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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길, 미개통 구간 300km 미리 걷기

지리산 걷기 여행 ⑩ 시인 이원규가 미리 가본 지리산 둘레길 300km

지리산 길을 걷기 여행을 다녀와서 며칠 후, 저녁을 먹으러 들런 식당에서 우연히 지리산 둘레길 미개통 구간 여행 정보가 담겨 있는 달이 지난 '산행 잡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밥을 주문해놓고 식탁 옆 책꽂이에 놓인 잡치 책을 펼쳐서 이리저리 넘기는데, "시인 이원규가 미리 가본 지리산 둘레길 300km"라는 제목이 눈에 확~ 들어 오더군요.




<지리산 편지>로 유명한 이원규 시인이 이 잡지에 두 번째로 연재하는 글이었는데 현재까지 개통된 산청 수철 ~ 남원 주천까지의 79km 구간의 바로 다음 구간을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바로 남원 주천면 ~ 구례 광의면까지 22km 구간에 관한 상세한 지도와 산, 마을, 나무, 그리고 지리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시인은 이 구간에 있는 숙성치 고갯길을 '별들의 여인숙'이라고 하였더군요. 계척마을의 600년 된 팽나무 사진, 그리고 지리산속 곳곳에 숨어든 도인이야기도 흥미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제가 본 잡지는 7월호였는데, 앞서 발행한 5월호와 6월호에는 이미 개통된 70km 구간을 두 차례로 나누어서 연재하였더군요. 7월호부터 미개통 구간을 매월 한 구간씩 소개하는 방식으로 연재하는 모양이었습니다. 7월호는 남원 주천면 ~ 구례 광의면까지 22km 8월호는 구례 난동마을 ~ 간전교 21km 구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리산길 70km 개통 후 지지부진 한 이유

지리산길을 걸어 본 많은 분들이 지리산 둘레길이 왜 70km 구간만 개통하고 지지부진하고 있는 지 궁금하였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이원규 시인이 쓴 글을 보니 그 답이 있더군요.


애초에 지리산길은 (사)숲길이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서 표지판도 세우고 편의시설도 갖추면서 70km 구간을 개통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 산림청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고 이후 나머지 구간 개통은 각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어버렸다고 합니다.

순전히제 생각인데, 지리산댐도 싫어하고, 지리산 케이블카도 싫어하는 생명평화결사, 생명평화운동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사)숲길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서 약속이 일방적으로 파기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도법스님, 수경스님 이런 분들이 온 국토를 파헤치는 개발독재 정부에게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을것 같아서 말 입니다.

아무튼, 도법스님, 수경스님과 더불어 지리산 길을 처음 제안한 이원규 시인은 느림과 성찰의 길, 생태적인 길이라는 초심을 지키기 위하여, 산림청 지원이 끊긴 이후 백의종군 하는 마음으로 지리산 둘레길을 잇는 일을 마무리하겠다고 하였더군요.

"사실 내게는 단 한푼의 돈도 필요없이 지리산길을 이을 수 있는 노하우가 잇다. 길목마다 리본만 달아도 이 길은 금방 연결될 수 있다. 다소 건방진 말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아마 유사 이래 지리산을 걸어서 두 바퀴 돌아 본 사람은 수경 스님과 나 밖에 없을 것이다."


"지리산 둘레길, 돈 없어도 이을 수 있다"

그는, 2000년과 2004년에 지리산 둘레를 850리와 1500리로 60일간 걸어서 돌아보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12년 동안 지리산 이마을 저마을 안 가본 곳이 없으며, 오프로드 바이크를 타고 옛길이며, 농로며 임도 등을 따라 수십 바퀴도 더 돌았다고 합니다.


이원규 시인은 자신이 가 본 수 많은 길중에서 가장 생태적이고 아름다운 길, 옛길과 숲길과 고갯길과 마을길과 농로와 임도와 강둑길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한국 최장의 트레킹코스 300km를 이어갈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원규 시인이 글과 사진 지도를 통해 지리산 둘레길 300km를 안내하겠다는 이 잡지에 꽂혀 정기구독 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마침 잡지 창간 기념으로 정기구독자에게 <400 명산 정밀 지도첩>을 선물로 준다고 하더군요.

어~ 왜 하필 조선일보야?

어라 ~ 그런데, 이 잡지를 만드는 곳이 '조선일보 생활미디어'입니다. 꼭 읽고 싶은 지리산 둘레길 정보가 담긴 잡지이지만, 조선일보라는 사실이 너무 찜찜하더군요. 세상에 이 분이 왜 하필 이 잡지에 글을 연재할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결국, 정기구독 신청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잡지사 홈페이지에서 공개된 원문을 참고하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300km 미개통 구간 정보가 필요하신 분들 '월간 산'이라는 잡지입니다. 이원규 시인이 소개하는 지리산 둘레길 300km 여행 정보, 이 잡지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잡지에 실린 글이 똑같이 올라와 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이원규


5월의 푸른 눈빛으로 그대에게 갑니다.
함부로 가면 오히려 병이 더 깊어질 것만 같아
생의 마지막 사랑마저 자꾸 더 얕아질 것만 같아 
빠르고 높고 넓고 편한 길을 버리고
일부러 숲길 고갯길 강길 들길 옛길을 에둘러 
아주 천천히 걷고 또 걸어서 그대에게 갑니다.


잠시라도 산정의 바벨탑 같은 욕망을 내려놓고
백두대간 종주 지리산 종주의 헉헉
앞사람 발뒤꿈치만 보이는 길 잠시 버리고
어머니 시집 올 때 울며 넘던 시오리 고갯길
장보러 간 아버지 술에 취해 휘청거리던 숲길
애빨치 여빨치 찔레꽃 피는 돌무덤을 지나
밤이면 마실 처녀총각들 물레방앗간 드나들고
당산 팽나무 달 그늘에 목을 맨 사촌 누이가
하루 종일 먼 산을 바라보던 옛길
그 잊혀진 길들을 걷고 걸어 그대에게 갑니다.


<찔레순 꺾어 먹으며 층층나무 환한 용서의 꽃길
내내 몸을 숨긴 채 따라오던 검은등뻐꾸기가 
홀딱벗-고, 홀딱벗-고! 욕망을 비웃는 반성의 숲길
3도 5군 12면 100여 마을을 지나는
성찰과 상생의 지리산 둘레길
어머니의 ○, 용서의 ○, 사랑의 ○, 오옴의 ○
비로소 발자국으로 850리 거대한 동그라미 하나 그리며
날마다 보랏빛 붓꽃으로 신록의 편지를 쓰는
5월의 푸른 눈빛으로 그대에게 갑니다.


그리하여 돌아올 때는 그대와 더불어
섬진강변을 걸어 이팝나무 꽃그늘 속으로 왔으면 좋겠습니다
검은등뻐꾸기가 어허허-허 어허허-허! 놀리는 소리에
괜스레 얼굴 붉히며 슬쩍 손이라도 잡으며
상사폭포 수락폭포를 지나 그렇게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


이원규(李元圭) 시인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1984년 <월간문학>, 198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강물도 목이 마르다> <옛 애인의 집><돌아보면 그가 있다> <빨치산 편지> 등과   산문집 <지리산 편지>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등을 펴냈다. 신동엽창작상, 평화인권문학상 수상. 순천대 문창과, 지리산학교, 실상사 작은학교 강사.



<관련포스팅>
2009/08/02 - [여행 연수/지리산길] - 지금,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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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2 - [여행 연수/지리산길] - ⑩미리 가본 지리산 둘레길 300km, 미개통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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