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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 재첩 자연이 살아 있는...섬진강 종주


섬진강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은 재첩입니다. 아주 어린 시절 재첩국을 팔러 다니는 아주머니들이 외치는 '재칫 사이소'하고 외치는 소리, 어머니가 재첩국을 끊이는 날 큰 양푼이에 담긴 재첩을 까던 기억 그리고 어른이 되어 섬진강에서 다시 맛본 재첩국. 


우리나라 어느 강에서나 재첩을 잡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30년 전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섬진강을 만났을 때도 이미 재첩은 아무데서나 잡을 수 없는 귀한 민물 조개였습니다. 어른이 되어 이현상 유적이 남아 있는 지리산 빗정골 아래 의신마을에 사는 지인의 산장을 자주 찾으면서 뻔질나게 섬진강을 지나다닐 때는 더 자주 강변의 재첩국집을 찾았습니다. 



섬진강에 대한 추억...자연이 살아 있는 아름다운 강 


섬진강에 대한 두 번째 기억은 은어와 민물게입니다. 여러 차례 먹어봐도 수박향을 맡을 수 없었지만 은어와 돈 주고도 먹기 어렵다는 섬진강 민물게 그리고 파닥파닥 살아 있는 섬진강 빙어에 대한 기억입니다. 모두 먹을 거리에 대한 기억이기도 하지만 산업화된 도시들과 멀찌감치 떨어진 강, 섬진강이 남한에서 가장 깨끗한 강이라는 증거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욱 강력하게 뇌리에 남은 섬진강에 대한 세 번째 기억은 "리빠나모노 데쓰 네"라는 가사를 되새기며 울컥하는 울분을 삼켰던 정태춘의 노래 '나 살던 고향'(원글:곽재구 시인의 '유곡나루')에 나오는 바로 그 섬진강 입니다. 


유곡나루


육만 엥이란다

후쿠오카에서 비행기 타고 전세버스 타고

부산 거쳐 순천 거쳐 섬진강 물 맑은 유곡나루

아이스박스 들고 허리 차는 고무장화 신고

은어잡이 나온 일본 관광객들

삼박사일 풀코스에 육만 엥이란다
 


초가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

선선하게 터지는 박꽃 넝쿨 바라보며

니빠나 모노 데스네 니빠나 모노 데스네

가스불에 은어 소금구이 살살 혀 굴리면서

신간선 왕복 기차 값이면 조선 관광 다 끝난단다
  
육만 엥이란다 낚시대 접고 고무장화 벗고

순천 특급 호텔 사우나에서 몸 풀고 나면

긴 밤 내내 미끈한 풋가시내들 서비스 볼 만한데

나이 예순 일본 관광객들 칙사 대접 받고

아이스박스 가득 등살 푸른 섬진강

맑은 물 값이 육만 엥이란다


섬진강에 대한 네 번째 기억은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선생이 쓴 시와 글과 책에 관한 기억입니다.  아무튼 자전거 타러 간 이야기에 앞서 서론이 참 길었습니다만, 마침 섬진강 자전거길은 강변에 있는 김용택 시인의 생가 와도 만나 더군요. 


섬진강 자전거길 종주는 지난 5월 초에 다녀왔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 이었지만, 여름처럼 더운 날씨가 계속 되던 때. 금요일 퇴근 시간에 맞춰 마산을 출발하여 순창에  무료로 묵을 수 있는 곳에 숙소를 정했습니다. 


승합차에 사람 7명이 타고 자전거 6대를 실었습니다. 1명은 승합차로 라이딩을 지원하는 고마운 역할을 맡아주어 하룻 만에 섬진강 라이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요. 우리나라 모든 대중교통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되어 있어 마산에서 임실로 버스를 타고 가려면 여러 번 차를 갈아타지 않으면 안됩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지만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르기 때문에 승용차를 가지고 갈 수도 없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데 후배 한 명이 그 역할을 기꺼이 맡아 준 것입니다. 



순창에서 1박...토요일 새벽부터 하룻 만에 섬진강 종주


마산에서 오후 5시쯤 출발하여 밤 8시쯤 순창읍내에 도착. 유명한 한정식집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밤 9시가 넘어 순창 읍내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편의점에서 구입한 맥주 한 캔씩을 나눠 마시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150여km 섬진강 종주는 토요일 새벽부터 시작해 저녁 때까지 하룻 만에 끝낼 심산으로 준비하였기 때문에 마음편하게 술을 마실 수는 없었습니다. 


토요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라이딩 준비를 마치고 섬진강댐인증센터까지 차로 이동하여, 아침 6시쯤 인증샷을 찍고 하구를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의 이른 아침, 동네 개울처럼 좁은 섬진강엔 자욱한 안개가 가득하였고 안개 사이로 고개를 내민 수초와 초목들은 스산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짙은 안개가 이어지는 강변길을 달리다보니 영화 '곡성'이 떠오르더군요. 바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해가 뜨기 전 새벽 라이딩은 속도가 빨랐습니다. 아직 체력이 충분하고 날씨도 덥지 않았기 때문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출발하였지요. 장군목 인증센터를 거쳐 향가유원지 인증센터까지 44km를 달리는데 약 2시간 가량 걸렸습니다. 물론 시간을 잡아먹는 업힐 구간이 없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빨랐습니다. 


향가유원지 인증센터에서는 제법 긴 휴식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였습니다. 순창 읍내에서 사온 김밥과 따뜻한 오댕 국물로 아침을 먹고, 라이딩 하면서 먹을 물과 간식도 보급을 받았습니다. 후배 1명이 승합차를 운전하면서 식사와 간식을 지원해준 덕분에 마음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었습니다. 낙오하는 사람이 생겨도, 자전거가 고장나도 지원 차량이 근처에 있으니 안심하고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었지요 



자연이 살아 있는 섬진강 상류...기대보다 더 멋지다


황탄증 인증센터를 지나면서 부터 본격적인 초여름 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업힐 구간이 없는 평지가 계속되었지만 조금씩 지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GPS 기록을 보면 평지가 아니라 길고 얕은 다운힐 구간이 계속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업힐이 없는 단조로운 길이 계속 되었지만 섬진강 길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4대강 자전거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장거리 자전거길인데, 그중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4대강 자전거길이 강변을 따라 불도저식으로 만들어졌다면, 섬진강 자전거길은 비교적 원래 있었던 둑길과 도로들을 잘 연결하여 자연을 많이 훼손하지 않아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한 낮이 되면서 기온이 올라가고 햇살이 따가워졌습니다만, 대신 곡성에 들어서면서 강변에 자리잡은 키 큰 가로수들이 터널처럼 연결되어 햇빛을 많이 막아주었습니다. 햇빛을 피해 그늘로 다니는 것만으로도 훨씬 시원하더군요. 



섬진강변 점심 구례구역을 그냥 지나치지 마시라


점심 식사는 사성암 인증센터를 지나 문척교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육계장으로 해결하였습니다. 구례구역 근처에 맛있는 식당들이 많이 있었는데, 잠깐 망설이는 사이에 선두그룹이 멀찌감치 지나가버려 사성암 인증센터까지 가벼렸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기 마땅한 곳이 없어 고민하는 사이 승합차로 지원하던 후배가 괜찮을 식당을 검색하여 전화 알려줘 그곳에서 만나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작은 마을에 있는 식당에서 먹은 육계장이 정말 맛있었는데,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느라 허기지고 지친 라이더들의 평가는 믿을게 못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알아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육계장도 맛있었지만, 밥을 먹고 에어컨이 나오는 방안에 누워 30분 넘게 낮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사장님의 넉넉한 인심이 더욱 고마웠습니다. 


오후 라이딩부터는 평속이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일행들 모두 90km가 넘어가면서 체력이 확실히 떨어지고 지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오전에 비해 훨씬 더 자주 엉덩이를 들고 쉬어줘야 했습니다. 페달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다운힐 구간이 나오면 비록 짧은 거리라도 무조건 엉덩이를 들고 쉬게 되더군요. 


남도대교를 지나면서부터 슬슬 지겨워졌습니다. 암만 아름다운 강변 길도 하루 종일 쳐다보며 자전거를 타다보니 조금씩 흥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단조로움의 연속 그리고 자꾸자꾸 방전되는 체력...오후 4시 30분쯤 매화마을 인증센터에 도착했을 땐 오로지 최대한 빨리 라이딩을 끝내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섬진강 하류...지겹고 힘들고...지치고 배고프다 


그런데 참 안타깝게도 섬진강 자전거길 전 구간을 통틀어 몇 군데 되지 않는 업힐 구간이 모두 이 마지막 구간에 있습니다. 사실 다른 곳과 비교하면 대단한 업힐 코스도 아닌데 120~130km를 달려 체력이 완전히 고갈되고 난 뒤라 훨씬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아침 6시에 라이딩을 시작하여 12시간이 넘어서야 배알도 수변공원 인증센터에 도착하였습니다. 밥 먹는 시간, 휴식 시간이 다 포함되기는 하였지만 무려 12시간을 계속해서 자전거를 타고 온 겁니다.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를 찾아가는 길은 길도 복잡하고 오르막 내리막이 많았으며 결정적으로 정말 정말 지겨웠습니다. 


하루 100km 이상 타는 것은 적절하지 않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되었지요. 좀 힘들기는 하여도 대략 100km까지는 즐겁게 라이딩을 할 수 있었지만 130km를 넘어가면서부터는 고난의 행군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섬진강 하구 쪽 자전거길은 대부분 원래 있던 강변 국도를 따라 달라게 되어 있어 차량이 뿜어 내는 매연도 견뎌내야 하지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겨우 배알도 수변공원 인증센터에 도착하였는데, 오후 6시가 넘어 다시 몇백미터 떨어진 무인 인증센터를 찾아가야 했습니다. 고작 해봐야 몇 백미터,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온 것에 비하면 비교할 수 조차 없는 짧은 거리인데  지친 몸으로 무인 인증센터를 찾아 자전거를 더 타고 가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확 몰려왔습니다. 


무인 인증센터 근처에는 섬진강댐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와 광양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택시 손님을 기다리는 기사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막차 시간을 맞춰야 하는 바쁜 분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배알도수변공원인증센터에 도착한 오래된 승합차가 고장(시동이 안 걸려)을 일으켜  긴급출동 서비스 지원을 받느라 1시간 넘게 시간을 허비하고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섬진강 자전거길 라이딩 GPS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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