다. 이런 저런 모임이나 친교는 생선과 해산물 음식으로 해결하는 것이지요. 계란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유정란을 먹습니다. 

나중에 좀 더 나이가들면, '비건'으로 지낼까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발 달린' 짐승을 먹지 않는 것이 제가 세운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원칙도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야하는 그런 철칙은 아닙니다. 특별한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융통성 있는 새 기준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외국 여행에서 그런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더군요. 

인도나 유럽을 여행할 때는, 채식 식사를 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단체로 중국여행을 할 때는 참 많이 힘들더군요. 결국 일시적으로 다른 원칙을 세웠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비덩주의'인데요. 덩어리가 있는 고기를 먹지 않는 겁니다. 밥과 고기가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국물 그리고 채식 요리를 먹는 타협안을 생각해냈던 것 입니다.

채식이야기③ - 저만 오래 살려고 채식하는 것 아닙니다.

육식을 하지 않는 저는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합니다. 우선 제가 참가하는 모임에서는 대체로 육식을 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미안한 마음이 들어 저는 괜찮으니 고기집을 가도 좋다고 말씀 드리지만 대체로 고기집을 피해주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사실, 저 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과 함께 하는 모임에서는 부담이 없습니다. 저 때문에 고기집을 못 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를 무시하고 고기집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배려해주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 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같이 일 하는 후배들인 경우에는 미안할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 분들은 고기 안 먹는 저 때문에 눈치가 보여 고기집을 가자고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바깥에서 평소에 잘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할 경우에는 절대로 '채식'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고기집에 함께 가서 냄새 맡고, 고기 구워드리면서, 저만 먹지 않을 뿐 입니다. 고기 먹는 분들이 너무 부담스러워 할 때가 있어서 정말 곤란한 자리에서는 '약'을 먹고 있다고 거짓말을 할 때도 있습니다.

가족 동반으로 펜션이라도 빌려 놀러 갈 때면, 으례히 불판과 삼겹살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 나들이 문화 아닙니까? 그런데, 제가 속해 있는 모임에서는 '삼겹살'이나 '닭'이 메뉴로 선택되는 일이 잘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생선회나 생선구이, 장어구이, 조개구이 같은 메뉴로 정해질 때가 많습니다.

전에는 저만 장어구이 같은 걸 조금씩 준비해서 함께 어울렸는데, 요즘은 대부분 친구들이 삼겹살 보다 생선이나 해산물을 더 선호합니다. 육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많이 확산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까운 친구들은 농담반, 진담반 "니가 오래 사나 내가 오래 사나 어디 두고 보자! "하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말 속에는 '너 참 유별나다'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사회는 자신과 다르거나 다수와 다른 생각, 다른 삶에 대하여 너무 쉽게 '유별나다'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히 저는 남들 보다 더 오래 살기 위하여 채식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처음 채식을 선택했을 때는, 육식이 주는 여러가지 폐해를 자각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회사인 '베스킨 라빈스' 상속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환경운동가이자 채식주의자가 된 존 로빈슨이 쓴 <음식혁명>을 읽고 채식을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육식이 환경에 주는 부담과 폐해를 알면서도 고기를 먹는 삶을 이어가는 것이 옳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냥 마음가는대로 실천하며 살아갈 뿐인 것이지요.

사실, 채식이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 육식을 할 때보다 몸이 더 가볍고 소화를 비롯한 신진대사가 잘 된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지요. 

요즘은 건강상의 문제로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토피나 천식, 알레르기 비염같은 면역성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채식으로 큰 효과를 보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아무튼, 저는 남들 보다 더 오래 살기 위하여 채식을 선택한 것이 아니지만, "몸에 나쁜 것은 안 먹고 너 혼자서 얼마나 오래사는지 두고 보자"는 이야기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많이 듣고 삽니다.







Trackback 4 Comment 21
  1. Lin 2009.04.11 13:1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채식까진 아니고 야채를 많이 먹을려고 노력하는데, 힝... 야채가 더 비싸요 ㅠ.ㅠ 보관도 어렵구요.

    • 이윤기 2009.04.12 20:02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래도 고기 보단 쌉니다. 그리고, 외식을 줄이면 얼마든지 '유기농'으로 재배한 야채로 식단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2. 구르다보면 2009.04.11 14: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육군과 공군을 먹지않는다는 아니고 즐기지 않는다.
    그러니까,,고기 먹고싶은데 먹으러 가자고는 하지 않습니다.
    그냥 어울리다 보면 먹죠..
    일상에서는 거의 채식입니다..

    • 이윤기 2009.04.12 20:01 신고 address edit & del

      몰랐네요. 전, 나름 힘들때가 있어요. 평소에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양해를 구하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때는 좀 불편할 때가 있어요.

  3. asd 2009.04.11 15:3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먹으려해도 불안해서 못먹겠습니다.
    소고기는 미국산.. 돼지고기는 같은도마에서 썰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채식하게 되네요.

    • 이윤기 2009.04.12 20:00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잘 하셨어요. 채식하는 사람들은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정말 맑아요.

  4. INNYS 2009.04.11 16:2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채식이 좋다는 것은 알겠는데....고기가 너무 자주 먹고 싶어요^^ 캐나다에도 채식주의자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 이윤기 2009.04.12 19:59 신고 address edit & del

      고기도 금단현상이 있습니다. 그 고비만 넘기면 어렵지 않습니다. 제 아내는 고기가 먹고 싶어 일주일을 그냥 넘기지 못했는데, 단식 일주일 하고서 어렵지 않게 채식인이 되었습니다.

  5. 새끼늑대 2009.04.11 16:2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옛날 여친이 피쉬테리안이었는데(지금보니 페스코란 정식 명칭이 있군요) 광우병 사태 때 "미국소 들어와도 난 상관없어." 했을 때 좀 부러웠다는...
    같이 놀면 약간 불편한 것은 사실이죠.
    근데 발달린 짐승보다 야채나 생선을 많이 먹으면 더 건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 이윤기 2009.04.12 19:58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발달린 짐승의 사육환경이 워낙 엉망이니까요? 꼭 채식을 하지 않더라도 100~200년 전 쯤의 육식과 채식 비율을 유지한다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6. 2009.04.11 16: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실제로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를 자주 안 먹는 편이었는데 세상이 변했죠. 고기 대신 생선을 많이 먹는 일본의 어느 마을에 장수하는 분들이 많을 걸 보면 육식 문화의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할듯...

    • 이윤기 2009.04.12 19:57 신고 address edit & del

      육식문화의 부작용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광우병이지요. 돼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같은 경우도 모두 육식의 부작용을 나타내는 사례들이구요.
      과도한 육류소비와 공장식 축산이 만들어낸 재앙이라고 생각됩니다.

  7. bookworm 2009.04.11 16: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채식주의자는 아닙니다만 육식을 줄여야한다는데는 공감합니다. 건강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저는 생명체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육식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윤기 2009.04.12 19:55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생명체의 권리를 존중해야한다는 의견에 저도 공감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다른 생명체를 마구잡이로 잡아먹는 상황이지요.

  8. 채식주의자 2009.04.11 17: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읽고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좀 힘들었는데 적응하니까 정말 좋더군요.

    • 이윤기 2009.04.12 19:53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렇지요. 저도 그 책 한 번 읽어보렵니다.

  9. ㅜㅜ 2009.04.12 00: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채식하는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마음은 굴뚝 같으나 고기를 너무 좋아해서요 ㅜㅜ

    • 이윤기 2009.04.12 19:53 신고 address edit & del

      고기도 담배같은 금단현상이 있어요. 그 기간만 지나면 누구나 쉽게 채식할 수 있는데...

  10. ㅇㅇ 2009.04.28 14:4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났다싶이, 성장기 어린이에게는 고기섭취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균형있는 영양섭취가 항상 중요하듯, 어른이나 아이 모두 적절하게 섭취하는게 중요할수있죠.

    • 이윤기 2012.06.20 08:10 신고 address edit & del

      고기가 꼭 필요하다는 연구들은 그 연구비를 누가 지원했는지 꼭 살펴봐야 합니다.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연구들은 대부분 축산업자, 축산협회의 지원을 받은 연구들이지요.

  11. ㅎㅎ 2010.09.18 18:5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전 닭을 너무 좋아해서..ㅠㅠ 돼지랑 소는 진짜 싫어하는데.. 근데 저도 채식주의자가 됐습니다! 이렇게 평생 닭만 먹다간 다음생에 닭으로 태어날지도 몰라요 ㅋㅋㅋ.. 근데 사회활동이 많으시면 정말 식사하는 자리가 좀 신경쓰이시겠네요.. 전 아직 사회인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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