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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스승의 나라, 종교의 나라 인도

NGO 해외연수④ - 국제신지학회, 크리슈나무르티센타


인도 국내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인도 상류층에 속한다고 한다. 한 눈에 보아도 생김새부터 다르다. 아리안족 피가 많이 섞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얼핏 보면 대충 비슷한 인도 전통의상이지만 옷차림만보아도 부유층 사람들의 모습은 달랐다. 첸나이로가는 공항에서 그런 사람을 많이 만났다.

비행기로 델리에서 비행기로 4시간 벵골만과 맞닿아 있는 첸나이는 인도의 4대 거점 도시 중의 하나이며 인구 540만 명의 인도 남부지역의 중심도시이다. 첸나이에는 국제공항이 있기 때문에 한국 홍콩을 거쳐서 첸나이 국제공항을 이용하면 하루 만에 ‘오로빌’까지 갈 수 있다.

같은 인도인데도 델리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우선 사람들의 생김새부터 델리에서 보던 사람들과는 달랐다. 얼굴이 둥그스름하고 코가 납작하며 키가 작고 피부색깔이 검은 사람들이 많았다. 거리의 간판에는 둥그스럼한 타밀어가 쓰여 있는데,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우리의 안내자인 ‘씽’도 타밀어는 모른다고 한다. 씽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영어를 할 수 없는 타밀족을 만나면 통역이 필요하다고 한다.


첸나이룰 주도로 하는 타밀나두는 드라비다 문화의 세계로 이슬람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인도문화가 남아있고, 카스트제도가 뿌리깊게 남아 있는 주로, 특히 벵골만 연안에는 ‘달리트’들이 많이 살고 있다. 3편에서 소개하였던 달리트에 대한 차별금지와 카스트폐지운을 치는 '부나트 화티마 나티산'여사도 타밀나두 여성포럼의 대표이다.

이 지역에서는 카스트제도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하여 기독교로 개종하는 사람들이 많아 기독교인이 200만 명에 달하며, 최근에는 ‘개종금지법’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고 한다. 개종금지법은 누구던지 타인에게 개종을 권유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다.


첸나이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밤 10시 30분, 인도 국내선 수속인데도 국제선 탑승 못지 않은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 내전과 테러의 위험이 있는 나라인데다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싸스’ 때문에 공항의 수속은 매우 까다롭고 복잡하였다. 엑스레이 검사를 마친 짐도 무장한 경찰들이 지켜서서 ‘관상’을 가방을 열어보라고 한다.

여기에 걸리면 애써 차곡차곡 챙겨 담은 여행가방을 모두 풀어헤쳐야 한다. 숨겨야 할 물건이 하나도 없었지만 여행가방을 풀어헤치는 번거로움과 짧은 영어와 바디랭귀지를 동원해야하는 수고를 면하기 위해 늘 마음속으로 ‘무사통과’를 빌면서 기다리곤 하였다.


인도 여행 4일째, 오전에는 국제 신지학회와 크리슈나무르티 명상센타를 방문하였다. 국제신지학회의 본부는 첸나이 근교의 아디아르에 있었는데, 신지학 신비주의 종교철학으로 고대부터 있어왔으며 근대에 들어 신지학이 융성해진 것은 러시아 귀족 출신 여성인 헬레나 페트로브나 블라바츠키(Helena Petrovna Blavatsky)에 의해서였다.

블라바츠키는 1875년에 미국에서 헨리 스틸 올콧(Henry Steel Olcott) 대령과 함께 신지학 교리에 바탕을 두고 모든 종교의 융합과 통일을 목표로, 신지학회를 창설했다고 한다.
신지학회는 인종·성·피부색의 구별 없이 인류의 보편적 형제애를 형성하며, 종교·철학·과학에 대한 비교 연구를 권장하고, 설명되지 않은 자연법칙과 인간의 잠재력을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 이 학회는 스스로를 완성하여 인류의 영적인 진화를 지도하는 위대한 스승들(Great Masters)의 존재를 강조한다고 한다.

국제신지학회 본부는 1878년 이 학회는 인도의 첸나이 교외에 있는 이곳 ‘아디아르’로 근거지를 옮겨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도의 신지학회는 1889년에 영국의 여성운동가인 애니 베전트(Annie Besant)가 입회하면서 더욱 발전하는 계기를 맞았으며, 그녀는 1907년에 국제운동을 지휘하던 올콧이 죽은 뒤, 지도자의 자리를 물려받아 고대 인도의 문화와 전통을 재인식시키고 고전교육에도 힘을 기울였으며, 바라나시에 학교(바라나시 힌두 대학의 전신)를 설립하기도 하였다. 1911년 베전트는 신원이 알려지지 않았던 청년 크리슈나무르티(Krishnamurti)를 인류를 지도할 ‘위대한 스승’으로 선포함으로써 논란이 일어났다고 한다.

아름다운 숲에 둘러쌓인 아늑한 느낌이드는 이 곳에서는 호주 출신의 80세가 넘은 백발성성한 ‘토미’라고 하는 영감님이 안내를 하였다. 나이 보다 훨씬 젊어 보이고 건강미가 넘쳤다. 강당과 같은 장소는 소리가 윙윙 울리고 씽의 통역도 이곳에서는 시원치 않고 - 적당한 한국말을 찾아내지 못해서 버벅거림 - 신지학회에 대한 나의 사전 지식도 부족하여 도대체 뭘 한다는 것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미 내 몸은 축 늘어져서 뼈마디 마디가 다 아프고 앉아있는 것조차도 힘에 겨웠다. 밤새 설사를 하고 차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화장실을 찾아가야하는 것이 불안하여 물도 안 먹고 죽염만 먹고 버티었더니 어지럽기도 하고 아무튼 최악이었다. 힘든 발걸음을 겨우 옮기며 신지학회의 본부를 둘러보았다.벽에는 예수와 부처를 비롯한 여러 종교의 지도자들의 모습이 부조가 되어 있었다.

본부의 숲 한 켠에는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던 보리수나무의 손자쯤 되는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초기 신지학회의 주요 구성원들이 백인불교도들이었다고 하는데 불교와 깊은 연관이 있어보였다. 우리는 공동체를 만들려면 어쨌던 넒은 땅을 마련하여야하는데 인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종교공동체가 많은 것은 땅값이 싸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과 농담을 재미있게 해보기도 하였다.



이어서 근처에 있는 크리슈나무르티의 명상센터를 방문하였는데, 이곳의 분위기 역시 신지학회 본부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았다. 크리슈나무르티의 강연을 비디오로 보여주었는데, 이걸 보는 대신 반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명상을 하였다. 크리슈나무르티의 육성과 바깥에서 울어대는 까마귀소리, 바람소리가 귀전을 스치는 동안 호흡을 마음에 집중하였다. 20분쯤 지난 후에 일어서니 머리가 많이 맑아지고 몸도 한결 개운해지는 듯 하였다.

신지학회와 크리슈나무르티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김천씨가 쓴 기사를 옮겨 본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신지학회에 의해 새로운 시대의 메시아로 선택됐다. 불과 14세의 어린 나이에 '세계의 스승'이라는 어마어마한 칭호를 얻은 것이다. 소심하고 조금 둔해 보이기까지 한 소년이었던 그는 아버지가 근무하는 인도 마드라스의 신지학회 사무실에 놀러갔다가 종교적 천재성과 카리스마를 발견한 신지학회의 2대 회장이던 애니 베산트 여사의 눈에 띄어 세계의 스승에 걸맞는 교육을 받기 위해 유럽으로 같다.

신지학회를 중심으로 크리슈나무르티에게 사람의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신지학회에서는 그를 후원하기 위해 '동방 별의 교단(The Order of Star in the East)'이라는 단체를 만들었으며 수만의 사람이 교단에 가입했다. 공부하는 틈틈이 크리슈나무르티는 유럽 각지에서 강연을 하였는데 명징하고 직관적이며 호소력 넘치는 어린 스승의 말은 유럽인을 사로잡아버렸다.

환호와 열광이 있었지만 그 시절의 크리슈나무르티는 대학입시를 두번이나 떨어진 낙방생이다. 유럽 최고 수준의 개인교습도 학업에 우둔한 그에게는 소용이 없었던 것 같다. 대학 진학에는 실패했지만 그에게는 이미 막대한 재산과 권력-권위가 주어져 있었다.

그러나 1929년 33세에 크리슈나무르티는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홀연히 포기해버렸다. 3,000명이 넘는 추종자가 모인 네덜란드에서 열린 집회에서 별의 교단 해체를 선언하였고 그를 찾아내고 키워왔던 신지학회 회장 베산트 여사도 당혹스럽게 하였다.

별의 교단을 해산한 후에 크리슈나무르티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강연을 한다. 유랑의 자유인이 되어 33권에 이르는 저서를 썼고 수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지만 어떤 추종 집단도 남기지 않았다. 체계화된 교리와 종교 행위, 제도를 부정하였다.

"수천 년 동안 온갖 종교와 교리가 있어 왔지만 인간은 아직도 불행합니다. 그런 것은 모두 낡았습니다. 저는 제도도 믿지 않고 공식도 믿지 않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참된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야말로 불행에서 벗어나는 출발점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혁명도 결국 자기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만년의 크리슈나무르티에게 어린 소녀가 찾아와서 물었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그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삽시다. 지금 이 순간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좋지 않겠습니까."
(김천 기자)


한국에 돌아와서 찾아본 자료처럼 신지학회와 크리슈나무르티명상센타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나의 직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오후에는 인도에서 인도의 농촌 NGO 사무실을 방문하였는데, 탈수현상으로 너무 힘들어서 차에서 내릴 수도 없었다. 이 단체가 지원하는 불가촉천민 공동체를 방문하였는데 이 곳에서는 정부와 월드뱅크의 지원을 받아서 만든 공동화장실을 둘러보았다. 인도의 농촌마을에는 화장실이 없는데 이 단체가 마을의 공동화장실을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 날은 인도 여행중에서 몸 상태가 최악인 날이었다. 저녁에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의 초대로 한국식당 ‘아리랑’에서 저녁만찬이 있었는데, 일행들 대부분은 오랜 만에 한국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하였다.  나는 어차피 안 먹는 육식, 설사 때문에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을 피하여 서둘러 김치와 밥으로 간단한 저녁을 먹고 버스로 돌아와 땀을 뻘뻘 흘리며 2시간 이상을 푹 자고 나니 몸은 한결 개운해졌다. 이국땅에 있는 아리랑식당에서 현대자동차 관계자들과 NGO 실무자들이 한국 노래 기계를 틀어놓고 일체감을 맛보며 동포애를 진하게 나누었다고 한다.


2003년 4월 13 ~ 22일까지 진행된 NGO 활동가 인도 해외연수 참가기 입니다.






Trackback 0 Comment 2
  1. 2009.12.14 14: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기자 전문의 크리슈나무르티가 아둔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오만에서 비롯된 속단으로 보입니다. 그는 인간의 지식이 아닌 너머를 추구했기에 지식 축척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 이윤기 2009.12.14 15:12 신고 address edit & del

      "소심하고 조금 둔해 보이기까지 한 소년이었던 그는" 이 부분 말씀인가요

      다른 분의 기사를 인용한 부분인데... 아둔이 아니라 조금 둔해 보인다는 외모에 대한 표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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