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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전거 일주4] 자전거로 찾아 간 제주도 맛집 - 춘자싸롱

맛있는 집이 꼭 비싼 집은 아니란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고 3 수험생과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우리 종주 팀도 비싼 음식을 찾아다닐 형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왕 돈 주고 먹는 음식인데 아무 거나 먹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 관심은 싸고 맛있는 집을 찾아서 밥을 먹는 일이었다. 준비팀은 제주도로 떠나기 전부터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맛집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우리 여행 일정이나 여행코스에 딱 맞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자전거로 제주 일주를 하는 우리에게 맛있는 집 정보를 가장 많이 준 사람은 제주YMCA 송모 국장이다. 제주도가 고향인 그는 답사팀과 함께 자동차로 제주를 한 바퀴 돌면서 ‘빼어난’ 사투리로 민박집 방값을 팍~팍~ 깎아주었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여행자들을 위해서 양 많고 맛있고 비싸지 않은 식당을 종주 일정에 포함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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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쫄딱 맞고 조개죽 먹은 '시흥 해녀의 집'

시흥 해녀의 집은 성산에서 세화로 이어지는 종달리 해안도로변에 있다. 조가비 박물관과 마당(주차장)을 함께 쓰는 건물이다. 성산일출봉에서 자전거로 30분 정도 걸린다. 우리 팀은 성산일출봉 민박집에서 일회용 비닐 비옷을 입고 자전거를 달려 아침밥을 먹으러 이 식당을 찾았다.

겨우 30분 자전거를 탔을 뿐인데, 비옷이 가려주지 못하는 바지와 신발, 양말 그리고 장갑이 모두 젖었다. 16명이 모두 하나밖에 없는 난로가에 둘러서서 옷과 장갑을 말리느라 분주하다. 모두들 꼴이 말이 아니고 불쌍해 보였는지 여기저기 의자 위에 비닐 비옷을 걸쳐두고 어수선하게 떠들고 있었지만,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 중 누구도 싫은 소리나 표정을 비치지 않았다.

정갈한 밑반찬과 함께 나온 쑥 부침개가 가장 눈에 띄었다. 이 겨울에 푸른빛이 선명한 부침개가 나오길래 재료가 무언가 궁금했었는데, 한 젓가락 잘라서 입에 넣고 씹어보니 향긋한 쑥 냄새가 묻어 나왔다. 아마 지난봄에 캔 쑥을 데쳐서 냉동보관 했다가 사용하는 것이었을 게다.

이 집 조개 죽은 미리 끓여 놓았다가 데워서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고 지루하다. 마치 도시 근교에 있는 닭백숙 집에 앉아 있는 것처럼, 연신 김을 내뿜으며 치익~ 치익~ 소리를 내는 압력솥 소리를 들으며 기다려야 한다. 모르긴 해도 이 집 죽 맛은 신선한 재료와 고소한 참기름 그리고 압력솥이 비결이 아닐까 싶다.

조개 죽은 보릿고개에 먹던 멀건 죽이 아니다. 압력솥에서 익혀져 나온 뻑뻑하고 맑은 죽이 큰 그릇에 한 그릇씩 담겨서 나온다. 멀리 주방에서 죽을 담을 때부터 고소한 냄새가 물씬 풍긴다.

죽을 먹으며 그릇 속을 들여다보면 정말이지 특별한 재료가 눈에 뜨이지 않는다. 그냥 바지락 조갯살과 흰쌀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냥 육지에서 먹던 조개 죽과는 맛이 다르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죽 맛이 최고다. 밑반찬 중에는 비릿한 바다 내음을 전해주는 미역무침과 조그만 게를 통째로 튀겨주는 게튀김이 특별하다.

시흥 해녀의 집은 요즘 제주의 아름다운 길 걷기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제주 올래’ 게시판에 추천 맛집으로도 소개된 집이다. 안타까운 일 중 하나는 아침부터 비를 맞고 추위에 떨며 자전거를 타고 온 탓에 자전거 일행 누구도 이 집에서 사진을 찍어오지 않아 사진도 한 장 없이 글로만 소개하게 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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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인심과 시원한 물회의 '공천포 식당'

서귀포에서 표선으로 향해가는 12번 국도 10km 남원읍 신례리 공천포해수욕장 앞 바닷가에 있는 공천포 식당. 이곳에서 시원 칼칼한 물회를 먹었다. 중문에서 출발한 자전거 일주팀은 예정보다 빠른 오전 10시 30분에 공천포까지 도착하여, 오전 새참 삼아 이른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였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식당문을 두드리니 약간 구부정하고 작은 몸집에 주인아주머니(할머니라고 하기엔 젊은)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16명이 물회를 먹으러 왔다고 했더니, “아직 점심시간이 멀어서 준비도 안 되어 있고, 손목이 아파서 준비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미리 전화하지 않았다고 여러 번 타박을 놓으셨다.

처음에는 그냥 있는 대로 밥하고 찌게 해줄테니 기다리라고 하더니, 자전거타고 제주도 일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참 후에 마음이 바뀌셨다. “물회 얼마나 해주랴” 하고 물으셨다. 16인분 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여자들도 많고 16인분 못 먹어, 12인분 해줄테니 먹어보고 모자라면 더 시켜” 하신다.

요즘 보통 식당에 가면 5명이 가서 4인분을 시켜도 싫어하는 내색을 노골적으로 하는데 세상에 이런 인심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한참을 해수욕장 있는 바닷가에서 사진 찍고 노는 동안 상이 차려졌다. 일행 중 몇몇이 식당 아주머니를 도와서 함께 반찬을 옮겨 상을 차렸다. 맛깔스런 밑반찬이 죽 나오고 맨 마지막으로 커다란 양푼에 얼음이 둥둥 떠 있는 물회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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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하고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국물에 쫀득쫀득한 겨울 오징어 물회 맛이 일품이었다. 이번 종주 참가자 대부분이 난생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데도 후루룩 후루룩 하는 소리와 함께 밥 한 숟갈, 물회 한 숟갈 번갈아서 바삐 입으로 가져갔다. 아침을 먹고 3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시장이 반찬 노릇을 해줄 수 없는 이른 시간인데도 여기저기서 “맛있다” 소리가 나온다.

주인 어머니 예상이 딱 맞았다. 우리 팀은 오징어 물회 12인분으로 넉넉한 점심을 국물만 조금 남기고 딱 맛있게 먹었다. 만약 16인분을 시켰다면 배터지게 먹고 별로 맛있는 것 같지 않다고 했거나, 혹은 잔뜩 남겨놓고 아까워했을지도 모른다.

넉넉한 인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밥 먹고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 자판기에서 커피 빼먹으라고 동전 갖다주시고, 나중에는 자전거 타고 가다가 쉴 때 먹으라며 손수 농사지으신 밀감을 봉지에 담아주셨다.

식당 아주머니께 얻은 밀감을 바닷가에 서서 까먹으며 “맛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자, 다시 식당 문을 열고 나오셔서 밀감 봉지를 빼앗아 가서는 처음 담아주었던 만큼 더 담아서 봉지를 가득 채워주셨다. 너무 고마워서 같이 기념사진 한 장 찍자고 했더니 끝내 부끄러워하시며 마다하셔서 어렵게 사진을 찍었다. 언제라도 다시 제주도에 가다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집이다.

싱싱하고 진한 멸치 국물 맛 '춘자 싸롱'

자전거 일주팀이 선정한 세 번째 맛집은 표선면 사무소 건너편 슈퍼 뒷집에 있는 간판도 없는 국수집 ‘춘자 싸롱’이다. 이 집 역시 ‘제주 올래’ 게시판에서 보고, 간식 삼아 국수를 먹고 가기로 한 집이다. 오전에 공천포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오후 2시쯤 도착했다.

아직 배가 고플만한 시간이 아니었지만, 성산일출봉까지 가야 할 길이 멀어 오후 새참 삼아 먹고 가기로 했다. 패스트푸드 맛에 길들여진 10대 후반, 20대 초반 청춘들은 허름한 오두막 같은 가게 앞에서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실무자들이 먼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며 이른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었으니 두 사람이 한 그릇씩 간식 삼아 먹고 가자고 제안을 하였다. 젊은 참가자들은 모두 시큰둥하게 그러자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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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명 정도가 끼어 앉을 수 있는 식탁에 번갈아 들어가서 먹고 가기로 했다. 식탁에 앉으니 푹 달여진 멸치 국물 냄새가 가득하다. 양은 냄비에 담겨 나온 춘자 싸롱 국수는 보통 육지 국수보다는 굵고 우동보다는 가느다란 처음 먹어보는 굵기의 면이었는데, 씹히는 맛이 괜찮았다. 단연 압권이었던 것은 진하게 우러난 멸치 육수에 갖은 양념과 고춧가루가 어우러진 국물 맛이었다.

처음에는 둘이서 한 그릇으로 나눠 먹겠다더니 몇몇은 국수 맛을 보고서 따로 한 그릇씩 먹겠다고 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국수를 먹고 밖으로 나와 아주머니가 내놓은 밀감 소쿠리를 끼고 앉아 까먹으며 “과연 제주 올래 추천집이다”하고 칭찬을 늘어놓는다.

여기까지가 자전거 제주 일주 중에 먹었던 ‘맛있는 집’ 중에서 참가자들이 선정한 3대 맛집이다. 처음에는 한 번에 여행 중에 들렀던 식당과 음식을 다 소개할 계획이었으나 기사를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 나누어 올린다.

*** 이 글은 2008년1월 25~29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진행한 '예비대학생과 함께 하는 자전거 제주 일주'  참가기로 당시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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