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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자전거7]"자전거 국토종주, 아빠가 가자고 해서요"

겁없는 부자, 마산에서 임진각까지 600km를 달리다

한국YMCA가 3년 사업으로 진행하는 북한통일자전거보내기운동을 위한 캠페인으로 '청소년 통일자전거 평화종주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2005년에는 부산에서 광주, 대전을 거쳐서 임진각까지, 2006년에는 목포에서 순천, 전주, 대전을 거쳐서 임진각까지 자전거를 타고 국토종주를 하면서 통일자전거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는 마산에서 부산, 경주, 대구, 구미, 김천, 대전을 거쳐서 임진각까지 600여km를 달리면서 통일자전거 캠페인을 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아들과 함께 통일자전거 종주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6월. 6월항쟁 기념사업의 하나로 기획된 '대한민국 하나로 잇기 행사'에 참여하면서 아들 녀석과 나는 김해에서 마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

1km 남짓한 짧은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고, 중학교 2학년인 아들도 2km 정도 되는 학교까지 자전거로 통학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한번도 도시 밖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대한민국 하나로 잇기에 참가하여 김해에서 마산까지 35km 구간을 자전거로 달려보고 나서 '국토종주'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김해에서 마산까지 가뿐하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온 날, 아들에게 자전거 국토순례 참가를 제안하였는데 흔쾌히 승낙하였다.

"아들! 아빠가 일하는 YMCA에서 주최하는 통일자전거 행사가 올해 마지막이다. 올해가 아니면 국토종주에 참여할 기회가 별로 없을 것 같다. 이번에 아빠랑 함께 자전거 타고 임진각까지 가 보자."

"예~ 한 번 해봐요."



[국토종주 결의] 아마 중도에 포기하게 될 걸?

생각보다 아들 녀석은 흔쾌히 자전거 종주에 참가하겠다고 대답하였다. 8월 중순경 준비팀과 함께 답사하면서 코스를 살펴보니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니었다. 마산에서 김해-부산-울산-경주-영천-대구-구미-김천-대전-천안-평택-용인-수원-시흥을 거쳐서 임진각에 이르는 600여km를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YMCA에서 청소년 참가자를 모집하였지만, 예상보다 참가자가 많지 않아서 아들은 수월하게 참가신청을 마무리하였다.
 
그러나 나는 청소년 자전거 종주단을 지원하는 실무 인력이 부족하여, 쉽게 참가할 수가 없었다. 지원인력이 부족하고 다른 선배, 후배 실무자들이 모두 스태프로 일하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는 고집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낮에는 자전거를 타고, 밤에는 홍보자료와 종주단 로드 상황을 글과 사진으로 홈페이지에 올리는 홍보팀을 맡기로 하고 종주에 참가하였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기대도 받고 있었다. 아마 중도에 포기하게 될 거라는….마산에서 임진각까지 자전거로 국토종주에 참가하겠다는 이야기를 주변사람들에게 했더니 한결같이 걱정해주었다. "아이들은 하루하루 지날수록 자전거 타기에 익숙해지고, 피로 회복도 빨리 되지만, 어른은 피로회복이 늦어서 갈수록 지치고 힘들 거라"는 것이 공통된 염려였다.

[도로주행 연습] 아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한 달 정도를 앞두고 조금씩 자전거 연습을 하였다. 마산 신세계백화점 옆에 있는 집에서 출발하여 해안도로를 따라서 가포, 덕동을 지나서 쌀재 터널을 지나서 중리, 회성동을 돌아오는 코스에서 첫 번째 연습을 하였다. 대략 35km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엉덩이가 아파서 힘들기는 했지만 생각만큼 다리가 많이 아프거나 근육이 뭉치지는 않았다. 아들 녀석은 초반에 가파른 가포 고개와 새재 고개에서 자전거를 끌고 넘어왔다. 반대로 나는 한 번도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모든 오르막을 자전거를 타고 넘었다.

그런데 중리에서 마산으로 나오는 마재 고개를 지날 무렵 아들이 나를 추월하였다. 높지 않은 고갯길인데도 아무리 힘차게 페달을 밟아도 아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회복이 빠르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 다음 주에는 신세계백화점에서 출발하여, 봉암로를 따라서 두산중공업이 있는 바닷길을 따라서 귀산 끝까지 다녀오는 코스에서 연습하였다. 두 번째 연습이었고 평지가 많은 시원한 바닷길을 가뿐하게 다녀왔다.

세 번째 연습은 날씨가 덥다고 안 가겠다는 아들 녀석을 두고 혼자서 첫 번째 연습코스를 거꾸로 돌았다. 이 날은 km수를 늘려 보겠다는 욕심으로 다시 해안로를 2차례 왕복하면서 모두 60km를 달렸다.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연습은 아들 녀석이 마지막으로 연습 한 번 하자고 해서 세 번째 연습코스를 따라서 달렸다.

세 번째 연습에는 아비만 혼자 보내더니 국토종주를 1주일쯤 앞두고 조금 걱정이 되었는지 지가 먼저 연습을 하자고 했다. 몇 차례 연습을 거듭한 때문인지 중리 삼계에서 마재고개 꼭대기에 이르는 오르막길을 나는 가뿐하게 올랐고, 아들은 마지막 500m를 남겨두고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왔다.


[사전워크숍] "참가동기요? 아빠가 가자고 해서 가는데요"

600km 종주를 앞두고 걱정이 되어 이것저것 장비도 구입하였다. 아들도 나도 가장 힘든 것이 엉덩이가 무지하게 아프다는 것. 아들은 쿠션 기능이 좋은 안장을 하나 사고, 나는 실리콘젤이 들어있는 안장 패드를 구입하였다. 그리고 장갑, 마스크, 물통 등 필요한 소품들을 구입하였으며, 거리와 속도 측정을 위하여 자전거용 '속도계'도 구입하였다.

그러나 막상 자전거 종주에 참가하자 안장을 비롯한 다른 물건들은 모두 쓸모가 없었거나, 혹은 다른 참가자들이 모두 그냥 자전거를 타는데, 우리만 별나게 준비해온 장비를 사용할 수 없어 일주일 동안 짐만 되었고, 장갑과 속도계만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8월 6일 통일자전거 종주 시작을 앞두고 아들은 평택에서 열리는 사전 워크숍에 다녀왔다. 함께 자전거를 타게 될 친구들도 만나고, 1박 2일 동안 전체 종주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자전거 타는 법을 이론과 실습으로 배웠다고 한다. 사전 워크숍을 다녀온 아들에게 "어땠니?"하고 물었더니, "별거 없었어요" 하고 대답한다. 연습용 자전거가 너무 고물이어서 연습다운 연습도 못했다고 투덜거리기만 한다.

8월 6일 출발을 앞두고, 일요일인 5일 날 오후에 마산창신대학 기숙사에 전국에서 참가하는 통일자전거 종주단원들이 모였다. 저녁식사 후에 세미나실에 모여서 작년도 종주단 활동 영상을 보고 아이들은 팀워크를 다지는 인간관계 훈련을 진행하였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1주일 동안 임진각까지 타고 갈 자전거를 지급받아서 점검하였다. 브레이크와 핸들 그리고 안장 높이를 자신의 몸에 맞게 조절하고 명찰을 달고 하는 동안 어느새 자정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

부자가 함께 자전거 종주에 참여하였지만, 아들은 함께 참가한 청소년들과 조별 생활을 하고, 나는 다른 지원 실무자들과 함께 생활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하루에 몇 번씩 스치듯 만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지만, 발대식이 열리는 날 아침에 여러 지인들이 아들과 함께 임진각까지 종주에 나서는 나를 특별히 격려해주었다. 우리 부자는 출발 직전에 지역신문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잠깐 카메라 세례를 받고 짧은 인터뷰도 하였다. 아들은 참가 동기를 묻는 기자들의 물음에 정말 솔직하게 "아빠가 가자고 해서 가는데요"하고 대답하였다.

[국토종단 6박 7일] 먼발치서 떨어져 달린 부자드디어,

8월 6일 아침 10시 마산역 광장에서 발대식을 하고 김해로 출발하였다. 아들은 종주단 1조에 속해있어서 맨 앞에 출발하였고, 나는 종주대열의 맨 끝에 출발하였다. 마산에서 출발하여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한 번도 아들 녀석을 못 봤다.

아들은 나름대로 연습한 효과가 있었는지 오르막길을 만나도 한 번도 대열 후미로 처지지 않았고, 나는 나대로 낮에는 종주 일지를 기록하느라 바쁘게 시간을 보냈고, 밤에는 보도자료 쓰고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회의하느라 바쁘게 시간을 보낸 탓이다.

종주하면서 아들을 처음 본 것은 둘째 날 울산에서 점심을 먹은 뒤 휴식시간이었다. 아들은 어느새 같은 조에서 사귄 단짝 친구와 어울려서 나를 봐도 별로 반갑지 않은지 잠깐 눈만 맞추고 고개만 까딱 인사를 하더니 이내 본체만체한다.

좀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지만, 다른 참가자가 많은데 아버지와 함께 왔다는 티를 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이해하였다. 잔디밭에 앉아서 쉬고 있는 아들 녀석을 불러서 껌 한 통을 주었더니, 씩 웃으며 고맙다고 하고는 이내 친구들에게로 걸어간다.

집에는 아직 어려서 함께 참가하지 못한 초등학교 4학년 작은아들이 남아있는데, 혼자 남아있는 것이 서운한지 전화통화를 하면 울먹거리기도 하고, "아빠 사랑해, 형아 사랑해" 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한다. 동생이 형을 그리워하는 데 비하여 형은 친구들과 어울리느라고 무덤덤해 보인다. 동생에게 전화를 하라고 해도 "나중에 할게요" 하고는 횅하니 가 버린다. 마산에서 임진각까지 가는 동안 우리 부자는 서로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달렸다.
 

아들이 속한 조가 대열 맨 후미에 왔을 때는 10여m 앞에서 달리기도 했고, 휴식 시간에 친구들과 쉬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둘이 앉아서 이런저런 감동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그렇지만 돌아와서 이야기해보니 아들은 아들대로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관심을 갖고 살피고 있었고, 나는 나대로 아들을 염려하며 지켜보며 지냈었다.

종주를 마치고 돌아와서 아들은 "아빠, 대전에서 우리 다 목욕탕 갈 때 안 왔죠? 일하고 있었어요?" 하고 묻는다. 무심한 것 같았는데, 내가 목욕탕에 없었다는 것을 녀석은 알고 있었다.아버지의 마음은 어쩔 수 없는지 나는 종주 내내 가파른 언덕길을 만날 때마다 아들 녀석이 뒤로 처지지는 않는지 염려하면서 앞을 살폈다. 다행히 몇 번 도로주행 연습을 했기 때문인지 아들은 임진각에 도착할 때까지 한 번도 자기가 속해 있는 조에서 뒤로 처지는 일이 없었다.

[후일담] "뒤로 처지지 않는 우리도 힘들었어요"

나중에 아들 녀석이 하는 말, "아빠, 선생님들은 뒤로 처지는 아이들만 챙기데요. 안 처지고 달리는 우리도 굉장히 힘들었는데, 우리는 별로 신경도 안 쓰던데요. 담에는 그러지 마세요"하고 충고한다. 하긴 맞는 말이다. 나만 해도 자꾸 뒤로 처지는 아이들은 격려도 하고 휴식 시간에 이야기도 건넸지만, 전체 페이스에 맞추어서 잘 달리는 아이들은 별로 관심을 두지 못했었다.

아들은 임진각까지 통일자전거 종주를 하였지만, '통일'에 대한 별다른 느낌이 없단다. 다만, 임진각까지 가보니 우리나라가 정말 분단된 나라라는 것이 실감이 났을 뿐이란다. 그렇지만, 왜 꼭 통일이 되어야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단다.

임진각에 도착한 날, "아들 드디어 해냈다. 같이 사진 한 장 찍자!"하고 들떠 있는 나에게 "사진 찍기 싫은데…"하며 아들 녀석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선크림을 잃어버렸다면서 나보다 훨씬 많이 타서 새까맣게 변해버렸다. 이런 아들 녀석의 태도가 섭섭하더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한 선배는 "지금은 그렇게 말하지만, 그 아이에게 아버지와 함께 임진각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었다는 기억은 평생 든든한 추억이 될 것"이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아들은 다른 장기간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보다 확실히 나은 모습을 보인다. 동생을 대하는 태도도 다정하고 용돈을 쪼개서 동생에게 먹을 것도 사주고 장난감도 사주는 등 살갑게 대한다. 나한테는 여전히 별로 말이 없지만, 쟤 엄마한테는 자전거 종주 기간에 있었던 일을 제법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온 아들 녀석이 자전거 종주를 다녀오기 전에 비하여 훨씬 좋아진 것 같다는 것이 아내의 평가다. 아들과 내가 세상을 살면서 같은 무언가를 간절히 염원하면서 힘든 길을 함께 가 본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참 기뻤다.

내가 20대 후반에 통일의 신심을 안고 살았던 그 열정을 통일된 세상을 살아갈 통일 세대인 아들 녀석에게 얼마나 물려줄 수 있을까? 먼 훗날 아들에게 6박 7일간 이번 여정이 삶의 든든한 밑천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2007년 8월 6일부터 12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진행한 YMCA 통일자전거 종주 참가기로 당시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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