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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빚은 명작, 타지마할과 아그라 성

NGO 해외연수② - 사랑이 빚은 불후의 명작, 타지마할과 아그라


신라 승려였던 혜초는 고대 인도의 오천축국을 여행하고 ‘왕오천축국전’을 썼다고 한다. 두번째 인도여행기는 인도의 상징이라고 하는 세계문화유산 타지마할과 아그라성을 둘러보고 온 이야기이다.

전날 밤에 ‘씽’이 설명했던 것처럼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타지마할을 구경하기 위해 새벽 6시 10분에 모닝콜이 울렸다. 어젯밤 비행기에서 충분히 잠을 잤기 때문에 결코 잠이 부족하지는 않아 가뿐하게 일어나서 화장실 변기에 앉았다. 인도의 화장실 변기는 키가 큰 아리안계통을 표준으로 하였는지, 대변기던 소변기던 모두가 높았다. 동양인으로서 작은 키가 아닌 나도 늘 소변기는 닿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대변기는 까치발을 하고 앉아야 했다.

화장실에 앉아 있는 동안 날렵한 여자 목소리로 두 번째 모닝콜이 왔다. “have nice day...” 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려 엉겁결에 “예”라고 했다가 곧바로 “thanks"라고 대답하였다. 그 순간 전화는 딸칵하고 끊겨버렸다. 인도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 아침 두 번 혹은 세 번의 모닝콜을 받게 되었다.


아침 식사는 지하 1층에 있는 뷔페식당에서 호텔 음식을 먹었다. 아침을 먹지 않는 생활습관을 더운 나라 인도여행에서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를 잠시 고민하다가 생수만 먹을 생각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의 한 쪽 벽은 정원을 향하여 통유리로 되어 있었는데, 높이가 4미터는 족히 될 만큼 커다란 유리창으로 벽이 만들어져 있었고, 바깥에는 조경이 잘 된 정원이 가꾸어져 있었다. 여행의 재미중에 하나가 먹는 일인데, 아침을 안 먹는 식습관을 유지하기로 한 만큼 뷔페를 한 바퀴 둘러보면 인도식 호텔뷔페를 구경하였다. 일행들 대부분은 인도 전통음식과는 많이 다른 호텔 음식에 만족해하며 넉넉한 아침식사를 하였다.
 

첫날 아침 집에서 출발 할 때부터 서울 가는 버스안에서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기 때문에 아그라의 쉐라톤 호텔에서의 점심식사는 특별히 맛이 있었고, 결국 과식을 하게 되었는데 이 곳에서부터 배탈이 시작되었지 싶다.

델리에서 아그라까지 가는 길은 자동차로 무려 5시간 30분이 걸렸다. 주 경계를 넘는 동안 잠깐씩 검문소 같은 곳에서 신고를 하는 것 같았는데, 델리 시내를 빠져나가는 검문소 같은 곳에서 잠깐 차가 멈춘 동안 일행들은 노점상에서 음식을 사먹는 인도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일행들이 차에서 내리자 코브라를 놓고 피리를 부는 사람이 황급히 바구니의 뚜껑을 열고 피리를 불자 혓바닥을 나름 거리며 코브라가 머리를 빳빳이 쳐들고 올라왔다. 일행중 몇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고 나자 코브라를 보여준 뱀장수가 사진찍은 값을 내라고 한다. 일행들 모두가 황당해하는 사이에 루피를 준비해둔 누군가가 20루피를 주고 차에 올랐다.

고속도로는 그다지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국도와 비슷한 길이었는데, 따가운 햇살, 건조한 공기와 초원이 이어지는 지루한 길이었다. 델리에서 아그라까지는 약 200km 거리로서 우리나라였다면 한 2시간 정도면 여행할 수 있는 거리였는데, 하얀 페인트가 칠해져서 외형은 그를 듯하지만 운전석 핸들은 우리나라 농촌에서 경운기를 개조한 차에나 볼 수 있는 낡은 핸들이 붙어 있는 성능이 아주 그렇고 그런 자동차로 고속으로 달리기 어려운 고속도로를 따라서 5시간을 넘게 달려야 아그라에 닿는다.

중간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들린 휴게소에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딸려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관광지 기념품처럼 인도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각종 기념품들이 즐비하게 놓여져있었다. 오랫동안 찾아온 손님이 없었는지 주인이 황급히 나와서 가게의 전등을 켜고 물건을 보여주었다. 인도 전통의상과 샌달 그리고 다소 조잡해 보이는 여러 가지 기념품들이 즐비하였다. 여행의 시작이라 그런지 일행들 대부분이 쇼핑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긴 여행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하여 우리 일행은 돌아가며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하였다. 대게 전국에서 모인 강호의 고수들인지라 독특하고 재미있는 자기소개를 하였다. 특히, 민중가수 정세현의 노래와 이야기를 엮은 윤영선 사무국장의 순서가 인상 깊었고, 생태주의와 공동체에 대한 짧은 특강과 같았던 이근행 사무국장의 소개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오로빌에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는 김철관 선생님도 - 나이에 맞지 않는 소임을 맡아서 무지하게 열심히 노력하였고 우리를 재미있게 해 주었음.- 금새 기억으로 새겨졌다.

오후 1시쯤 아그라에 있는 쉐라톤 호텔 뷔페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이 곳 식당에는 채식 메뉴와 채식이 아닌 메뉴를 구분하여 음식의 이름표를 붙여두었는데, 채식 메뉴는 녹색글씨로 음식의 이름이 붙여져 있고, 육식 메뉴에는 붉은색으로 음식 이름이 붙여져 있어서 쉽게 채식을 선택할 수 있었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 그리고 미국산 밀이 아닌 인도 밀로 구운 맛있는 빵을 배불리 먹었으며 이것 저것 다양한 인도 음식을 맛 볼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아그라로 가는 길에는 인도에만 있는 특별한 교통수단 중 하나인 ‘릭샤’를 타고 같다. 릭샤는 자전거를 개조한 인력거 형태의 릭샤가 있고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 형태의 ‘오토 릭샤’가 있는데 타지마할로 가는 길에는 릭샤를 타고 갔다. 점심을 먹고 나오자 호텔 앞에는 10여대의 릭샤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검은 피부의 릭샤꾼들이 햇빛을 가리기 위하여 수근을 목에 두르고 빨리 타라고 채촉하고 있었다.

사람이 끄는, 그것도 이국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끄는 인력거를 타는 일이 마음 편하지 않은 일이었는데, 일행 중 몇 사람이 “우리가 릭샤를 타야만 이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으니 미안한 마음을 같지 말고 어서 타자”고 하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이 젊은 사람에게 타고 가벼운 사람이 나이든 사람에게 타라”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청주가톨릭농민회에서 온 유영아 간사와 함께 릭샤에 앉았는데, 불행하게도 몸이 허약해 보이고 나이가 많이든 할아버지끄는 릭샤를 타게 되었다. 두 사람의 무게 때문에 쉽게 속도가 붙지 않자 릭샤에서 뛰어내려 두 발로 릭샤를 뛰면서 끌어 속도를 붙힌 후에 잽싸게 뛰어 올라 패달을 밟았다. 목덜미로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서 힘겹게 패달을 밟았지만 좀처럼 속도는 붙지 않고 앞서가는 일행들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졌다.

호텔에서 타지마할까지는 약 10여분 거리였는데, 타지마할 근처에는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 인도 최고의 관광지인 이곳에는 많은 릭샤꾼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되어있었다. 썩 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릭샤에 앉아있는데 이 할아버지는 숨을 쌕쌕 몰아쉬며 힘겹게 릭샤를 끌다가 오르막길이 나오자 또 다시 릭샤에서 뛰어내려 두발로 끌고가면서 다시 회전력을 붙여서 릭샤에 뛰어올랐다.

그러나 몇 미터 못가서 과부하가 걸렸는지 이번에는 체인이 벗겨져 버렸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나에게 “아무일 아니다”고 소리치더니 잽싸게 체인을 끼우고 힘겹게 릭샤를 몰았다. 좌불안석으로 겨우 타지마할 입구에 도착하였을 때 가이드가 일러준 대로 20루피를 팁으로 건네었더니 1달러(약 45루피)를 달라고 한다.


타지마할은 야무나 강변에 세워져있는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의 아내인 왕비 무무타즈 마할의 무덤이다. 샤자한 왕은 열애하던 왕비가 죽자 1631년부터 무려 22년동안 세계각지에서 방대한 보물과 장인들을 모아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이 무덤을 완성했다고 한다. 타지마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했는데, 이 곳의 소지품 검사는 비행기 탑승때 보다도 더 엄격하였다.


입구에서 몸수색을 한 번 한 후에도 곳곳에서 총을 든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고, 타지마할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는 또 한 번 몸수색과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했다. 사진을 찍기 위한 카메라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타지마할에 들어갈 때에는 신발위에 모두가 덧버선을 신거나 아니면 맨발로 들어가야만 했다. 대리석으로 만든 세계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니 이해가 되었지만 두 번씩이나 이루어지는 소지품검사와 몸 수색은 별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오후의 뜨거운 햇빛이 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타지마할에 반사되어서 바라보는 이의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서울에서 인도여행을 소개하던 정무진 선생은 이 곳에서 감동을 느끼지 못하면 정서가 메마른 사람이라고 하였는데, 나는 정서가 메마른 쪽에 속한 사람인 것 같다. 눈시울을 적실만한 아름다움이나 사랑이 빚은 불후의 명작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다만, 나무를 깍아 만들어도 힘들만큼 정교한 조각과 상감기법들이 놀라웠지만 역시나 샤자한 왕이 만족할 때까지 힘겨운 노동을 바친 장인들의 수고와 기술에 감탄하였다. 높이 43미터의 대리석 탑은 전체의 대칭구도를 잡으며 우뚝 솟아있었다. 짜증스럽게 더운 날씨와 그늘이 없는 대리석 무덤, 그리고 수많은 인도 관광객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땀 냄새와 뒤섞인 카레냄새(인도냄새)...세계문화유산도 나의 발길을 붙잡지는 못하였다.


우리 일행이 타지마할이 가장 배경으로 잘 보이는 곳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동안 어느새 현지 관광사진사들이 단체사진을 찍어서 타지마할을 둘러보고 나오는 동안 현상을 해서 팔러왔다. 어차피 디지털카메라만 가져갔기에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고 1달러에 단체사진 한 장을 구입하였다.

복잡한 곳에서도 끈기 있게 기다리며 좋은 자리를 찾아서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던 일행 중 몇몇은 사진사가 찍어온 검지 손가락 끝으로 타지마할의 지붕을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여행사진을 구입하기도 하였다. 아무튼 사람 많은 곳에서 줄서는 것과 번거로운 일은 싫어하는 내 사진은 대부분 배경보다는 내 얼굴이 크게 나온 사진들뿐이다.


타지마할 관광을 마치고 나와서 버스를 타고 곧장 붉은성벽의 아그라 성으로 향하였다. 아그라성은 1565년에 지어진 무굴제국의 권력의 상징이다. 아그라 성에서는 야무나 강 건너로 타지마할이 뿌연 안개와 먼지에 가려 더 신비롭게 보였다. 말년에 자신의 아들에게 유배당한 채 강건너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쓸쓸히 생애를 마친 샤쟈한 왕의 이야기만큼이나 처량한 풍경이 펼쳐져있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굉장한 인류의 문화유산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곳 건물들에서 정교하고 빼어난 장인의 솜씨는 느낄 수 있었지만, 사람이 살았던 따뜻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는 못하였다.

더위에 지쳐 화장실에 갔다가 나무 가득히 하얗게 거미줄이 쳐진 나무와 인도 원숭이들을 만났다. 화장실 앞에는 조그만 우물을 만들어 놓고 관광객들이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손씻을 물을 들고 들어와서 물을 따라주고는 ‘팁’을 요구하였다.

돌아오는 길은 더욱 난감하고 지루하였다. 음악을 듣다가 꾸벅 꾸벅 졸다가 어찌어찌하여 저녁 9시쯤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는 일식이라고 하였는데, 회나 초밥 같은 것은 없었고 닭꼬지 돼지고기 구이 같은 것이 계속 나오는 우리나라의 꼬지집 같은 곳이었다. 국수와 야채로 배를 채우고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해소하였다.

2003년 4월 13 ~ 22일까지 진행된 NGO 활동가 인도 해외연수 참가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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