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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키치는 왜 등교를 거부했을까?

[서평] 하이타니 겐지로의 인간 자연 생명이야기 <바다의 풍경>


<바다의 풍경>은 일본작가 하아타니 겐지로의 최신 작품입니다. 교사 출신의 작가이며, 현대 일본 아동문학의 대표적 작가라고 할 수 있는 하이타니 겐지로는 암투병 끝에 지난해 말 생을 마감하였다고 합니다.

그는 여러 작품을 통해서 문명의 그늘 속에서 참된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 참된 교사로서 살아가는 길을 제시하였습니다. 17년간의 교사 생활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삶과 참된 교사로서의 길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국내에 일본 작가의 작품이 이렇게 많이 번역되어 소개되는 일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그의 대표작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비롯한 30여권이 넘는 책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만 하여도 <태양의 아이>, <하늘의 눈동자>, <바다의 노래>, <내가 만난 아이들>과 같은 책이 번역되었고, 그 외에도 많은 작품이 양철북 출판사를 통해서 국내에 소개되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바다의 풍경> 역시 양철북에서 번역 출간하였습니다. 가히 하이타니 겐지로 전문 출판사라고 할 만합니다. 이 출판사는 2006년 여름 방학에 독자들과 함께 하이타니 겐지로 일본 문학기행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올 여름방학에도 일본문학기행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바다의 풍경>은 청소년기를 보내는 '소키치'를 주인공으로 하는 성장소설이라고 할 만 합니다. 그렇지만, 사춘기를 보내는 십대들의 '성장통'만을 이야기로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학교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대안, 자연파괴와 도시화에 대한 우려, 농업과 어업의 가치와 소중함, 문화의 토대와 뿌리가 되고 있는 농업과 어업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생명 가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가히 하이타니 겐지로다운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농업이나 어업은 경제원리로 설명할 수 없어

<바다의 풍경>에는 한미FTA 체결로 농업과 어업을 비롯한 1차 산업의 심각한 피해가 예측되는 작금의 우리 상황에 대하여 성찰하게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동차를 팔아서 농산물을 사다 먹겠다는 이야기가 왜 틀렸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1차 산업이 무너지는 것은 나라가 망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먹을 것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번 돈으로 사 먹으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야."
"자급자족을 못하는 것은 땅이 좁아서가 아니라 농업이나 어업에 공업과 똑같은 경쟁원리를 들이대기 때문이야." (본문 중에서)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을 읽다보면 참 개성이 강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다 문득 작년에 출간된 <하늘의 눈동자> 주인공이었던, '린타로'가 자라서 '소키치' 같은 개성이 강한 청소년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작품에는 늘 권위적이지 않고, 세상이 강요하는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아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관계 맺기를 위하여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등장합니다. <하늘의 눈동자>에 나오는 소노코 선생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에 '고다니' 선생님 그리고 <바다의 풍경>에서는 소키치의 담임으로 등장하는 '시마오 선생님'이 그런 사람입니다.

또한, 그의 작품에는 선생님은 아니지만, 선생님 보다 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주는 따뜻한 어른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바다의 풍경>에선 도시락집을 하는 트럼펫 연주자 시마씨와 할머니 그리고 작가인 하이타니 겐지로를 연상시키는 교사 출신의 작사가 와카마쓰 선생과 같은 등장인물이 그렇고, <하늘의 눈동자>에서는 린타로의 할아버지 그리고 다쓰로가 바로 그런 인물들이었습니다.

이오이시 근처의 작은 섬인 '아와지'에 살고 있던 주인공 소키치는 학교 교육에 충실했던 우등생이었으나,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갑자기 '등교 거부' 학생이 됩니다. 그렇지만 등교거부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몸을 가꾸는 운동, 도시락집 아르바이트 그리고 이웃어부들의 고기잡이를 돕는 등 '소키치'는 건강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뿐인 혈육인 누나는 물론이고 담임인 시마오 선생님, 그가 가장 좋아하는 히라이 할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 누구도 '소키치'가 왜 등교거부를 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소키치 역시 누구에게도 자신이 왜 등교거부를 하고 있는지 밝히지 않습니다.

소키치는 누구보다 섬을 사랑하였고 고기잡이 일을 천직으로 여겼던 아버지가 어떤 이유로 섬의 자연을 파괴하는 송전탑 건설에 참여하였는지 그리고 누나가 운영하는 토산품운영은 아버지가 참여하였던 송전탑 건설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쫓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 "아이들에게서 배운다"는 교육원리를 주장한 교육학자, 하이타니 겐지로 


게으르면 훌륭한 농사꾼이 될 수 없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바다의 풍경>을 통해 어업과 농업이 망가져가는 안타까운 현실, 어업을 포기하는 섬 어부들의 마음, 그리고 농업과 어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에 따가운 질책을 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예습을 안 해온 학생을 향하여, 사와키라고 하는 교사가 "그렇게 게으름을 부리면 농사꾼 밖에 될 수 없다"는 말을 하여 학생과 말다툼을 벌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격분하여 학생인 세이치가 사와키 선생을 때리게 됩니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학교에서는 학생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수습하는 자리를 마련하는데, 이 자리에서 교사에게 주먹질을 했던 세이치가 전하는 말은 세상의 모든 교사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나는 장남이니까 아버지의 농사일을 물려받을 거야. 예습을 안 해 온 건 내 잘못이니까 야단맞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기왕이면 그렇게 게을러서야 어떻게 훌륭한 농사꾼이 될 수 있겠냐고 야단쳐 줬으면 했어!"(본문 중에서)

교사뿐만 아니라 많은 어른들의 뇌리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농사꾼이나 어부,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잘못된 직업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으름을 부리면 훌륭한 농사꾼이 될 수 없다"고 가르쳐야 한다는 세이치의 울부짖음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습니다. 아마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 입니다.

소키치가 아버지의 삶을 쫓아가는 동안 만나는 많은 사람들을 통하여 학교가 아닌 곳에서 배움을 얻고 성장해 나갑니다. 섬으로 이사 온 히데요 가족, 시마 아저씨, 오키나와 소녀 리쓰와 오키나와 사람들, 와카마쓰 선생님, 시마오 선생님 그리고 노부스케를 비롯한 친구들과의 관계 맺기를 통하여 참다운 삶을 배우며 성장해 나갑니다.

특히, 작가인 하이타니 겐지로를 연상시키는 '와카마쓰' 선생님과의 만남에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뭇 생명에 관하여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도시 사람과 시골이나 섬사람은 생명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 모든 인간은 생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문명이라는 캡슐 속에 갇혀 사는 우리는 그 사실을 곧잘 잊어버리지. 어떤 생명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법인데 도시 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고 착각해. 하지만 자연에서 사는 사람은 자신의 숨결 하나하나가 이웃한 생명에게 온기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기에 자신과 관계 맺고 있는 생명을 따뜻하게 바라보려고 하지."(본문 중에서)

자연과 생명이 공존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식

자신만의 문제로 여겼던 것들을 함께 나누며 '타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된 소키치는 조금씩 자신의 내면에 있던 따뜻한 마음을 회복해갑니다. 아버지의 삶을 쫒아가면서 아와지 섬이 한창 개발되고 송전탑이 놓여지는 시기에 경제의 발전과 자연파괴 사이에서 고민하며, 전기회사가 받아들일 만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아버지 삶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버지와 함께 송전탑 공사로 인하여 파괴되는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이나바씨와의 만남을 통해 아버지에 관해 품고 있던 의문에 답을 찾게 됩니다. 아버지인 '요시지'가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을 통해 지켜낸 '류긴큰별나비', '숲푸른개구리', '반점무늬대나무' 서식지를 찾아가며, 인간과 자연에 대해 아버지가 가졌던 생각들과도 만나게 됩니다.

이나바씨가 기억하는 소키지의 아버지 '요시지'는 바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모두 학자야. 다만 산지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지식을 뽐내지 않을 뿐이지. 인간의 지식은 사람들의 삶과 자연의 생명이 공존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때 비로소 아름다운 지혜로 빛날 수 있는 법이야."(본문 중에서)

"모든 것에 영혼이 있고 모든 생명은 평등하며 둘도 없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생활과 문화 속에 살아있다면, 그 삶도 그 사람이 만든 물건도 얼마나 아름다울까."(본문 중에서)

오키나와 사람들의 이런 생각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생각, 그리고 호주의 참사람부족의 생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아마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생각들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키지의 아버지와 섬사람들 대부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연에서 사는 사람은 자신의 숨결 하나하나가 이웃한 생명에게 온기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삶을 쫒아가는 일에 매달려 등교거부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술집에도 드나들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도쿄라는 대도시를 다녀온 것도 '소키치'에게는 모두가 공부였다는 것입니다.

마침내 소키치는 진짜 세상을 배우기 위하여 1년 동안 휴학하면서 나만의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히게 됩니다. "모든 것에 영혼이 있고 모든 생명은 평등하며 둘도 없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진" 오키나와를 배우고 싶다고 합니다. 소키치는 이런 공부를 통해 졸업 후에는 "우리 섬사람들이 우리 섬의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아끼며 우리 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됩니다.

등교거부, 학교 밖에도 나만의 길이 있다

사회와 학교가 깔아 놓은 레일을 얌전히 따라가지 않고 내 손으로 새로운 레일을 깔고 싶다는 것이 소키치의 생각입니다. 이미 깔려있는 레일 위만 걸으면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맞는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 레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작가 연표를 보면, 하이타니 겐지로는 1980년부터 아와지 섬에서 자급자족 생활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1991년에는 오키나와 토카시키 섬으로 옮겨갔다고 합니다. <바다의 풍경>에서 이렇듯 생생하게 섬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체험적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의 풍경>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작가가 여러 해를 살았던 오키나와 사람들처럼 "모든 것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과 모든 생명은 평등하다는 생각이 삶과 문화 속에 살아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소위 도시의 문명인들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 입니다.


바다의 풍경 1 - 10점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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