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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혁명가 마오쩌뚱의 젊은시절



[서평]샤오위가 쓴 <마오의 무전여행>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특성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사람들은 사물 혹은 사회현상을 3가지, 혹은 4가지로 분류하는 일에 익숙하다. 익숙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탁월하기까지 하다. 

가끔 우리의 이런 특징짓기와 분류하기가 혹시 '사지선다형' 시험에 길들어진 우리의 사고체계 때문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 볼 때도 있다.

아무튼 이러한 분류체계에 익숙한 친구에게서 받은 질문 하나,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의 3대 혁명가는? 답은 레닌, 마오쩌둥, 그리고 체 게바라 세 사람이란다.

한 술 더 해서 여행을 많이 다녀온 어떤 이는 세계 3대 혁명가의 사진이 들어있는 세계 3대 혁명가 지폐 3종 세트를 가지고 있다는 자랑을 늘어놓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 4대 혁명가는? 답은 김일성 주석이라고 한다(이제는 이 정도로는 국가보안법에 안 걸리는지 모르겠다).

샤오위가 쓴 <마오의 무전여행>은 20세기, 세계 3대 혁명가 중 한 사람인 마오쩌둥의 출생으로부터 중국공산당 제1회 전국대회가 열리던 날까지의 일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마오의 무전여행>을 쓴 '샤오위'는 모택동과 같은 지역인 후난성 출신의 고향 친구이다.

샤오위와 마오쩌둥은 그냥 단순히 고향이 같은 정도가 아니라 1921년 중국공산당이 만들어지는 시기까지 동고동락을 함께한 동지이자 친구로 특별한 '우정'을 나누었던 사이였다. 두 사람은 1914년, 어느 여름 날 제1사범대학교 뒤 언덕에 앉아 밤을 꼬박 새우며 '중국의 개혁'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토론을 했던 사이다. 훗날 중국공산당의 모태가 되었던 '신민학회' 결성을 주도하였다.

그러나 1921년 난후호수의 유람선에서 열린 중국공산당을 결성하는 첫 회의가 열릴 즈음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두 사람은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마오쩌둥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에 오르기까지 중국공산당운동의 중심인물이었던 반면에 샤오위의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1927년 마오가 후난성에서 농민봉기를 조직할 무렵 샤오위는 국민당 정부에서 정치 및 교육분야의 주요직책을 맡았으며, 1939년 국공합작이 한참진행 중이던 시기에 중국을 떠난 샤오위는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이후에는 스위스 그리고 남미 우루과이에서 중국국제도서관장직을 지내는 것으로 삶을 마감하게 된다.

진실을 전하고자 쓴 40년 전 회고록

<마오의 무전여행>은 마오쩌둥과 같은 지역, 같은 지방에서 자란 그리고 훗날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게 되지만 적어도 젊은 시절에는 중국의 개혁을 함께 꿈꾸는 동지였던 샤오위에 의해 씌어진 회고록이라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마오쩌둥과 샤오위가 태어난 후난성은 예로부터 영웅과 산적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한 지역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오의 무전여행>을 쓴 샤오위는 이 책을 "영웅을 찬양하기 위한 것도 산적을 비난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라고 한다.

그는 "공식적인 역사에서 왜곡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실을 제대로 기록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그

는 중국공산주의자들이 펴낸 마오쩌둥의 초기 시절과 중국공산당의 탄생에 관한 기사와 책자들이 진실보다는 선전을 더 중요시하는 당의 명령을 받고 쓰인 것들이기 때문에 종종 허위와 과장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는 선전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진실한 역사를 기록하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거짓 없는 진실을 담으려는 샤오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한 그가 가진 소중한 재능 가운데 하나가 기억력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기록된 회고담은 40여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씌어졌다는 한계가 있음을 지은이 스스로 밝히고 있다.

<마오의 무전여행>에 나오는 마오쩌둥에 관한 대부분의 이야기는 샤오위가 직접 보았거나 함께 경험한 사실들에 대한 회고담이이다. 아울러 내용 가운데 일부는 마오쩌둥이 그에게 직접 들려준 이야기에 기초하고 있지만, 또 다른 일부는 마오의 고향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샤오 부인에 따르면 "샤오위와 마오쩌둥은 사상과 기질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서로 점점 대조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정신적 성장과 영혼의 투쟁을 벌이는 사오위와 마오저뚱에 관한 회고록이라 할 수 있다.

작은 땅을 가진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마오쩌둥은 농사일을 돕는 단순한 생활을 하면서 어린시절을 보낸다. 열너덧 살 무렵 이미 아버지만큼 덩치가 커진 마오쩌둥은 반나절 만에 인분 열다섯 통을 져 나르는 힘든 농사일을 강요당하면서도, <삼국지연의> <수호지>에 열정적으로 빠져들었다.

<마오의 무전여행>에 따르면 어린 시절 마오쩌둥은 누구보다 자신의 미래와 학업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소년으로 기억되고 있다. 15살 소년은 도시의 외국인 학교에 공부하러 가기 위하여 친척과 가족의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농사일이나 도우라는 아버지의 뜻을 단 번에 꺾어 버린다.

마오의 아버지는 공부하러 떠나는 대신 일꾼 품삯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결국 그의 뜻을 꺾지는 못한다. 마오는 뛰어난 지성인이었던 친척 '왕지판'의 후원을 받아 아버지의 뜻을 꺾고 새로운 학문을 배우러 도시로 떠난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은 농사꾼이었던 아버지의 삶을 도저히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마오쩌둥은 훗날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인 후에 노동자와 농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고 농민혁명을 통해 중국인민공화국을 세우는 중국혁명에 성공한다.

어린시절 자신의 미래에 대한 강한 열망과 학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여러 가지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대담함과 끈질긴 노력은 장래에 소년이 국공산당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책의 전반부엔 마오의 친구이자 선배인 샤오위를 만나 신민학회를 결성하는 시기까지를 기록했다.

거지여행으로 만나는 세상

그리고 중반부는 샤오위와 마오저뚱이 함께 떠난 여행 '거지생활'에 관한이야기이다. <마오의 무전여행>이라는 책 제목만 보아도 20세기 세계 3대 혁명 중 한 사람인 체 게바라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떠올리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마음 맞는 두 친구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기층 사람들의 삶의 현장 구석구석 찾아 다닌다는 점에서 두 이야기는 닮았다.

무전여행은 1917년 여름, 3개월에 이르는 여름 방학동안 추이학교의 교사였던 샤오위와 제1사범학교의 학생이었던 마오쩌둥이 함께 떠난 '거지여행'에 관한 기록이다. 거지여행을 시작하는 두 젊은이의 대화가 흥미롭다.

"거지들은 가장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들이야. 3년간 거지 생활을 하고 나면 관리직도 마다한다는 속담 기억하나? 왜 그런 말이 있다고 생각하지? 관리에게는 많은 제약이 따르지만, 거지는 완전히 자유라고. 난 거지 생활의 행복과 완전한 자유를 경험해 본적이 있어"(본문 중에서)

'거지생활' 방식의 무전여행에 세 번째로 나서는 샤오위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마오 역시 샤오위의 여행 목적에 크게 고무되어 함께 길을 나서게 된다.

"난 이번에 새로운 길을 가 보고 싶네. 새로운 것들을 보고 새로운 경험을 해 보고 싶거든. 가장 흥미로운 점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인데, 돈 한 푼 없이 내가 모르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지. 난 내가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알고 싶어."(본문 중에서)

길을 나서면서부터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두 사람이지만, 결국 그들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되는 것은 지식인으로서 살아온 그들의 삶이다. 보통의 거지와 같은 동냥생활이 벽에 부딪힐 때, 도저히 배가 고파 참을 수 없었을 때 그들은 글을 써서 구걸을 하게 되고, 또는 지식인으로서 그들의 신분을 이용하여 융숭한 대접을 청하기도 한다.

낯선 땅에서 두 젊은이가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 푼도 없는 빈털터리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뛰어난 학문적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에게는 참 쉽게 지갑을 여는 것이 세상인심이라는 것 또한 확인시켜주었다.

결국 그들이 빈털터리로 거지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이 가진 학문적 재능이라는 든든한 재산이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훌륭한 관리나 수상, 아니면 산적 두목이 될 관상

무전여행만큼 흥미로운 것은 대략 한 세기쯤 전 중국의 개혁을 꿈꾸는 두 젊은 청년이 나누는 대화와 토론들이다. 때로는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것 때문에 걸음을 멈추어야 할 만큼 두 청년은 밤을 새우기도 하고 끼니를 거르면서도 치열하게 토론한다.

국가체계에 관하여, 가족제도에 관하여, 관리의 부패에 관하여, 시와 고전에 관하여, 종교에 관하여… 정치권력에 관한 두 사람의 토론은 그들의 미래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정치권력이 칼과 같다는 말인가? 칼이 살생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애초에 만들지 말아야 했다는 말은 아니겠지? 칼은 정교한 조각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고. 마찬가지로 정치권력도 나라를 조직하고 개발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거야"(마오쩌둥 - 본문 중에서)

"정치와 예술 창작품을 비교해서는 안 되네. 중국 역사든 다른 나라의 역사든, 그것을 분석해보면 적을 죽이려고 하지 않은 정치란 찾아볼 수 없어. 최고의 정치가들도 국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기 쉽다는 말이야. 난 그런 걸 선한 행위로 인정할 수 없네."(샤오위 - 본문 중에서)

여행을 하는 동안 맞닥뜨리는 모든 주제에 관하여 치열하게 토론한다.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은 적도 많았지만, 친구로서의 우정을 잃지는 않는다. 여행이 끝나갈 즈음 만난 여관 여주인의 예언은 사실인가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대목이다.

그녀는 마오쩌둥의 관상을 보고서 "훌륭한 관리나 수상, 아니면 산적 두목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는데, 어쩌면 중국농민혁명과 국가주석, 대장정, 그리고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는 그의 삶을 정확히 예언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프랑스 유학운동에 뛰어든 샤오위와 신민학회를 통하여 유학운동을 지원하던 마오쩌둥이 중국공산당운동에 참여하는 과정, 외국에서 시작되는 중국공산주의운동의 초기역사에 관한 후일담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탁월한 공산주의 혁명가로써 혹은 잔인한 독재자로서의 마오쩌둥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혹은 80년대 스터디셀러 중 한 권이었던 에드가 스노우가 쓴 <중국의 붉은 별>같은 책으로만 마오쩌둥을 만났던 독자들에게 더 권하고 싶은 책이다.

비록 정치 사상적 궤적을 달리하기는 하였지만, 젊은 시절 가장 절친했던 친구이자 선배였던 샤오위의 눈에 비친 '마오저뚱'의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을 만나보기 바란다. 중국공산주의 혁명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이라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 세상을 개혁하려 했던 젊은이가 헌신적인 삶을 통해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회고담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마오의 무전 여행 - 10점
샤오위 지음, 강성희 옮김/프리미어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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