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오직 춤을 위해 살아있는 아이들


수학능력고사나 논술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책, 웬만한 어른들은 '용어풀이'를 참고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난무하는 책, 그다지 인생의 교훈이 되거나 귀감이 될만한 내용은 별로 없어 보이는 책, 그렇지만 브레이크 댄스에 푹 빠진 고등학생들의 고뇌와 열정은 가득 담긴 소설이 나왔다.

작가의 청소년기나 학창시절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아이들의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실감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어른들에게는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청소년기의 자녀를 두었다면 이해해야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로 제 4회 사계절 문학상 대상을 받은 신여랑의 <몽구스 크루>가 그 책이다.

이 책에는 비보이, 비걸, 배틀, 루틴, 탈락, 핸드 글라이드, 나이키 프리즈와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가득 들어 있다. 따라서 또래 아이들이라면 다 알만한 내용인지 몰라도 웬만한 어른들은 책 뒷부분에 따로 있는 용어풀이를 열심히 읽어도 '나이키 프리즈'가 어떤 건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브레이크 댄스와 관련된 용어뿐만 아니라 <몽구스 크루>는 그들의 눈높이에서 톡톡 튀는 그들의 생생한 언어로 쓰여진 소설이다. 춤추는 아이들을 오랫동안 가까이서 만난 작가의 노력이 맺은 결실일 것이다.

신여랑이 쓴 <몽구스 크루>는 지진아에 왕따 그리고 사고뭉치인 형 오진구와 그의 정상적인 동생 오몽구가 브레이크댄스에 빠져들어 생기는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1학년인 오몽구는 인문계 고등학생이며 뛰어나게 공부를 잘 하지는 않지만 대충 모범생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실업계 고등학교 2학년인 그의 형 오진구는 지진아에 가깝고 사고뭉치에 속한다. 그리고 동생 오몽구는 사고뭉치이면서도 엄마의 편애를 받는 진구를 도저히 형으로 인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몽구는 진구를 형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진구라고 부른다.

형제는 서로가 열등감에 휩싸여 있고 그것 때문에 서로가 갈등한다. 진구는 또래보다 뭐 하나 잘난 것이 없는 자신과 반대로 제 몫은 늘 척척 알아서 해 나가는 잘난 동생 때문에 열등감에 빠져 있고, 엄마는 그것 때문에 늘 진구를 감싸고 돈다. 다행히 진구에게는 춤에 재능이 있어 비보잉의 세계에서 알아주는 수준급 춤꾼이 되지만 동생 몽구에 대한 열등감은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반대로 몽구는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던 진구가 어느 날 춤에 빠져든 후에, 미친 듯이 몰입하며 자신만의 춤을 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로부터 최고라고 인정받는 진구 때문에 열등감에 사로잡히고 만다. 진구의 화려한 몸놀림과 신기에 가까운 춤을 보면서 항상 무엇이든지 자신보다 못했다고 생각했던 형이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몽구는 춤과 공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학교 성적도 어느 정도 유지해야겠다는 욕심 때문에 학교를 마치면 학원으로 달려가지만, 학원에 앉아 있어도 마음은 늘 연습실에 가 있다. 형인 진구뿐만 아니라 함께 춤을 추는 친구들도 모두 몽구는 적당히 춤을 즐기다가 결국 자신의 길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젊음을 바쳐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 아이들

그러나 다른 멤버들 역시 공부에 목숨을 걸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비보잉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들 나름대로의 인생의 고민도 엿볼 수 있다.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려면 상을 많이 받아서 점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춤이 좋아 춤에 푹 빠진 이들 역시 대학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안타깝다.

공부와 학교를 둘러싼 아이들의 고민과 어른들의 염려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과연 요즘 어른들은 이 소설에서처럼 아이들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졌을까? 아니면, 정말 이제는 뭐 하나만 똑 부러지게 잘하면 되는 세상일까? 하지만 아이들은 벌써 다 알고 있다.

"고등학교 자퇴한 서태지도 문화대통령 소리 들으며 사는데, 왜 꼭 대학에 가야 하나? 나는 정말 학교 가기가 싫다. 이 세상에서 학교 가기 좋아서 다니는 사람 아무도 없다. 그래도 가는 건, 대한민국 땅에서 고교 중퇴로 살아갈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몇 몇 천재들이야 다르겠지만." (본문 중에서)

"너 춤춘다며? 공부도 웬만큼 하는 것 같더니만, 아무래도 힘들지? 하긴 요샌 뭐든지 하나만 잘하면 되는 세상이니까. 열심히 춰라! 근데 너 춤은 잘 추냐? 대신 춤을 추려면 확실하게 춰! 그래야 뭐가 돼도 되는 거지, 어영부영했다간 낙동강 오리알 신세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본문 중에서)

아이들은 그래서 힘들다. 공부 말고 뭐라도 하나 똑 부러지게 잘하면 좋겠지만, 다른 걸 시작해도 자신이 천재가 아닌 아이들이 더 많다. 몽구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진구와 같은 춤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진구는 죽자 살자 열심히 노력하기도 하지만, 몽구의 눈에 진구는 "무대를 들었다 놓는, 그리하여 보는 사람의 입이 쩍 벌어지고, 가슴이 세차게 뛰고 환호가 터지게 만드는" 타고난 춤꾼이다.

그런데, 몽구는 자신이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모습을 진구에게서 발견하게 된다. 공부와 춤 사이에 양다리를 걸친 몽구와는 다른, 진짜 춤꾼의 모습인 것이다. 몽구스 크루를 떠났다 돌아와 새로운 리더가 된 진구는 '베틀 오브 더 이어' 대회를 준비하면서 춤만 잘 추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춤에 관한 한 전문적인 연구를 팀원들에게 요구하는 학구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춤을 즐긴다, 연습은 놀이처럼...

뿐만, 아니라 대회에서 몽구스 크루의 순서를 앞두고는 팀원들은 모두 불러놓고 뛰어난 리더십을 드러내는 격려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몽구가 상상할 수 없었던, 구구단을 6단밖에 못 외는 진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거야, 바로! 웃어! 즐겨! 나는 좋아 죽겠어. 저기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무대가 있는데, 두려울 게 뭐야! 뭐, 우리 다 알잖아? 다른 팀들이 입 떡 벌어지게, 눈알 튀어나오게 잘한다는 거! 그렇지만 우리 쪼는 건 여기까지만 하자! 지금부터 우리 졸아붙은 심장에 빵빵하게 바람 넣고 간댕이 부은 개구리처럼 미치자! 행복하게 즐겁게, 오늘, 지금, 여기서 미치자."(본문 중에서)

<몽구스 크루>의 '몽구스'는 몸집은 작지만 사냥 실력은 최고인 사향 고양이과의 작고 날렵한 동물 이름인데, 책에서는 비보이들인 춤꾼 주인공들이 이 동물의 이름을 클럽의 명칭으로 사용한다. 몽구스라는 이름은 주인공 몽구를 연상시키지만, 작고 날렵한 사냥꾼에 걸맞는 춤 실력은 형인 진구를 닮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쓴 작가 신여랑은 "어떻게든, 대충 분위기를 풍기면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작품의 모델이 된 비보이팀 '엠부크루'를 만나서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당혹스러웠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 아이들이 춤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가졌으리라, 혹독하게 연습하리라, 그것이야 예상했지만 연습을 놀이처럼 즐길 줄은 몰랐다. 자신만의 춤 스타일을 찾아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고민조차 즐기는 아이들. 재능보다 무서운 것이 노력이고 노력보다 무서운 것이 즐기는 것이라고 했던가." (작가의 말 중에서)

시청이나 구청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수련관 강당이나 복도 한쪽 구석에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춤에 푹 빠진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른들의 눈에는 모범생으로 보이지 않겠지만, 그들이 얼마나 진지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깨닫고 이해하고 나면 그들이 추는 춤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춤이 좋은 아이들은 춤만 열심히 춰도, 음악이 좋은 아이들은 음악만 열심히 해도, 아무튼 아이들이 정말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몇몇 천재들뿐만 아니라 대부분 아이들도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꼭 되었으면 좋겠다.


몽구스 크루 - 10점
신여랑 지음/사계절출판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Trackback 1 Comment 0
꽃보다 물이 귀한 줄 처음 알았다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③ ] 고창 선운산에서 목포까지 115km도 가뿐하게...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넷째 날은 고창군 선운산 유스호스텔을 출발하여 상하면 상하초등학교 영광군민생활체육공원, 불갑저..

풍년제과 이성당...맛집 투어도 함께 한 국토순례

한국YMCA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3일차는 군산대학교를 출발하여 고창 선운산 유스호스텔까지 가는 99km를 달렸습니다. 첫 날은 오렌테이션 둘째 날은 여유롭게 75km를 달렸는데 셋째날부터는 본격적인 자전거 라이딩이 시작되면서..

아마도 이번 생엔 가기 힘든 최고의 여행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꽤 자주 남들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고 소개하는 편입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을 읽으면서 왜 여행 이야기책을 읽는 건지, 주로 어떤 때 여행 이야기책을 읽어 왔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

아무나 따라하는 쌩초보의 인공암장 만들기 2

홀더 고정너트를 부착한 합판을 벽체에 고정하는 작업은 전문가인 목수 두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황목수와 신목수께서 꼬박 하루 동안 작업을 한 끝에 벽체 고정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사전에 현장을 둘러본 두 분 목수께서는 ..

카카오뱅크 300만, 체크카드 한도 낮췄나요?

카카오 뱅크 돌풍이 엄청나네요. 인터넷 뉴스를 검색을 해보니 한 달만에 300만명이 넘게 카카오뱅크에 가입하였다고 합니다.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300만명은 대단한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은행 고객이 할 달 만에 300만명으로 ..

아무나 따라하는 쌩초보의 실내 인공암장 만들기 1

1. 실내 인공 암장 합판 만들기 스포츠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 효과 때문일까요? 제 주변 지인들 중에도 클라이밍을 배운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을 보니 어느 때보다 스포츠 클라이밍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제..

한 여름 불볕더위...개고생 나선 청소년들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 ①전북 김제 모악산에서 군산까지 한국YMCA 청소년 250명, 전북 김제에서 518민주광장까지 호남권 615km 국토순례 불볕더위와 늦은 장마를 이겨내고 한국YMCA 청소년 250여명이 전북..

뛰고 달리는데 최적화된 쉼표 이어폰

매우 주관적인 평가이기는 합니다만, 스웨덴에 본사를 둔 수디오 이어폰은 최고 수준의 음질과 새련된 디자인으로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저는 수디오 이어폰 2개(유무선 각 1개)와 블루투스 헤드폰 1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폰6 본전 뽑기, 배터리 직접 교체

작년 8월에 구입한 지 6년이 지난 아이폰4 배터리를 직접 교환한 경험담을 기사로 작성하였습니다. 배터리 교체 후 1년 최초 구입일로부터 7년이 지난 아이폰4는 여전히 블루투스 스피커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MP3 역할과 자전거 ..

노무현 그는...강희근 글, 고승하 작곡

오늘은 오랜 만에 블로그를 통해 새 노래 한 곡 소개합니다. 민예총 이사장을 지낸 작곡가 고승하 선생님이 노무현 대통령 추모 시집 <물처럼 물을 건너 바람처럼 바람을 건너>에 실린 시 '노무현 그는'에 곡을 붙였다고 합니다. ..

45년 무사고 자전거 운전...당해보니 아찔했다

지난 일요일 후배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다가 1톤 화물 트럭에 부딪히는 소형(?)사고를 당했습니다. 1톤 화물 트럭에 부딪혔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으면 대형사고가 났겠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다행히 큰 부상을 당하지 않..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 폐쇄 말고 승용차 억제 정책 세워야...

창원시의회에서 진해구 출신 의원들께서 앞장서서 안민터널 내 자전거길을 폐쇄하자는 제안을 하였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좀 더 따져봤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담긴 글을 포스팅 하였습니다. 2017/07/04 - [세상읽기 - 교통] -..

안민터널 자전거도로 폐쇄 더 따져봐야~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 개설이 벌써 5년이나 지났네요. 어제 경남도민일보에 나온 "안민터널 자전거도로 폐쇄 요구 재점화"기사를 읽고 전에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을 살펴봍니 2012년 5월에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가 논란이 되었더군..

2421번째 히치하이킹 성공...공짜 세계여행

무전여행, 땡전 한 푼 없이 전국을 일주하고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옛날에나 가능했던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세상 인심이 지금만큼 각박하지 않았던 시절엔 가능했겠지만 인심이 팍팍..

창원 누비자 이용률 감소하는 까닭?

지난 4월 22일 자전거의 날을 맞이하여 창원시가 공영자전거 누비자 이용실태를 공개하였습니다.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누적회원 46만 3900명, 연간 이용횟수 500만이 넘어 생활교통수단으로 정착하였다는 것이 창원시의 자평입니다..

인생을 도둑맞지 않는, 저위험 저수익 직업으로 살기

[서평] 이토 히로시가 쓴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어떤 시인은 인생을 '소풍'에 비유하였습니다. 여러 종교들이 사후세계 혹은 윤회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딱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인생에 대한 아쉬움과 허무함을..

나이 들어도 공부하는 건...좋은 사람 되기 위해...

[서평] 하이타니 겐지로가 쓴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해볼까? 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하였던 때가 있습니다. 바로 하이타니 겐지로라는 일본 작가 때문입니다. 이미 오래 전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

스웨덴 디자인...Sudio Regent 무선 헤드폰

스웨덴 수디오사에 만든 VASA 유선 이어폰과 VASA BLA 무선 이어폰에 이어 최근에는 Sudio Regent 무선 헤드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세 번째 수디오사 제품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헤드폰은 이어폰에서..

가성비 최고...샤오미 무선 카팩

작년 가을에 12년 된 중고 자동차를 구입하였습니다. 오래 된 중고 차지만 그래도 나름 중형 차라서 그런지 전에 타던 소형차에 비해서 승차감도 좋고 편의사양도 잘 갖춰져 있어 여러 가지로 편리합니다. 제가 타고 있는 차는 구형..

딸기는 빨간색... 딸기 꽃은 무슨 색일까?

옛날엔 곡식도 찧고 가루도 빻았을 테지만 이젠 쓸모가 다한 돌절구. 마당 한 켠에 놓인 돌절구에 딸기 씨를 심으면 딸기가 자랄까요? 비닐하우스가 나오면서 겨울부터 봄까지 손쉽게 딸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딸기 씨를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